[CEO & PEOPLE] “김포공항이 다시 뜬다”
[CEO & PEOPLE] “김포공항이 다시 뜬다”
|
김포공항이 다시 붐비고 있다. 2003년 11월 김포~하네다(羽田) 하늘길이 열린 데 이어 10월 28일 김포~상하이 홍차오공항 직항로가 개설돼 공항 이용객이 확 늘었기 때문이다. 2005년 4월부터 한국공항공사를 이끌어온 이근표 사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텅 빈 활주로를 볼 때마다 가슴도 휑한 느낌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숫자만 봐도 그렇다. 2005년 한국공항공사의 조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의 여객청사 이용률은 전체 시설의 25%, 활주로는 42%에 불과했다. 하지만 김포~홍차오 노선 개통으로 올해 김포공항 여객청사 활용률은 35%, 활주로 사용률은 55%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 사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공항을 오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직원들 얼굴에도 생기가 도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2001년 인천공항이 문을 열면서 김포공항은 한국의 대표 관문 자리에서 물러났다. 더구나 전국 곳곳에서 고속도로가 뚫린데다 고속철도(KTX)까지 개통되자 국내선 수요까지 감소돼 김포공항을 찾는 사람은 더욱 줄어들었다. 국제공항의 영화는 사라지고 마트를 찾는 사람들이나 오고 갈 따름이었다. 이 사장은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들여 건설한 김포공항을 어떻게든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말했다. 취임 초부터 고민을 거듭하던 이 사장은 김포~하네다 노선의 성공사례를 보고 중국 직항로 개통을 결심했다. 매일 8편이 오가고 있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탑승률은 90%에 달할 정도로 붐비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관계자는 “김포~하네다 노선을 운영함으로써 김포공항은 매년 100억원에서 150억원까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서울과 중국의 상하이를 이어주는 김포~홍차오 노선을 개통하면 김포공항의 매출과 이용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한·중·일 삼국이 직항 노선 개통에 합의한 것은 2002년이다. 이때부터 김포·하네다·홍차오공항 관계자들은 직항로 개통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김포~홍차오 노선이 개통되기까지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어진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에서 국내선으로만 사용되던 홍차오공항의 시설 공사다. 홍차오공항의 설비 보수 공사는 지난 9월에야 마무리 됐다. 또 하나는 김포공항에 새로 취항하는 국제 항로에 대한 정부 규정 때문이었다. 이 사장은 “반경 1,500km 이내, 인천공항과 노선이 없는 공항, 사증면제국가만 김포공항과 직항 노선을 개통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김포~하네다 노선을 2003년 개통한 것에 비해 김포~홍차오 직항로가 늦어진 이유다. 중국이 사증면제국가가 아니다 보니 진행 자체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외교통상부와 건설교통부로 찾아갔다. 담당자들을 만나 김포~하네다 노선 개통 이후 한국을 방문하는 사업가와 관광객 수가 크게 늘어 국익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통계를 보여주며, 김포공항 경영이 정상화 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올해는 한·중 수교 15년째라며 양국 정상회담에서 김포~홍차오 노선 문제를 다뤄 달라며 시간이 날 때마다 외통부 담당자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지난 2006년 국정감사에서는 공항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사증면제국가 조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국회의원들에게 설명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자 주무부서인 건교부와 외통부에서도 이 사장의 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정부 산하 단체인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서 정부 규정에 반하는 주장을 하고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절약하고 정부 자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다 보니 조심스럽게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 왔습니다.” 이 사장이 꿈에서도 바랐던 김포~홍차오 노선은 이런 곡절 끝에 드디어 개통됐다. 이 사장은 “김포에 중국 하늘이 열렸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제 한국과 중국, 일본의 최대 도시를 일일 생활권으로 묶어주는 동아시아 하늘의 트라이앵글 실크로드가 현실이 됐다”며 이 사장은 이번 노선 개통으로 김포공항의 위상도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포공항이 알짜배기 황금노선을 확보한 국제공항으로 거듭난 것이다. 이 사장은 내년에도 김포공항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10월 4일 발표한 남북 정상회담 합의문에는 내년 8월부터 백두산 관광을 시작할 것이란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수십만 명의 관광객들이 백두산을 찾을 것입니다. 이들은 전국 13개 지방 공항을 이용해 김포공항에 도착한 다음 백두산 삼지연 공항으로 출발할 것입니다. 김포공항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방 공항까지 활성화 될 수 있는 사업인 것이지요. 지난해 말에 남북 간 운행 항공기가 김포공항을 이용할 것이라는 통일부 지침을 받은 이후 꼼꼼하게 준비해왔습니다. 내년 8월이 아니라 당장 12월부터라도 비행기를 띄울 자신이 있습니다.” 이 사장은 앞으로도 김포공항 이용객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한다. “김포공항 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값비싼 시설입니다. 여기에 각종 시설과 장비를 28년간 운영, 유지해온 경험과 축적된 기술 노하우를 지닌 한국공항공사 직원들이 있습니다. 이를 최대한 활용해서 김포공항을 사람들이 붐비는 곳으로 바꿔 나가겠습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러 루블, 달러 대비 가치 2년여 만에 최저…은행 제재 여파
2“또 올랐다고?”…주유소 기름값 6주 연속 상승
3 정부, 사도광산 추도식 불참키로…日대표 야스쿠니 참배이력 문제
4알렉스 웡 美안보부좌관 지명자, 알고 보니 ‘쿠팡 임원’이었다
51조4000억원짜리 에메랄드, ‘저주받은’ 꼬리표 떼고 23년 만에 고향으로
6“초저가 온라인 쇼핑 관리 태만”…中 정부에 쓴소리 뱉은 생수업체 회장
7美공화당 첫 성소수자 장관 탄생?…트럼프 2기 재무 베센트는 누구
8자본시장연구원 신임 원장에 김세완 이화여대 교수 내정
9“‘元’ 하나 잘못 보고”…中 여성, ‘1박 5만원’ 제주도 숙소에 1100만원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