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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원부와 공동기획 ‘최고의 부품기업 현장 리서치’] “음악 나오는 머플러 개발해요”

[산업자원부와 공동기획 ‘최고의 부품기업 현장 리서치’] “음악 나오는 머플러 개발해요”

▶세종공업 기술연구소에서 머플러 소음 측정을 하고 있다.

생산 현장을 리서치하기 위해 기아자동차 기획실 정연국 부사장을 만났을 때 그는 ‘부품전문업체가 한국적이냐, 세계적이냐를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부품회사를 이끌고 있는 경영진의 시각과 사고방식이 한국적이라면 이미 현대·기아차와 공생해야 할 업체로 자격 미달이라는 의미였고, 최소한 세계적인 감각과 경쟁력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함께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정 부사장은 이렇게 강조했다. “결국 현대·기아차가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는 부품 협력회사가 세계적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도요타자동차를 경쟁 대상의 하나로 삼고 있습니다만 도요타는 덴소(Denso)사와 같은 세계적인 부품회사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 자체만으로도 도요타의 경쟁력입니다. 그건 뭘 얘기하느냐, 우리는 아직도 도요타에 비해 부품 협력회사의 품질 경쟁력이 열세에 있는 게 사실이고, 그래서 앞으로 부품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화하는 데 역점을 둬서 세계적인 부품전문회사를 반드시 두겠다는 겁니다. 그런 업체로서 가능성이 있는 회사들이 5스타 인증을 받은 업체고, 그중에 한일이화나 세종공업이나 한라공조, 성우하이텍, 한국 보그워너 같은 13개 업체를 주목하고 있는 겁니다.” 세계적인 부품회사를 만들자면 현대·기아차는 물론 여타 완성차 메이커들의 인식이 변해야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을 때 그는 단호히 ‘현대·기아차만큼은 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모든 협력업체에 현대·기아차 의존율을 떨어뜨리라고 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다른 자동차에 공급하면 우리하고는 이혼할 각오를 하라’고 했지만 상황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키우고 육성하고 기술개발시켜줬다고 해서 그 사람들을 우리한테만 종속하게 해서는 한계가 있을 거다, 그러니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납품을 해라, 수출도 해라, 그렇게 해서 부품회사 스스로 규모를 키우라고 독려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상당한 능력이 있는 부품회사들은 직접 수출을 하고 있고, 효과도 나타나고 있어요.” 실제로 정 부사장은 170개 업체가 GM대우차의 부품을 같이 생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렇게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협력회사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고, 경영이 안정되니 품질개발도 더 적극적이고 기술 개발에도 투자여력이 생기더라는 것이다.
머플러 없는 시대 준비해야
세종공업은 1976년 창업 이후 30년이 넘도록 줄곧 소음기와 정화기, 그리고 차체품을 중심으로 고집스럽게 한 우물을 파오면서 세계적인 머플러 전문생산업체로 부상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배기가스 오염도가 높아지고 환경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 이슈가 되면서 고민이 쌓이기 시작했다. 물론 세종공업의 기술력이나 머플러 경쟁력은 변화가 없고 품질본부를 맡고 있는 이석길 이사의 설명처럼 이미 ‘소리의 품질’ 연구에 들어갔다고 할 만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10년을 주기로 본다면, 소음의 효과는 20% 이상 향상됐다고 보면 됩니다. 그만큼 소음이 없어졌다는 얘기지요. 엔진은 갈수록 출력이 세게 나옵니다. 신규 엔진이 개발되면 소음 출력은 더 높죠. 소음은 거의 줄어들지 않거든요. 출력과 소음은 비례하니까요. 근데 출력이 높으면서도 소음은 더 낮아지게 했다는 것이 바로 머플러의 발전이고 세종공업의 기술력이라고 보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거기서 멈출 수 없다 해가지고 음악이 있는 머플러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머플러에서 소음을 제거하는 게 아니라 음악이 나오게 개발을 한다는 겁니까?
“고민을 시작한 거지요. 예를 들어 스포츠카는 그들만이 좋아하는 소리가 있어야 되고 점잖은 고급 세단은 또 거기에 어울리는 음색이 있단 말입니다. 아이디어를 너무 공개하면 안 되니까 연구에 착수했다는 말씀만 드립니다만 국내외 어느 부품 전문회사에서도 아직 접근을 못하고 있지요.” 그러나 세종공업의 근본적인 고민은 생각보다 깊었다. 음악이 있는 머플러는 새로운 제품 개발이 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 머플러가 세종의 주력 제품일 수 있겠느냐 했을 때는 대답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대차에서 30년 동안 승용차 생산본부장과 울산 공장장(부사장)까지 지낸 한상준 사장도 고민이 깊다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앞으로 머플러가 전망이 계속 좋을 거냐, 의문이 좀 있어요. 자동차가 성장하는 거에 비해 전자부품이라든지 이런 거는 계속 포션이 늘어나는데 머플러는 그렇지 못해요. 자동차 생산량하고 거의 같이 가요. 그런데다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전기자동차가 보편화되면 머플러가 필요 없게 되는 시점이 온다 이거죠. 이게 핵심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어떻게 지속성장을 할거냐, 이런 고민이 있는 거죠. 1000여 명 식구가 열정을 쏟고는 있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장기적으로 보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여간 고민이 많은 게 아니지요.”
바이오센서까지 깊숙이 연구


