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방비 우려할 수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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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군의 전술훈련. |
중국에 관한 통계 수치를 보면 늘 그렇듯 두렵다. 3월 초 중국이 올해 군비 예산을 발표했을 때 펜타곤(미국 국방부)이 경계의 목소리를 낸 것도 무리가 아니다. 중국은 전년 대비 17.6% 늘어난 588억 달러를 2008년 국방 예산으로 발표했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17.8%가 증가했다. 중국의 병력은 이미 230만 명으로 세계 최대 규모다. 펜타곤은 3월 3일 의회에 제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무시무시한 표현들을 써가며 중국의 국방비 증가를 경고했다. 비밀주의 사회인 중국이 ‘외국제 첨단 무기 구입’‘국방·과학·기술에 대한 대규모 투자’‘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개선’ ‘급속한 군대 개혁’ 등으로 초강대국이 되려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중국이 미국식 첨단기술 전쟁 방식을 채택했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또 중국의 사이버테러리즘과 미국 군사위성을 겨냥한 요격 시스템을 언급했다. 그리고 중국이 필요 이상으로 전략 목표를 감추고 있으며 점차 커지는 중국의 군사력은 “이미 아·태 지역을 넘어서는 역량을 갖췄다”고 불길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보자. 물론 중국은 인자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군사 통계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이 비교적 덜 사악한 나라로 보이기 시작한다. 중국군의 현대화 속도는 빨라지고 있지 않으며 수십 년째 둔화되는 추세다. 지정학적으로도 중국의 군사적 대비 태세는 과도하기보다 적절한 수준이다. 더구나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비교적 투명하다. 중국의 올 국방예산 588억 달러는 물론 많은 금액이다. 하지만 미국의 5150억 달러(전 세계 군비 지출의 약 절반 수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많은 군사 전문가의 생각처럼 중국이(미국처럼) 공식 예산보다 실제 더 많은 군사비를 지출한다 해도 미국에는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미국은 여러 세대에 걸쳐 이런 식으로 많은 군사비를 써 왔다. 미국의 항공모함과 잠수함들은 중국 영해까지 바짝 다가갈 수 있지만 중국 해군은 미국 해안에 얼씬도 못한다.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여러 세대는 지나야 하며 그것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뭘까? 그것을 가늠하는 최선책은 중국의 군사비 지출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해 보는 것이다. 올해의 국방예산 증가율 17.6%는 높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약 10%나 되는 중국의 경제성장률과 8%에 가까운 인플레이션을 감안한다면 17.6%는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유지하기에도 부족한 증가 분이다. 이 비율은 사실 지난 몇 십 년간 계속 떨어졌다. 문화혁명 기간에는 6%를 넘었지만 1980년대에는 2.3%로, 1990년대에는 1.4%, 2000년대 초엔 약 1%로 낮아졌다. 그 후에는 0.2% 정도 높아지긴 했다. 그러나 중국의 실제 국방 예산이 공식 수치의 두 배라 해도 미국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4% 비율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중국 군사력의 질도 인상적이거나 위협적이지 않다. 펜타곤 보고서는 중국이 외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을 구입한다는 점을 언급하며 중국군 무기 체계의 질적 향상이 “촉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싱가포르에서 활동하는 국방 전문가 리처드 비칭거는 중국의 첨단기술 구입이 평범한 수준이라고 말한다. “탈바꿈하거나 도약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군은 (미국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고 그는 썼다. 미 국방부의 자체 통계에 따르면 중국군은 보유 차량의 70%, 잠수함의 60%, 전투기의 80%가 노후화됐다. 과거에 펜타곤은 중국이 선제공격 능력을 보유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중국이 항공모함과 첨단 전폭기를 동원해 선제공격을 감행할 능력을 갖췄다는 증거는 없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구입하는 무기는 지난 몇 년간 10분의 1로 줄었고 대규모 군함 구입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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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베이성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공안요원들. |
