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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원<나주 남평 조합장> 대 최원병<경주 안강 조합장> 양자 대결

김병원<나주 남평 조합장> 대 최원병<경주 안강 조합장> 양자 대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란 옛말이 있다. 기업으로 치자면 최고경영자가 업무적으로, 도덕적으로 솔선수범해야 임직원들도 이를 따라 회사도 잘 굴러간다는 뜻이다. ‘비리 중앙회’란 오명을 쓰고 있는 농협중앙회의 가장 큰 문제도 바로 여기에 있다. 3대째 이어진 농협중앙회 회장의 비리와 구속은 농협 문제의 근원이다. 오는 27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주목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농협은 읍·면 단위로 조직된 1199개 회원조합(지역농협)과 이를 지원하는 농협중앙회로 이뤄져 있다. 농협중앙회는 원래 회원조합이 출자해 만든 회사로 사실상 240여만 명의 전국 조합원, 즉 농민들이 주인인 셈이다. 농협중앙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농촌 지원과 교육사업에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적’이 돼버렸다는 지적이 많다. 농촌을 지원하고 교육해야 할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 등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1199개 회원조합과 농협중앙회의 현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현재 1199개 회원조합 중 70% 정도는 경영수지 악화로 직원들 월급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회원조합 자체 역량으로는 농촌 지원이 불가능한 것. 이에 반해 농협중앙회는 매년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농민의 적?
이 같은 엄청난 이익을 바탕으로 농협중앙회는 매년 몸집을 키우고 있다. 지금은 몸통(회원조합)보다 머리(농협중앙회)가 큰 가분수가 됐다. 2006년 말 농협중앙회의 자산은 240조원으로 전체 회원조합보다 80조원가량 많은 상태다. 문제는 돈이 넘치는 농협중앙회가 농촌을 지원하는 경제 및 교육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농협중앙회의 전체 자산 중 95%인 220조원가량이 신용사업에 치중돼 있다. 경제와 교육사업은 1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인력도 신용사업에 집중돼 있다. 1만5773명에 달하는 농협중앙회 전체 임직원 중 76%가 신용사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상태다. 돈도 사람도 신용사업에만 몰려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농협중앙회는 지금도 신용사업에만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있다. 지난해 1000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증권사(NH투자증권)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도 외환은행, LG카드 등의 인수합병을 추진한 바 있다. 이처럼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은 매년 커가고 있는 반면 농산물 유통 등 농촌을 지원하는 경제사업은 쪼그라들고 있다. 매년 적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3년 549억원의 적자를 낸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은 지난해 1147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쪼그라들고 있는 경제사업이 그나마 농민을 위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농정연구원 한 연구원은 “돈도 사람도 신용사업에만 몰려 있는데 경제사업이 잘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고 “농산물 수매(계약재배)에는 소극적인 반면 쇠고기 수입 판매에 적극적인 것이 현재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라고 비난했다. 제 할 일 못하는 농협중앙회의 또 다른 문제점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판을 친다는 점이다. 지난 6월 국가청렴위원회가 566개 공공기관의 최근 5년간 비위면직자를 조사한 결과 농협중앙회가 72명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리 1위’의 공직유관단체로 뽑힌 셈이다. 또 최근 3년 새 농협중앙회와 회원농협 임직원들이 횡령한 사고금액만 700억원이 넘는다. 이처럼 도덕적 해이가 판을 치는 이유는 최고경영자에게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윗물이 맑지 못해 아랫물도 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협중앙회의 최고경영자인 회장은 개인 비리로 대를 이어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좌) 김병원 나주 남평 조합장 (우) 최원병 경주 안강 조합장

한호선 초대 민선 회장이 94년 3월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데 이어 후임인 원철희 회장도 재임기간 중 6억원의 비자금 조성과 3억여원의 횡령혐의로 구속됐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정대근 회장도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돼 징역 5년의 형을 확정받고, 회장직을 떠나야 했다. 전문가들은 농협중앙회가 제 역할을 찾고, 투명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도덕성과 구조개혁 노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인사권 등 막강한 권력을 쥔 회장의 역량과 도덕성에 따라 농협중앙회의 색깔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27일로 예정된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현재 자천타천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김병원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과 최원병 경주 안강농협 조합장, 최덕규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박성진 서울 강동농협 조합장, 신영출 경기 구리농협 조합장 등 5명 정도. 이 중 가장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은 전라남도 단일 후보로 뽑힌 김병원 조합장이다. 김병원 조합장은 ‘비리 왕국’의 오명을 쓰고 있는 농협중앙회를 개혁할 적임자로 꼽힌다. 본인 자신도 중앙회장이 될 경우 농협을 ‘진짜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 조합장은 경영 능력과 리더십이 탁월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조합장이 운영하는 남평농협은 지난해 12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국 지역농협 가운데 단연 최고다. 또 2005년에는 남평지역 농가당 평균소득이 340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는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4080만원)에는 모자라지만 농가 평균소득 3050만원보다는 350만원이나 더 높은 수준이다.
후보들 “구조개혁 반드시 필요”
대구 경북지역 후보로 나선 최원병 조합장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최 조합장은 강력한 업무 추진력과 친화력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1986년부터 무려 6선을 한 장수 조합장이다. 일부에서는 대구·경북지역 조합원이 많아 최 조합장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김 조합장이 농협중앙회 개혁을 기치로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받고 있어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일정


12월 12일 선거관리위원회 개회

13일 선거공고 및 후보자 등록 시작
14일 총회 소집 통지

16일 선거인명부 작성 마감

19일 후보자 등록 마감

20일 후보자 기호 추첨 및 후보자 등록 공고

21일 선거공보 및 투표안내문 발송
26일 선거인명부 확정

27일 회장 선거 및 당선인 공고
김 조합장은 “농협의 정체성을 찾겠다”며 출마의 변을 밝혔다. 그는 농협중앙회가 제 역할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 체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순환보직 폐지, 임금 차별화 등 생산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인사와 임금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조합장은 “회장이 할 일은 현장에서 농민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라며 “사업은 각 부문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책임에 걸맞은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 부실해지는 이유는 과도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에 있다”며 “순환보직을 폐지하고 인건비 차별화와 성과급제 도입 등을 추진해 사업 부문별 전문성과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조합 구조조정 및 발전방안과 관련, 그는 “협동조합은 자본이 아닌 인적 결합 단체인 만큼 부실 지역조합의 구조조정(통폐합)은 자율에 맡기는 것이 맞다”며 “현재 농협중앙회 전체 매출의 7%(3400억원) 수준인 교육사업비를 20%까지 늘려 지역조합의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의 신경분리(신용부문과 경제부문)에 대해서는 당장은 힘들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지금 당장 신경분리를 할 경우 농협중앙회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경제사업 활성화는 요원해진다.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사업이 제 궤도에 오를 때 분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최원병 조합장 역시 농협중앙회를 바로잡기 위해 조직 슬림화, 이사회 기능 강화 등 구조개혁을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개방으로 인해 농촌의 현실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농민들의 소득과 직결되는 농산물 판매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더욱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경분리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 조합장은 “충분한 준비 없이 신경분리를 한다면 협동조합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며 경제사업 활성화가 우선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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