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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가 기업과 손잡을 때

환경단체가 기업과 손잡을 때

두 단체가 함께 일하리라곤 상상하기 힘들었다. 그런데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환경단체 중 하나인 세계야생생물기금(WWF)과 세계 최대의 건축물 자재 공급업체인 프랑스의 다국적 기업 라파즈가 손을 잡았다. WWF는 라파즈와 3년간의 약정을 맺고 탄소배출 감소를 자문해주고 매년 200만 달러를 받기로 했다. 라파즈로서는 긍정적인 홍보효과가 크다. 그러나 과연 환경 개선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라파즈는 온실가스 문제에서는 평판이 나빴다. 지난해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라파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990년 이래 19% 증가했다. 중국에서 시멘트 공장 여러 개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WWF는 다른 비영리 단체들처럼 기업체와 협력하기로 한 결정을 당연히 고심하게 된다. 산업체 협력담당 부서 책임자인 마리아 불로스는 “기업체들과의 협력은 시장의 움직임과 최대의 영향력을 고려한 경제적 판단에 따른다. 그러나 때로는 한밤중에 깨어나 우리가 잘한 일인지 의심하게 된다”고 말한다. 사실 어려운 문제다. 환경문제가 심각해진 요즘 기업체와 환경단체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수단으로 대결이 아니라 협력을 택한다. 투자자들과 소비자들의 압력 외에도 새로운 규제의 봇물 때문에 기업들은 생태계 문제를 더 이상 무시하기 힘들게 됐다. 그리고 그런 현실은 때로 기업들에 사업성이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었다. 예컨대 환경파괴의 위험이 없는 원자재 공급원 개발이나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는 분야가 그렇다. 환경친화적인 상품과 용역의 국제교역 규모는 2015년 45% 증가해 8000억 달러에 이르리라고 전망된다. 그런 혜택은 또 기업에만 돌아가지 않는다. 한때 그린피스를 이끌었으며 지금은 시드니에 본사를 둔 환경 컨설턴트업체 대표 폴 길핀은 “과거 사람들은 환경주의자거나 돈을 버는 기업체에 속했지만, 지금은 그런 인위적인 구분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 회사의 주요 고객 중에는 거대 화공업체인 듀퐁과 포드자동차도 있다. 길핀과 다른 많은 사람은 기업체의 환경단체 후원은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환경단체로선 한때 적대시하던 기업과 사이좋게 지내는 타협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 환경단체 엔바이런멘털 디펜스의 사무실이 아칸소주 벤턴빌의 월마트사 본사 건물에 있다는 사실은 기업과 환경단체가 잘 지낸다는 요즘의 추세를 말해주는 상징이다(현재 월마트에서 신선한 생선을 사는 사람들은 환경단체의 덕을 보는 셈이다). 이 단체의 기업 파트너십 담당 그웬 러타 국장은 “점차 많은 기업이 이를 성공사례로 인식하면서 동참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런 관계가 주는 매력은 분명하다. 월마트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 이 회사에 물품을 공급하는 전 세계의 6만 회사들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생긴다. 스타벅스 커피 체인점과 10년 가까이 협력해온 미국의 환경단체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의 글렌 프리켓은 “우리가 터득한 한 가지 교훈은 공급망의 힘이다. 전 세계에 우리의 주장을 전하는 힘 말이다.” 이 단체 덕택에 스타벅스 커피의 약 60%는 환경보존과 사회적인 목표를 준수하기로 한 재배업자들로부터 공급된다. 기업체가 주는 보조금은 다른 일의 자금이 되기도 한다. 가구주방용품업체 이케아는 환경친화적 목재 공급의 문제를 고민하면서 환경단체 열대우림연맹에 조언을 구했다. 이 단체는 연간 수입의 약 25%를 환경파괴 없는 지속적인 원자재 공급망 인증을 통해 충당하며, 이 자금은 전 세계적인 삼림자원 보호 사업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WWF가 2006년 기업체들로부터 받은 돈은 기부금과 자문료를 합해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실용주의의 승리다. 프리켓은 “우리는 가끔 컨설턴트의 역할도 하지만 우리의 본업은 자원보존”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변화를 모색하면 그 회사의 기부금은 받아도 무방하다. 컨서베이션 인터내셔널은 벌들의 서식지를 보존하라는 ‘관대한 기부금’이 고마워 최근 맥도널드가 제작한 ‘벌 영화’ 행복한 식사의 개봉을 적극 도왔다. 어린이들이 집 뒤뜰에서 환경을 공부하도록 권장하는 영화다. 그러나 문제는 도덕성과 독립성을 저해할 위험이 상존한다는 점이다. 기업의 후원금을 받는 환경단체들이 기업의 부당한 행위를 지속적으로 규탄하겠는가가 문제다. 기업체와 협력해야 할 명분이 아무리 그럴듯하다고 해도 대중이 납득하기는 힘들다. 국제적인 환경 컨설턴트 업체인 엔바이런멘털 리소시스 매니지먼트사의 톰 울라드는 “팝스타가 정치인을 대동하고 등장하는 경우와 같다. 정치인은 일시적으로 신뢰도가 올라가겠지만 팝스타의 매력은 약간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대규모 환경단체들 중 그린피스는 아직도 기업체의 후원을 거의 받지 않고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사업자금을 충당한다. 그러나 많은 환경단체가 기업체의 후원에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구의 벗(Friends of the Earth)’은 환경친화적인 기업체들과만 협력한다(최근에는 유로스타 고속철도 광고에 이 단체의 지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했다). 엔바이런멘털 디펜스는 자동차나 폐기물 처리 분야 기업체들의 기부금은 받지 않으며, 기업체 후원금은 운영예산의 3%로 제한한다. 그웬 러타는 “우리의 유일한 고객은 환경이며 기업은 우리의 동맹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의론자들은 환경단체가 기업과 동맹을 맺을 때는 극도의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의 로비단체 코퍼리트 에틱스의 마이클 맥스는 선의의 환경단체들이 쉬이 이용당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약삭빠른 기업체들은 여러 분야에서 스스로 좋게 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환경단체와의 관계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미지만 올리려 한다는 얘기다. 맥스는 “월마트는 노사관계나 지역사회와의 마찰로 생기는 나쁜 이미지를 회석시키려고 환경에 관한 좋은 평판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들은 역할을 늘리고 자금을 확보하려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 불순한 후원금에 의존할 위험이 있다. 영국의 대표적인 환경운동가 조지 몬비오트는 “현재 많은 환경단체가 전적으로 기업체의 후원금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지구를 살리는 일에는 돈이 많이 든다. 2006년 WWF의 전체 예산은 6억3600만 달러에 이르렀으며 추진 사업은 1300개 이상으로, 그 항목 중에는 식목과 세계은행 로비까지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다국적기업들이 자신들의 몫을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행태를 변화시키려면 협력 이상의 관계가 필요하다. NGO들보다 정부가 아직은 더 강하다. 기업들에 강제적인 수단을 행사하는 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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