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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안정할 때 ‘딱 걸렸네’

시장 불안정할 때 ‘딱 걸렸네’

▶지난해 8월 소매채권시장이 개장되면서 개인들도 쉽게 채권을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사진은 증권선물거래소의 소매채권 투자정보 화면.

연초부터 주식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부실과 유가 상승 등 악재들이 한국 증시를 억누르고 있다. 증시 약세가 계속되면서 최근 재테크 시장에서는 채권이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 값이 떨어지면서 연 7~8%의 투자수익률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채권 직간접 투자 방법과 고수익 투자 비법을 소개한다.
지난해부터 채권시장이 개인투자자에게도 활짝 열렸다. 그동안 채권시장은 은행 보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의 전유물이었으나 지난해 8월부터 소매채권시장이 열리면서 개인들도 직접 채권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기존의 기관 중심 채권시장에 개인투자자가 가세하게 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소액 단위로도 자유로이 매매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뜻이다. 소매채권시장이란 이름 그대로 호가 수량이 50억원 미만으로만 거래되는 채권시장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거래가 가능한 채권은 소액채권, 주식 관련 사채, 투자 부적격 회사채, 변동금리채, 외화표시채, 옵션부채권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채권이다. 주로 금융채와 통안채가 많이 거래되기는 하지만 금리 수준이 높고 신용도도 양호한 회사채도 인기다. 소매채권시장에 투자하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일반적인 주식 거래와 별반 다를 게 없다고 보면 된다. 자신이 원하는 채권을 선택한 후 원하는 호가와 금액을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나 전화를 통해 주문을 넣으면 되는 것이다. 과거에는 증권사 창구에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따랐으나 이제는 그럴 필요도 없다.


