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세력 강자들에 거센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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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닷컴이 증시에 상장됐다. 현재는 거의 반 토막. 사진은 마윈 알리바바닷컴 회장(왼쪽)과 로널드 아컬리 홍콩증권거래소장. |
중국 인터넷 시장은 전쟁 중이다. 기존 3대 포털 사이트인 시나(sina.com)·소후(sohu. com)·왕이(NetEase, 163.com)는 전문화·다각화로 굳건한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개방 API 플랫폼 도입 등으로 1인자 자리 사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신흥 세력인 텅쉰, 바이두, 알리바바의 공세가 무섭다. 신흥 3대 포털의 시가총액은 합해서 100억 달러에 달한다. 신흥 3대 포털 중 텅쉰과 알리바바가 2006년에 1차 충돌한 데 이어 2007년에는 알리바바의 증시 상장 하루 전 바이두가 C2C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한다고 선포하면서 제2라운드를 맞았다. 2007년 초 업계에서는 텅쉰과 바이두가 상대방의 주력시장에 진출, 일대 경쟁을 벌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지금까지는 탐색전에 그치고 있다. 텅쉰은 바이두의 핵심 영역인 검색 분야에서 이렇다 할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바이두 역시 텅쉰이 호령하고 있는 메신저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세력이 서로 엇비슷하다 보니 상대 진영에 진입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영토 확장 야심이 가장 큰 두 업체는 당분간 뉴스 정보제공을 중심으로 포털 업무에 주력할 태세다. 마화텅 텅쉰 사장은 최근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다. 또 직접 텅쉰의 개별 메뉴 서비스 내용까지 관여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이라는 호기를 잡아 제2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검색사이트의 절대 지존 바이두는 지난해 뉴스 서비스 허가증을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시험운영 단계다. 올림픽과 경제 분야 뉴스 제공에 집중하는 한편 MP3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한층 강화할 계획이다.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강화가 바이두의 핵심 전략이다. 이 회사는 홍보 및 시너지 효과를 위해 ‘2007년 엔터테인먼트 시상식’도 개최했다. 시나는 대중적 영향력에서 앞서고, 텅쉰은 유동량에서 우위에 있지만 관계자들은 바이두의 본격적인 뉴스 포털 서비스 제공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뉴스의 생명인 시간 싸움에서 바이두가 한발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타 사이트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바이두의 뉴스 화면 오른쪽에 올라 있다는 설명이다. ‘뉴스는 로봇을 통해 5분마다 자동적으로 갱신됩니다’. 비록 이 검색로봇은 초창기 약간의 문제점을 노출하기도 했지만, 사람이 기계의 속도를 따라가기는 힘들 것 같다. 포털 사이트 간 사활을 건 다툼은 2008년 인터넷 업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요란한 전쟁이 될 것 같다. 포털 사이트 순위 구도도 연말에 가면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텅쉰은 ‘대용량 고품질 사이트’를 모토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시나, 소후와 격차도 축소될 전망이다. 바이두 역시 왕이를 제치고 최전선 대열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알리바바 상장과 함께 전자상거래 시장 역시 새로운 전기를 맞을 전망이다. 알리바바에 관해 사람들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회사 상장 당시의 높은 주가와 현재 거의 반 토막 난 주가다. 마윈(馬雲)은 1년 동안 더 이상 매체 인터뷰는 안 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오히려 언론매체를 흥분시키는 소식을 연이어 터뜨리고 있다. 마윈이 단행한 일련의 인사 조치는 상장이라는 호재를 빌미로 잉여인력을 감원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마윈은 알리바바 그룹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 검색기술센터·P4P 운영센터·매체판매센터 등 3개 센터를 신설했다. 텅쉰과 바이두가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분야에 진출함에 따라 마윈은 2008년 회사 자원을 통합·재배치하는 한편 각 업무 시스템을 정비해 전자상거래 영역을 사수하는 것을 최우선 경영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야후는 경영 부진으로 뉴미디어·검색·통신 등 3대 사업부 신설을 취소하고, 새로 웹사이트운영부·메일운영부·공정기술부·공공관계마케팅부를 설립했다. 중국야후는 검색분야의 대모 장이펀(張憶芬)을 그룹 P4P 업무 책임자로 전보했다. B2C 시장 역시 올해는 절대 강자의 교체 가능성이 있다. 전통적인 지존인 당당(dangdang.com)과 줘웨(卓越)아마존(amazon.cn)은 후발주자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주요 아이템인 도서 분야는 규모의 한계가 있으며, 동영상 및 음악파일 다운로드 확산으로 기존 CD 시장 역시 크게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당은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만약 올해 상장 혹은 투자를 받지 못할 경우 B2C 시장 서열에서 징둥마켓(京東商城·360buy.com)에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터넷을 논하면서 온라인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2007년 중국 게임 산업 조사보고’에 의하면 2007년 온라인게임 시장 매출액은 전년 대비 61.5% 증가한 105억7000만 위안으로 인터넷 업계의 최대 수익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는 향후 5년 내 중국의 온라인게임 시장이 두 배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토종 온라인게임이 중국 시장을 접수해 나가면서 더 이상 한국 온라인게임 업체가 설 자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2007년 몇몇 온라인게임 회사의 증시 상장 바람이 불면서 자금 사정이 풍부해졌다는 점은 올해 온라인게임 시장의 경쟁과 인재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질 것임을 암시한다. 중소 게임업체 간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온라인 게임업체의 고전 업계 3위인 스위주(史玉株) 쥐런(巨人) 이사장은 대부분 온라인게임이 수준 미달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동종 업계 최저 수준의 이용요금을 받고 있는 쥐런은 채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네티즌에게 제공하던 인센티브를 조정하는 등 신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일 계획이다. 3년 전 마케팅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었던 업계 1위 천톈차오(陳天橋) 성다(盛大) 이사장은 올해 대대적인 ‘홈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로 반격에 나설 기세다. 뒤늦게 뛰어든 왕이는 올해 최대 역점 사업으로 온라인게임 분야를 지목했다. 소후 역시 핵심 역량을 관련 기술개발에 투입할 계획으로, 야심작인 ‘천룡팔부(千龍八部)’를 통해 게임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8월 베이징올림픽 개최는 중국 인터넷 포털 업체들에 중요한 시험 무대가 될 전망이다. 베이징올림픽 공식 인터넷 콘텐트 제공업체로 선정된 소후의 장차오양 CEO는 1000만 달러에 이르는 협찬비용이 광고 매출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마화텅 역시 올림픽 기간 중 텅쉰의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확대해 네티즌을 사로잡겠다며 벼르고 있다. 동영상 전문 사이트 업체들도 올림픽을 기회로 도약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업체가 단기간에 이익을 보기는 힘들겠지만, 미국 유튜브와 같은 성공사례와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기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 31일 ‘인터넷 동영상 제공서비스 관리규정’이 공표되면서 이들의 기대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해에만 관련 업체 수가 기존 30여 개에서 300여 개로 불어나고, 1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이 유입되는 등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규정에 의하면 동영상 서비스 제공업체는 반드시 국가 통제를 받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민간 동영상 공유 업체는 새롭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개인이 동영상을 올릴 경우에도 규정에 맞는 내용의 동영상만 올릴 수 있으며, 임의로 다운로드하거나 전재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올림픽을 앞두고 저작권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될 것이라는 점도 업체에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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