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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 호황 끝났다

세계 경제 호황 끝났다


제2의 대공황

NOURIEL ROUBINI 호황과 불황은 자본주의의 속성이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뒷받침하는 사실이다. 많은 경우 철도나 인터넷 등 기술혁명이 원동력이었다. 그래서 거품, 사기, 그리고 최후의 손실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혁명이 모태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 일어난 위기는 두 가지 중요한 측면에서 그런 과거의 사례와 다르다. 첫째, 주택 분야에는 어떤 식의 기술혁명도 없었다. 집 짓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50년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위기에서 혁신이 일어났던 곳은 금융분야다.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장부에 기록하던 방식에서 그것을 발생시킨 후 증권화하고 분산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주택담보대출 보유 위험을 은행에서 자본시장으로, 미국에서 세계경제로 분산시켜 체제 전반의 위험(systemic risk, 금융기관의 연쇄적인 파탄으로 금융체제 전체가 마비되는 위험)을 줄이자는 구상이었다. 물론 현재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서 보듯이 그 위험은 금융시장 전반에 파급돼 실질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내 생각에는 1987년보다 상황이 나쁘다. 당시에는 주가만 폭락했다. 1980년대 말의 저축대부조합 위기보다 나쁘다. 당시에는 대체로 주택대부조합과 상업용 부동산 분야까지만 문제가 확산됐다. 1998년의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 위기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때는 유동성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지급불능 문제다. 2000년과 2001년의 닷컴 거품붕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당시에는 문제가 대부분 첨단기술 분야에 국한됐고 경미한 경기후퇴만 있었다. 이번 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에 필적한다. 물론 현재로서는 대공황에 크게 못 미치지만 체제 전반의 위험과 금융시장 붕괴 위험의 관점에서 견줄 만한 사건을 찾으려면 그때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필자는 뉴욕대 스턴 비즈니스 스쿨 경제·국제경영학과 교수다.]
되풀이되는 잘못

KENNETH ROGOFF 현재의 사태는 전혀 특별한 일이 아니며 과거 금융시장이 저지른 과오의 전철을 그대로 따른다. 메릴랜드대 카멘 라인하트와 공동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금융위기의 수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금융체제에 가해지는 최초 충격의 규모다. 안타깝게도 그것을 아직 모른다. 단지 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생긴 손실(3000억~4000억 달러로 추정)에 그친다면 아주 심각하다기보다 중간 규모의 위기다. 1980년대 말의 주택대부조합 위기와 엇비슷한 규모다. 그러나 경기둔화가 깊어지고 손실이 신용카드, 고수익 회사채와 기타 주택담보 대출로 확산되면 훨씬 더 심각해질 가능성도 있다. 아직은 뭐라 말하기 이르다. 미국 경제는 지금 당장은 아마 약간의 마이너스 성장을 겪는 듯하다. 중국의 경기둔화나 중동의 지정학적 문제 같은 악재만 없다면 미국이 경미한 경기후퇴를 겪은 후 연말께는 회복세로 돌아서지 싶다. 나머지 다른 나라들도 약간의 고통을 느끼겠지만 글로벌 경제 전체가 경기후퇴에 빠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아주 취약하다는 점이다. 독감에 걸린 사람이 한 주 내내 잠도 제대로 못 잤다고 보면 된다.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떨어졌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지나기에는 1년은 너무 길다. 안타깝게도 집값 거품 붕괴의 저변을 이루는 문제와 생산성 향상의 뚜렷한 둔화를 감안할 때 정책 당국이 취할 만한 조치는 많지 않다. 미국의 이번 경기부양 대책은 예산문제를 악화시켜 차기 대통령의 손발을 묶을 뿐 아니라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 될 듯하다. [필자는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다.]
미국은 이미 경기침체다

