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만으로 먹고살 수 없다”
SK그룹은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인가? 재계 순위 3위(자산 기준, 민영화된 공기업 제외)인 SK그룹은 그동안 이 질문만 받으면 작아졌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차 등 재계 라이벌 그룹 대표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80%를 넘나드는 데 비해 SK텔레콤이나 SK에너지의 수출 비중은 한참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그런 SK를 두고 내수 전문 기업이라 말하기도 한다. 그게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싶은 것일까? 최근 SK그룹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머지않아 SK도 당당히 수출 기업 명단에 들 수 있다. SK그룹의 올 1분기 수출실적은 7조5000억원(추정치)가량.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 6조5000억원보다 15% 이상 늘어난 수치다. 비단 올 1분기뿐 아니다. 지난해 SK그룹은 매출 78조원에 수출 26조원을 기록해 2003년(9조5000억원) 이후 5년 만에 3배 가까운 수출 성장세를 기록했다. 내수가 2003년 4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52조원으로 28.4%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SK의 수출은 2004년 15조원에서 2005년 21조원으로 40%, 2006년에는 다시 25조원으로 19.0% 증가하는 등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30.2%씩 늘어난 반면, 내수는 연평균 6.8% 증가했다.
전체 매출액 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19.0%에서 지난해 33.3%로 껑충 뛰어오른 데 비해 내수 비중은 81.0%에서 66.7%로 낮아져 SK의 ‘수출 드라이브’ 전략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SK에너지, SK케미칼, SKC 등 SK그룹 내 제조업 3사의 수출 비중은 10년 전인 1997년까지만 해도 30%선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6%로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들 제조업체의 수출액은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 첫해인 2005년 11조9254억원으로 10조원을 처음 돌파한 이후, 지난해 19조7635억원을 달성하기까지 연평균 28.4%씩 빠른 속도로 늘었다. 이 같은 수출 성장세는 무엇보다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 정책때문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이 지속 가능한 생존을 하려면 매년 10% 정도의 매출 성장을 달성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더 이상 추가 성장동력을 찾기가 어렵다고 봤다. 이런 인식 아래 2005년 3월 당시 ㈜SK 이사로 재선임된 이후 ‘수출을 통한 성장’ 방침을 정하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를 추진해 왔다. 지난 1월 신입사원 간담회에서 그는 “이제 우리는 국내 시장을 갖고는 먹고살 수 없고, 국내 시장은 더 이상 우리에게 성장을 주지 못한다”며 “글로벌 사업은 너무 당연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SK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회장님은 SK그룹의 성장이 한국에서는 포화상태에 이르지 않았나 보고 있다. 그래서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가 되는 기술이나 제품, 서비스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이런 수출 드라이브로 머지않아 SK도 그룹 매출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과 에너지라는 독특한 사업구조를 가진 SK에서 해외 매출이 늘어난다면 이는 물건을 내다 파는 수출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현지에서 유전을 개발하고, 정유공장을 짓고, 통신사를 운영하면서 현지와 본사 구분이 없는 말 그대로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올해 30조원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 매출 목표는 80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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