채권이란 정부, 공공단체, 기업 등이 일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일종의 차용증서다. 투자자가 채권을 사면 원금과 함께 미리 정해진 이자를 받는다. 채권은 발행주체에 따라 국채(정부)와 지방채(지방자치단체), 특수채(정부공사), 금융채(금융기관), 회사채(주식회사) 등이 있다. 채권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금리(또는 이자)다. 통상 금리와 채권 투자수익률은 반비례한다.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투자수익률은 하락하는 것. 하지만 채권은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과 함께 정해진 이자를 받을 수 있어 안전자산으로 분류된다.
또 투자하고 싶은 채권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한결 쉬워졌다. 대부분 증권사 HTS는 물론이고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에도 채권투자 관련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를 통해 실례를 들어보자. 지난 12월 28일 오전 9시8분 현재 ㈜두산이 발행한 회사채 중 만기가 8개월 20일 남은 것이 6.70%(단가로는 1만56원)에 5만원어치가 거래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제 분위기를 익혔으니 직접 투자하고 싶다면 홈페이지의 ‘발행정보’나 ‘투자정보’ 등에서 원하는 종목을 결정한 후, 증권사에 전화하거나 HTS를 통해 주문을 넣으면 된다. 물론 꼭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가 아니라 증권사 HTS 등에서 정보를 얻은 후 주문을 해도 된다. 가령 만기가 3년 남은 토지개발채권이 마음에 들어 증권사 HTS를 이용해 매수하기로 해 보자. 토지개발채권은 12월 28일 현재 6.86%(단가 9496원)에 매수호가 주문이 나오고 있는데, 이 채권의 코드를 HTS에서 확인해 입력한 후 이 가격(9496원)으로 원하는 금액만큼 주문을 넣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거래의 최소단위는 1000원이므로 1000원 이상만 있으면 원하는 채권을 원하는 금액만큼 살 수 있다. 다만 주식만큼 매도·매수세가 많은 것은 아니어서 원하는 호가에 원하는 금액만큼 모두 살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채권투자 방법 그 자체가 아니라 ‘왜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지’ ‘한다면 언제 어떤 종목을 할 것인지’일 것이다. 채권이 매력적인 이유는 안전성과 수익성이 공히 보장되기 때문이다. 물론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일 때는 주식의 수익성을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주식은 위험자산이기 때문에 사실 언제든 원금손실 리스크가 있는 반면 채권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원금과 이자를 받을 확률이 거의 100%다. 따라서 주식시장이 딱히 상당한 강세를 보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경우에는 주식 시세를 매일같이 확인해 가며 안절부절못하기보다는 시간이 가면서 저절로 이자가 붙는 채권에 투자해 봄 직하다. 안전하기는 은행 예금도 마찬가지인데 왜 채권에 투자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가질 만하다. 그 이유는 채권을 잘만 고르면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도 높고 환금성도 좋기 때문이다. 채권이 은행 예금보다 수익률이 좋을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투자금액 1억원을 갖고 1년 금리가 5%인 은행의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경우와 매입수익률 4.81%(표면 이자율 3.0%)인 1년 만기 채권(할인채)에 투자하는 경우를 비교해 보자. 1년 뒤 수익성을 비교해 보면 예금은 423만원의 세후 수익이 나는 반면 채권은 433만원의 세후 수익이 나게 돼 실질적으로 채권투자가 더 유리함을 알 수 있다.
예금과 달리 중도환매 제약 없어
예금 수익률이 0.2%포인트나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나오게 된 것은 채권은 쿠폰 이자(여기서는 원리금의 3%)에 대해서만 세금이 붙는 반면 예금은 약정이율(여기서는 원금의 5%) 전체에 대해 세금이 붙기 때문이다. 이 사례를 보다 구체적으로 직접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예금의 경우는 계산이 간단하다. 1년 뒤 이자가 500만원이 붙는데, 여기에 세금 15.4%(77만원)가 떼이므로, 결국 세후 이자수익은 423만원이 된다. 반면 채권의 경우는 약간 복잡하다. 우선 1억원으로 매입할 수 있는 채권 수량은 1억481만원이다(할인채로서 금리가 4.81%이기 때문임). 즉 1억원어치 채권을 사자마자 481만원의 이자가 일단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세금은 원리금 1억481만원에 대한 쿠폰 이자액인 314만4300원에다 세율 15.4%를 곱한 48만4200원이 된다. 따라서 결국 세후 이자수익은 432만6000원(481만원-48만4000원)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채권의 매입수익률이 은행 예금금리보다 낮더라도 실제 세후 수익률은 높은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일이 위와 같은 계산을 해 가며 은행 예금과 비교해 봐야 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우 번거로울 것이다. 그러나 그런 걱정은 놓으시라. 증권선물거래소 홈페이지나 증권사 HTS가 알아서 채권의 투자수익률을 은행 예금금리로 환산해 비교해 주기 때문이다. 가령 앞서 언급한 ㈜두산 채권의 경우 매입수익률은 6.70%인데, 세금을 떼고 난 세후 수익률은 5.54%로 나타나고 이 수익률은 은행 예금으로 보자면 6.54%(세전)의 상품과 같은 것이라고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따라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실제 시중은행들이 제시하는 예금금리가 6.54% 이상이면 그것에 가입하고 그 이하면 ㈜두산 채권을 사는 것이 수익성에서 낫다는 간단하지만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게다가 이 사례에서 ㈜두산의 채권은 1년 예금금리에 비해 만기가 8개월밖에 안 되기 때문에 유동성 제약이 더 적다고 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정기예금은 가입금액과 중도환매에 제약이 있지만 채권은 그러한 제약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또한 일단 채권 매수 후 보유하고 있는데 시장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중도매각을 통해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는 보너스도 존재한다. 이처럼 채권은 주식보다 안전하면서도 예금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제공한다. 물론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채권을 사려면 회사채와 같이 약간의 신용위험을 질 필요도 있겠으나 모든 회사채가 투자적격 등급이므로 사실상 부도의 위험은 매우 작다. 만일 조금의 부도 위험조차 지고 싶지 않다면 과세 측면에서 크게 유리한 국민주택채권(재경부가 발행하는 국공채의 일종)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끝으로 채권의 투자 시기는 시장 실세 금리가 고점에 달했을 때다. 지난해 12월 초가 최적의 시기였던 것 같지만 금리 상승 추세를 감안하면 올 1분기까지도 괜찮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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