STEPHEN ROACH 국경무역 확대를 통한 세계화를 믿느냐 아니면 탈동조화를 믿느냐. 양자택일의 아주 간단한 문제다. 그러나 양쪽 모두 논리적인 모순이 있다. 아시아 개도국들보다 해외무역에 의존해 성장하는 지역은 세계에 없다. 수출이 지역 전체 국내총생산의 42~43%를 담당한다. 기록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개인소비는 48%로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런 지역 경제가 어떻게 독자 행보를 보일까. 탈동조화론자들은 중국과 인도의 수많은 젊은 소비자를 가리킨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의 지난해 지출액 9조5000억 달러를 떠올려 보자. 같은 해 중국인 소비자는 약 1조 달러를 썼고 인도인들은 6500억 달러 정도였다. 미국인들의 소비력은 아직도 이 새로운 ‘친디아’ 소비자의 여섯 배다. 미국 소비의 대폭적인 감소를 중국인과 인도인이 메운다고 보기는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미국의 소비지출은 분명 앞으로 상당폭 감소한다. 미국은 경기침체에 빠졌다고 본다.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 비율이 미국은 72%(기록)인 반면 아시아 신흥지역은 48%다. 주택시장은 미국의 소비뿐 아니라 신용거품까지 키웠다. 이제 둘 다 거품이 터졌다. 소비자들은 이제 옛날 방식으로 소득의 일부를 저축해야 하며 국내총생산 대비 소비의 비율은 지난 25년간의 추세선인 약 67%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그것은 큰 변화며 그렇게 해야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시정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면적인 경기침체가 발생해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깊게 오래 지속되면서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도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은 간신히 모면하며 아시아의 상당 국가들은 성장부진을 면치 못하게 된다. [필자는 모건 스탠리 아시아의 회장이다.]
억울한 피해자들

ROBERT J. SHILLER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계속 불러일으킨 지난주의 시장혼란도 알고 보면 놀랄 일은 아니다. 세계는 현재 지난 100여 년래 최대의 부동산 거품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현재의 상황을 역사에 비유한다면 아마 1920년대와 30년대에 생겼다가 꺼진 거품이 가장 어울린다. 1925년에 이르는 4년 동안 실질 주택 가격이 19% 오른 후 1925~1932년 13% 떨어졌다. 그에 비해 1997~2006년 실질 주택가격은 85% 상승한 후 지금까지 하락한 폭이 10%에도 못 미친다. 1920년대의 거품은 부분적으로 라디오의 보급, 자동차의 대량생산 등 기술향상이 낳은 기대감에서 비롯됐다. 사람들이 운전을 하기 시작하자 앞으로 땅이 부족해지리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게다가 지금처럼 저리의 신용대출까지 폭발적으로 늘었다. 실제로 대공황 때 주택담보대출의 미상환이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당시에는 정부가 대규모 공공정책을 도입해 주택소유자들을 구제하는 등 훨씬 더 많은 충격 완화조치를 취했다. 반면 부시 정부는 한 일이 거의 없다. 그것이 문제라고 본다. 보통 시민이 그런 고통을 당하게 내버려 둔다는 발상은 부당하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의 무고한 피해자가 많다. 정부가 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 이번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자는 예일대 경제학 교수이며 매크로마케츠의 공동창업자다.]
탄력이 떨어졌다

JIM O'NEILL 2000년대 내내 주요 개도국의 강점을 주장하는 글을 써왔지만 올해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물론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 브릭스(BRICs)라 불리는 4대 신흥시장의 전체적인 전망은 아직도 밝다. 하지만 좀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핵심 주제어는 ‘가치평가’다. 신흥시장 자산 가격은 그동안 꾸준히 큰 폭으로 올라 더 경이로운 상승이 가능하리라는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제는 중국과 인도의 자산이 싸지 않다. 양국과 관련해 어떤 종류든 실망스러운 뉴스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그러나 탈동조화론도 있지 않은가. 중국의 수요확대 덕택에 신흥시장들이 미국의 불경기 여파도 거뜬히 이겨낼 뿐 아니라 번창하기까지 한다는 주장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멀었다. 2007년의 경우처럼 미국의 성장이 전체 추세에 약간 못 미칠 때 중국과 세계의 탈동조화를 논한다면 모르겠다. 하지만 경기침체 때는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미국은 전 세계 경제의 30%를 담당하며 중국은 7%에 불과하다. 지금으로서는 재동조화(recoupling) 추세라고 나는 본다. 세계는 미국의 경기침체를 무시하지 못한다. 게다가 최근 통계를 보면 중국의 성장탄력이 떨어지는 추세임이 꽤 뚜렷하게 드러난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경제성장의 55~60%를 담당한다. 계산기까지 두드리지 않아도 올해는 신흥시장이 적당한 투자처는 아니다. 어쩌면 선별적인 투자는 괜찮을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은 얼마 동안 브릭스에서 잠시 눈을 돌릴 때라고 말하고 싶다. [필자는 골드먼 삭스의 신흥시장 담당 선임 경제분석가다.]
후반엔 회복한다