또 중국은 현재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할 만한 합당한 이유도 없다. 미 국가정보국의 마이크 매코넬 국장 같은 전문가도 그런 견해에 동조한다. 그는 최근 의회에서 중국의 군비 증강은 중국이 처한 상황에 비춰 볼 때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펜타곤 보고서 내용이 기우라며 보고서 공개를 저지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코넬은 “중국에 심지어 민주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현재와 비슷한 목표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해 미국의 보수파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만약 중국이 첨단기술 무기 운용에 필요한 교육받은 병사들을 유치하려면, 혹은 단순히 현역 장병들의 불만을 진정시키려면 더 많은 봉급을 지급해야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급여 수준이 경제 성장 붐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주 한 중국인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20년 전만 해도 군인은 매력적인 신랑감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자신의 딸을 군인과 결혼시키려는 부모는 없다. 군인 봉급이 너무 적다.” 게다가 중국은 거친 이웃들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 근해에 출몰하는 미군 함대만 신경 써야 하는 게 아니다. 중국은 러시아·인도·파키스탄·북한 등 4개 핵 보유국과 이웃하고 있다. 그중 두 나라(러시아와 인도)는 중국과 비슷한 규모의 국방비를 지출한다(비핵국인 일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적어도 두 나라(파키스탄과 북한)는 잠재적으로 불안정하다. 한 세대 전 중국은 베트남 같은 작은 나라와의 전쟁에서도 패한 적이 있다. 펜타곤 보고서는 이웃 나라들에 대한 중국의 속셈이 매우 불확실하다고 암시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웃들에 대한 중국의 행동은 상당히 온건했다. 6개 이웃 나라와의 국경 분쟁을 진정시켰고 지역 국제기구들에 가입하거나 협력했다. 또 아시아의 무역·투자 네트워크가 성장하는 데 중심 역할을 했다. 중국의 전략적 의도는 비교적 명확하고 안정돼 보인다. 평화와 번영을 촉진하자는 의도다. 중국이 우려하는 현안 중 하나는 대만 문제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독립을 추구하는 지방 정권 중 하나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중국은 대만과의 평화 통일을 추구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만약 대만이 독립을 선포하면 이를 무력 저지할 권리도 있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또 지하자원이 풍부한 인근 해역의 섬들을 놓고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지만 협상 용의도 보였다. 중국은 이 두 가지 현안을 국내 문제로 본다. 일례로 3월 4일 전국인민대표대회의 장언주(姜恩柱) 대변인은 “중국군은 전적으로 국가의 독립성·주권·영토를 보전하는 목적으로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양안 관계의 현상(現狀)을 위협한 것은 중국이 아니라 대만이었다. 요컨대 오늘날 중국의 전략적 우선순위는 대만해협 일대에 미사일 기지들을 유지하고, 단거리 작전용 해군 전력을 상당 규모로 구축하며 위성 공격용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또 지역 분쟁에 대비해 미국의 군사력과 균형을 이룰 만한 여타 수단을 갖추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보다 더 큰 전략적 야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미국의 강경파들이 가끔 경고하듯 중국이 세계의 패권을 쥐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다. 이 모든 점을 고려할 때 펜타곤 보고서의 내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국방부 차관보를 역임한 찰스 프리먼은 미군 당국이 중국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하는 목적은 “국방 기술의 연구개발과 예산 증대를 정당화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프리먼은 1972년 닉슨 대통령과 마오쩌둥의 역사적인 회동 때 통역을 맡았다. 중국군 고위장교들과의 막후 ‘트랙 투’(track two: 비정부 대화 채널) 회담에 참여해 온 프리먼은 이렇게 덧붙였다. “미국 관리들이 중국의 투명성 결여를 비난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의 지적인 게으름과 중국어 실력 부족, 그리고 자기 만족에 빠진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양국이 보다 깊이 있는 군사 협력과 정보 교환을 발전시킬 계기도 된다. 중국과 미국의 일부 인사는 이견을 드러내지만 양측의 군사 교류는 이미 시작됐다. 예컨대 2월 29일 두 나라는 양측 국방부 간의 직통전화 개설에 합의했고 군사회담도 계획돼 있다. 이 모두 바람직한 조짐들이다. 그러나 중국군의 위협을 은근히 강조하는 펜타곤의 태도는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는 중국의 신중한 군비 증강으로 야기되는 제한적이지만 매우 실제적인 위협에 대한 워싱턴의 관심을 흐트러지도록 할지도 모른다. 양안 관계가 통제불능의 위기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부시 행정부는 중국에 대해 펜타곤과 비슷한 적대적인 시각을 갖고 출범했다. 그러나 최근 부시 행정부는 충돌을 피하기 위해 중국과 긴밀히 협력한다. 마침내 워싱턴에선 대부분의 사람이 중국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한 것 같다. 펜타곤만 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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