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 오르가슴에 오르는 체위
킨제이 박사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이 세상에는 200여 개가 넘는 성교 체위가 있다고 한다. 도대체 어떤 체위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궁금함 때문에 실제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성교 체위가 총 망라된 한 힌두사원의 그림과 조각상을 보려고 수많은 관광객이 인도로 몰려가고 있다. 이 그림과 조각상을 보고 있으면 섹스가 인간에게 내린 최고의 기쁨이자 쾌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신의 창조물을 멸종시키지 않기 위한 사명이라는 것도 머릿속을 스친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포즈와 테크닉 개발은 불가피한 일이다. 한 리서치 회사에서 성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평소 그들이 애용하는 성교 체위에 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응답자들은 서로 마주 보는 대향위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성행위 중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성적 자극에 대한 파트너의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응답자들의 가장 많은 지지를 이끌어낸 것이다. 게다가 클리토리스, 소음순, 질 천장 등 성감의 삼각지대가 가장 효과적으로 자극 받을 수 있는 교접방법이란 것도 많이 사용하는 이유다. 이 통계조사 보고서에는 여상남하의 기승위를 부부 45%가 이용하고 있다는 참고 설명을 실어놓았다. 또 견공들의 교미를 연상시키는 후방위는 4%의 커플만 즐긴다고 나와 있다. 여성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기피 여성들은 성감의 삼각지대가 직접 자극 받지 못하고 동물의 교미를 떠올리게 한다는 선입관을 그 이유로 꼽았다. 필자 생각으로는 가슴과 배의 피부가 서로 접촉되는 면적이 대향위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고, 남녀의 동등성이 무시되는 포즈라는 결함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같은 동양인인 일본 여성이 좋아하는 체위 순서는 정상위-후방위-기승위-좌위-굴곡위-변형위(남성이 여성의 발 쪽으로 머리를 두고 결합)-입위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성을 자랑하는 것이 섹스 포즈지만 압도적으로 애용되는 것은 얼굴을 서로 마주보는 대향위다. 한 번의 섹스 중에 여러 가지 체위를 즐긴다 해도 정상위로 시작해 정상위로 끝내는 것이 일본 여성의 대표적 섹스 방법이다. 반면 증기탕 등에 종사하면서 매춘행위를 하는 여성들이 애용하는 체위 순서는 정상위-기승위-두꺼비 체위-손수레 체위-삼미선(샤미센은 일본의 현악기) 공략형 체위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두꺼비 체위는 남성이 뒤에서 여성을 껴안고 성교를 하는 자세다. 손수레 체위는 견공들이 교미가 끝나고 나서도 성기가 분리하지 않은 결합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삼미선 공략형은 여성의 후방에서 질과 클리토리스를 동시에 공격하는 체위를 지칭하는데 이 역시 국내에서 논의된 바가 없는 생소한 포즈들이다. 산행자들이 오르기 간편하고 경치 좋은 산길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섹스에 있어서도 쉽게 오르가슴에 다다르는 대향위 즉 정상위를 선호하게 마련이다. 남들이 잘 구사하지 않는 방법으로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증기탕 호스티스들까지도 큰 액수를 제시해도 절대로 응해주지 않는 체위가 있다고 한다. 바로 물구나무서기 상태에서 식스나인(six-nine) 형태로 성기결합을 시도하는 역락위라는 체위와 남성이 앉은 자세에서 여성을 가로로 안고 행하는 침이라는 포즈다. 여기서 침은 다듬이질 포즈를 지칭하는 말인데 이 두 가지 체위는 너무 힘들어 쾌락을 느껴야 할 섹스가 고통으로 이어지는 것이 예견되기 때문에 응해주는 여자가 없다. 세계의 홍등가에서 플레이보이들이 좋아하는 포즈를 조사한 데이터에 따르면 후방위-정상위-기승위 순서라고 한다. 보통 부부들이 불과 4%밖에 선호하지 않은 후방위를 왜 플레이보이들은 가장 선호하는 것일까? 이것은 여성을 정복한 것 같은 지배자의 기분을 맛보게 해주는 체위고, 남성의 본능 속에 내재되어 있는 정복욕을 채워주기 때문이라는 것이 가장 정확한 해석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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