HOLGER SCHMIEDING 먼저 금융시장과 신용시장이 기능을 멈추더니 이번에는 주식시장의 ‘미니 폭락’이 있었다. 이 이중충격으로 전 세계 경제가 타격을 입을 듯하다. 그러나 유럽은 비교적 여건이 좋아 그 여파에 대처하고 그후 정상을 되찾기에 유리하다. 신용위기로 돈을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다행히 유럽의 많은 기업은 자본력이 탄탄해 성장의 큰 부분을 저리 자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유로화 통용권 15개국의 대다수 가구는 영·미 소비자들보다 지출을 융자에 의존하는 비율이 낮다. 주식시장 불안도 마찬가지다. 유럽의 주요시장 주가는 올해 14% 정도 떨어졌다. 시장이 불안정하면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가 더 어려워 공장 건설이나 근로자 고용을 기피하기 쉽지만 유럽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지난주 주가가 급락할 동안 기업인들의 경기전망이 독일에서는 약간 좋아지고 프랑스에서는 보합세를 유지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소비지출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유럽에서는 이런 현상이 미국보다 적게 나타났다. 미국인들은 주식투자에서 1달러를 잃을 때 소비를 2센트 줄이는 반면 독일인과 프랑스인들은 그 액수가 1센트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2008년 초에는 유로존의 성장률이 아마 2% 추세선 훨씬 아래로 떨어질 듯하다. 스태그네이션 위험이 심각하다. 그러나 그런 부진은 일시적이다. 유럽 대다수 국가의 국내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외부 충격은 올해 후반 소멸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또한 유로존이 2008년 말 실질적인 성장세로 돌아선다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 [필자는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유럽경제 책임자다.]
시장과 정부의 줄다리기

MOHAMED A. EL-ERIAN 미국의 주도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져든다는 우려가 팽배했다가 마침내 정책 당국이 대응에 나섰다는 기쁨이 확산되면서 지난주 채권과 증권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런 주가 급등락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첫째, 걱정스러운 경제·금융 추세와 정부 대응책 간의 줄다리기가 진행 중임을 말해준다. 둘째, 시장 참여자와 정책 당국 모두 극도로 유동적인 상황을 헤쳐나가지만 반응속도가 얼마나 다른지를 보여준다. 끝으로 글로벌 경제변혁과 금융혁신으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진 반면 시장과 정책적 인프라는 얼마나 뒤떨어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세계는 이제 대대적인 따라잡기 노력에 착수했다. 미국은 재정정책과 긴급 금리인하 조치를 통해 경제가 직면한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했음을 보여줬다. 동시에 지난 몇 주 사이 커다란 손실을 입었다고 발표한 주요 월스트리트 기업들(예를 들어 시티그룹과 메릴린치)의 신임 최고경영자들도 나름대로 더 단호한 조치를 취한다는 증거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어느 쪽 사례를 보나 대응조치를 취하려는 의지만큼은 거의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반드시 높은 변동성 단계가 끝났다는 신호는 아니다. 의당 그 영향을 둘러싼 의문이 남는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안전띠를 단단히 조이는 편이 안전하겠다. [필자는 핌코의 공동최고경영자이자 공동최고정보책임자다. 하버드 매니지먼트의 사장 겸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재앙은 겹쳐 오는 법

RUCHIR SHARMA 시장에 악재가 올 때는, 햄릿의 표현을 빌리자면 “척후병 하나가 아니라 무리 지어 몰려든다.” 몇 달 전부터 미국 경제와 관련해 갈수록 좋지 않은 소식이 흘러나왔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신흥시장에 막연한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들은 과거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하지 못한다. 중국 같은 시장의 정책 당국자들은 미국의 경기둔화보다 인플레 억제를 더 걱정한다. 그럴 만한 까닭이 있다. 5개 개도국 중 4개국에서 물가가 상승하며 지난 6개월 사이 평균적으로 2%포인트 가까이 높아졌다. 많은 나라에서 이제 인플레가 허용 한계치를 넘어섰다. 5%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그 한계치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에서 발표된 지난해 12월의 통계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6.5%에 달해 10년래 최고치에 근접했다. 식품가격 상승이 물가상승의 80%를 차지했다. 중국의 물가급등으로 촉발된 불만이 확산된다. 따라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정책당국이 가격통제 정책을 실시한다. 좋은 소식은 식품분야를 제외하면 인플레 압력이 높지 않으며 더 확산된다고 볼 만한 근거도 없다는 점이다. 생산성 증가율도 여전히 높고 임금 상승률은 생산량 증가율보다 낮다. 그러나 높은 성장과 낮은 인플레가 받쳐줘야 시장이 호황을 맞는다. 지난 5년간의 세계 경제환경이 바로 그랬다. 미국이 경기침체의 벼랑 끝에 선 마당에 이제 2000년대 세계 성장을 주도한 신흥시장이 그 틈을 메워줘야 한다. 90년대 말 아시아 경제위기 후 미국이 그랬듯 말이다. 당시 미국 FRB는 금리를 인하해 신흥시장발 충격파를 완화시켰다. 그러나 중국을 비롯한 신흥경제국들이 경기를 끌어올리기보다 인플레 억제에 정신이 팔려 있으니 식품가격 인플레 우려가 사라질 때까지는 신흥시장 증권시장의 호황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필자는 모건 스탠리 투자운용사의 글로벌 신흥시장 책임자다.]
지금이 투자할 때다