-거기에는 동의하기가 어려운데요? 전기자동차든 수소차든 보편화한다면 거기에 필요한 새로운 부품이 만들어져야 할 것 아닙니까. 세종공업의 연구진과 기술력이 얼마든지 활로를 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세종을 높이 평가해줘서 고마운데요, 이미 세종의 주력 제품하고는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전기자동차와 관련한 부품회사가 있는 거지요. 물론 우리도 대안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현대·기아차의 62%를 납품할 수 있겠느냐, 매출이 지난 30년처럼 향후 30년도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 그런 고민을 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앉아서 죽지는 않아요. R&D 기술은 외국회사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지만 제조기술은 테네코나 프레시아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으니까 우리의 영역을 좀 더 넓힌다면 돌파구가 없는 것도 아니니까요.” 테네코사(Tenneco’s Monroe Auto Equipment)는 자동차의 운행 중에 비, 눈, 모래는 물론 염화칼슘 등에 쇽업쇼바(Shock Absorbers)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도록 부식 방지를 위한 최상의 공정을 연구해 유명해진 회사다. 그런 회사에 제조기술이 뒤떨어지지 않는 정도라면 미래가 어둡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R&D를 늘리는 것 외에 해외사업 본부를 키우고 있거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대안을 소개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얘기 나가면 진짜 골치 아파요. 물론 해외사업 본부도 키우고 있고, 현대차와 정부 자금을 받아서 수소차 시대에 대비해 바이오센서까지 깊숙하게 연구 중이고, 물 처리 분야도 어느 정도까지 연구에 들어갔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그거죠. 물론 자동차가 어느 날 갑자기 일시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지금도 신차들은 계속 머플러 달고 나와요. 그렇잖아요? 거기다가 우리는 세계 시장만 생각하고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3위 안에 들어야 한다고 해서 후진국 시장은 눈에 잘 안 보이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후진국에서는 머플러 붙은 차를 탄단 말입니다. 다만 머플러가 완전히 제로가 되리라는 예상을 하고 목표는 지속성장을 전제로 나가야 되겠다는 거지요.” 세종의 기술력이나 생산능력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할 수 있을 거 아니냐고 반문했을 때 한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이미 자동차 부품을 더 합시다 하기엔 힘들죠. 세종의 능력이 안 된다는 얘기가 아니고 이미 영역 결정이 다 되어 있기 때문에 빼앗아 올 수도 없고 빼앗길 놈도 없다 이겁니다.” 그러면서 세종공업의 미래를 예측해볼 수 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지난 30년 동안 회장님(박세종)이 만들어 놓은 세종의 얼굴이 있더라고요. 그게 한눈 안 팔고 외곬으로 해왔다는 겁디다. 보통은 세종 정도가 되면 땅투기를 하거나 현금 장사를 해요. 어음 없이 현금 받고 파는 그런 사업으로 눈을 돌리지요. 근데 머플러만 후벼 팠어요.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게 성장했고, 기술력도 상당 수준 올린 겁니다. 아마 세계 최고가 될 때까지는 머플러가 주력 제품에서 흔들리지 않을 겁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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