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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부실채권 5兆 눈앞…갈수록 증가 속도 가팔라져

고정이하여신 올 1분기에 4조7752억원
깡통대출 무수익여신도 두 자릿수 증가율
신한은행만 부실채권 감소 중

5대 시중은행 로고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길어지는 고금리 장세로 은행권에서 발생하는 부실대출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연체율도 계속 높아지면서 은행들이 올해 자산건전성 관리에 집중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5대 은행 중에서 신한은행에서만 부실대출이 줄고 있어 자산건전성 관리에서 선방하는 모습이다. 

5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1년 새 24.9% 증가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자산건전성 지표는 대부분 나빠졌다. 부실채권으로 여겨지는 고정이하여신은 1분기 말 5대 은행에서 4조775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9% 증가했다. 

은행들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 된 채권을 고정이하,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해 관리하고 이를 고정이하여신이라고 부른다. 은행별로 KB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같은 기간 53.6%나 증가하면서 1조2549억원을 기록했고, 나머지 은행은 ▲NH농협은행 1조1633억원(34.2%↑) ▲신한은행 8670억원(4.3%↓) ▲하나은행 8150억원(19.7%↑) ▲우리은행 6750억원(22.1%↑) 등을 보였다. 신한은행을 제외하고는 큰 규모로 부실채권이 증가했다. 

이른바 ‘깡통대출’로 여겨지는 무수익여신도 비슷한 상황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에서 이자마저 상환하지 못한 대출을 반영해 무수익여신으로 산정한다. 대출자의 파산 신고 등으로 회수 자체가 불가능해지거나 이자를 전혀 내지 못하는 대출을 말하기 때문에 고정이하여신보다 더 악성 대출로 여긴다.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무수익여신은 총 3조5207억원으로 3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306억원(26.2%) 증가했다. 은행별로 하나은행의 무수익여신이 86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증가율은 33.0%를 기록했다. 이어 무수익여신 규모 순으로 ▲NH농협은행 7682억원(전년 동기 대비 49.7%↑) ▲KB국민은행 7498억원(43.5%↑) ▲신한은행 6060억원(4.2%↓) ▲우리은행 5289억원(12.5%↑) 등을 기록했다. 고금리 장기화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경기 회복도 더디면서 대출자들이 이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무수익여신도 신한은행에서만 감소가 나타났지만, 자산 관리에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통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한 대출을 의미하는 요주의여신은 신한은행에서도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요주의여신은 부실채권은 아니지만 연체가 시작된 만큼 부실화 직전의 자산으로 여겨진다. 

신한은행의 올 1분기 요주의여신은 1조396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9%,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7.1%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의 요주의여신은 1조455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5%, 전년 동기 대비 14.7% 증가해 신한은행의 증가 속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또 신한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32%로, 하나은행 0.30%, 우리은행 0.28%, KB국민은행은 0.25% 등 경쟁 은행보다 높았다. NH농협은행 연체율은 0.43%다. 

기업대출 중심 영업…부메랑 될 수도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주요 기업체 건물. [사진 연합뉴스]
은행권에서는 고금리 상황이 계속 길어지면서 자산건전성이 앞으로도 악화될 것으로 보는 중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자산을 확대하는 상황이라 연체율이 떨어지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796조455억원을 기록했다. 4개월 사이에 3.7%(28조7316억원) 증가해 800조원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가계대출 잔액은 4월 말 기준 698조30억원으로 기업대출보다 규모가 작았다. 가계대출의 최근 4개월 증가율도 0.8%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5대 은행의 기업대출은 9.0%나 증가했는데, 가계대출은 반대로 0.01%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들이 고금리 장기화 여파로 대출을 늘리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선 기업대출을 확대해 이익 창출을 노려야 하는 상황”고 설명했다. 

다만 기업의 경영환경 악화가 쉽게 풀리지 않아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계속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지방경기 악화로 인해 지방은행들의 연체율이 1%를 돌파한 만큼 시중은행들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 1미만을 기록한 기업 비중은 2022년 말 전체의 37%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4.4%로 큰 폭 상승했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이면 기업이 벌어들인 돈으로도 이자를 감당하기 못 한다는 것을 말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연말에도 인하되지 않을 가능성 때문에 은행에서는 올해도 연체율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가야 자산건전성과 관련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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