BARTON BIGGS 세계는 19세기 또는 20세기 초반의 구식 금융공황에 빠졌다. 오늘날의 투자자들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탐욕과 공포에 휘둘리는 인간들이다. 회계사와 감사도 인간들이며 나태와 비리를 저지른 과거 때문에 놀림을 받는다. 나는 그들이 과잉반응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짙게 든다. 은행 고객들이 보유한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증권의 손실액을 크게 평가하는 식으로 말이다. 소송 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는 모두가 소송에 걸릴까 덜덜 떤다. 그런 평가손 때문에 장부가액이 줄어 소득이 크게 감소하고 금융회사의 주가가 폭락한다. 예전의 금융위기 때도 이런 일이 있었다. 때로는 나중에 장부가를 다시 올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는 1990년대 말 아시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기의 규모가 훨씬 더 크며 평가손이나 평가익 모두 훨씬 더 많을지 모른다. 이는 이번 위기가 확산되어 미국과 세계경제가 일본처럼 장기간의 침체와 위축에 빠져드느냐에 크게 좌우된다. 그렇다면 현재의 보수적인 평가가 결과적으로 정확한 셈이다. 한편 미국의 ‘당국자들’(FRB와 정부)은 현재 유동성을 풀고 예산지출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 한다. 유럽 금융제도가 미국이나 다름 없는 어려움에 처했는데 안타깝게도 유럽중앙은행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된 모양이다. 올해, 미국 더 나아가 세계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져드느냐 여부가 파국을 피하는 또 다른 요소다.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며 실제로 이미 그렇게 됐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 경기가 가라앉으면 세계 경기가 침체에 빠지고 부채에 기초한 금융상품 위기가 또다시 촉발되기 쉽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미국과 세계의 통계자료를 보면 경기침체 주장과는 맞지 않는다. 한편 미국·유럽·일본의 주가는 우리가 사용하는 어떤 척도로 평가해도 싸다. 신흥시장 주식은 변동성이 크지만 훨씬 더 높은 성장 전망을 감안할 때 매력적이다. 요즘처럼 경제의 파국이 신문 1면을 장식할 때 나는 비관적인 전망과 정반대로 투자하는 편이다. [필자는 뉴욕에 있는 트랙시스 파트너스 헤지 펀드의 대표다.]
자본부족은 아니다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 미국의 신용위기는 1990년대 일본의 금융위기와 다르다.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유동성 위기와 자본 위기의 차이점이다. 과거 일본이 경험했던 자본부족이라는 체제 전반의 위험은 없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유사점도 있다. 예를 들어 문제는 거품 해소가 아니라 은행의 부실관리였다는 사실이다. 유동성 부족은 중앙은행이 대처하기 쉽다. 지난주 FRB의 조치가 그 증거다. 좀 더 일찍 움직였으면 좋았겠지만 대체로 옳게 대응했다. 문제는 이번 일로 자본부족 사태가 일어나느냐는 점이다.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시티그룹의 예를 보자. 지난주 증자에 250억 달러의 투자자본이 몰렸다. 금융 부문의 증자 규모가 엄청나다. 그러나 이는 아직도 자본이 있으며 현재의 유동성 부족이 자본 부족으로 발전하지 않았음을 나타낸다. 더 큰 위험은 두 번째 문제다. 후반기 가계소비에 미치는 영향과 거시경제의 둔화다. 이런 거시경제적 영향은 금융 위기보다 더 심각하다. 탈동조화는 믿지 않지만 미국의 경기둔화는 아시아에 큰 타격을 준다. 최대의 위험 요인은 관리부실과 과잉반응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금융위기에 너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공시 체계는 과거의 일본보다 더 낫다(과거 일본의 은행들은 부실채권을 10년 동안 숨기고 경영자들이 자리를 보전했다). 그래도 개선의 여지는 있다. 보호무역주의의 실제적인 위험도 있다. 국부펀드에 보이는 반응이 그 증거다.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으면 사람들은 최악의 가정에 따라 행동한다. 모든 게 사람들의 예상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끝으로, 모든 일을 미국 탓으로 돌리지만 말자. 일본과 중국이 안은 국내 경제문제도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 [필자는 게이오 대학 글로벌 시큐리티 연구소 소장이며 일본 경제기획담당 대신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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