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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전문시설 2년 새 두 배

노인전문시설 2년 새 두 배

▶서울 시립 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 물리치료실에서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이 노인들을 돌보고 있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실버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그중 치매·중풍 산업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치매·중풍 환자는 요양시설과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고 노인요양보험도 올 7월부터 가동되기 때문이다. 2년 새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노인전문병원은 2배로 늘었다.
올해 7월 실시 예정인 노인요양보험을 앞두고 엔젤홈케어 김찬웅 사장은 기대가 크다. 엔젤홈케어는 재가장기요양기관 프랜차이즈 업체로,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혼자 일상 생활을 하기 힘든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방문요양,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창업을 돕고 있다. “매일 문의전화가 20~30통은 온다. 모집 2주 만에 30명과 계약했다.” 노인요양보험이 실시되면 요양서비스를 신청한 노인은 이용료의 15%만 내면 된다. 나머지 85%는 이 보험에 따라 정부가 지급한다. 따라서 다른 업종에 비해 안정된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홈케어 산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6.5㎡(5평) 이상의 소규모 사무실과 요양보호사 3명 등의 요건만 갖추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업체를 비롯한 재가장기요양기관 창업비용은 2000여만원으로 설명회에서는 보통 월 평균 500만원의 수입을 예상한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엔젤홈케어의 김 사장은 “주변에 편의점이 그렇게 많아도 장사 잘되는 곳은 따로 있다. 모든 것은 시장 논리에 따른다. 다만 안정적이며 가능성이 높은 수익구조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숫자로 보면 치매·중풍 분야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산업이 될 수 있다. 정부 보고서(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실버시장 규모는 2002년 12조8000억원에서 2010년 43조9000억원, 2020년에는 148조6000억원으로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연 평균 성장률이 무려 12.9%에 이른다. 그중 치매와 중풍 관련 산업은 가장 활기를 띨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39만 명(2007년 기준)가량이 치매를 앓고 있다. 2020년에는 노인인구 증가로 치매 환자가 점차 늘어 70만 명을 넘을 것으로 학계는 추산하고 있다. 중풍 환자는 매년 42만여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치매·중풍과 같은 중증 노인성 질환의 경우 요양시설이나 병원, 간병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치매·중풍의 특성상 환자 보호자들은 대부분 전문가나 도우미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이들 중증노인성질환 환자를 돌보는 곳은 현재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노인전문병원으로 나뉘며 7월부터 노인요양보험이 실시되면 재가요양기관도 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2006년 말부터 영리법인으로 운영되는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노인전문병원은 현재 153개로 2년 새 2배 증가했다. 유료 노인전문요양시설과 노인전문병원에서 일하는 종사자도 더불어 2배가량 증가했다. 2006년 통계로 4800여 명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엔 하나금융지주가 300억원을 들여 하나금융공익재단을 설립, 남양주에 노인요양시설인 ‘하나 실버타운’을 짓는 등 실버사업도 준비 중이다. 교직원공제회가 세운 창녕 ‘서드 에이지’ 안에 있는 너싱홈에서는 치매·중풍 노인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시설 수요의 증가에 따라 큰 기업이나 기관이 수익성과 공익성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부분의 노인전문요양시설은 개인이 운영하는 형태가 많다. 지난해 4월 노인요양법이 국회를 통과하기 이전 설립된 노인전문요양시설의 경우, 전직 간호사 출신들이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대부분 “돈도 벌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앞서 재가요양기관과는 달리 노인전문요양시설의 경우 토지 구입이나 건물을 짓는 등의 초기비용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개인이 사업을 할 때는 정원 30명 미만의 소규모 시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경기도 용인시의 노인전문요양시설인 ‘예원’을 방문했다. 겉으로 보면 전원주택 같기도 한 이곳의 한 달 입소료는 120만원이다. 150만원을 받는 다른 시설에 비해 비교적 싼 편이지만 서비스 질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한다.
관련 산업 취업시장 인기 높아
이경숙 원장에게 수입을 묻자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럭저럭 버티고 있지만 5년 후에는 문을 닫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노인요양보험에 있었다. 이 원장이 2년 전 개원할 때만 해도 시설 조건이 까다롭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4월 노인복지법 개정안에 따르면 노인요양시설은 입소정원 1명당 연면적 23.6㎡ 이상의 공간을 확보해야 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이 시설은 입소정원 1명당 연면적이 6.6㎡다. 유예기간으로 주어진 5년 동안 4배가량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땅값, 건축비를 합해 예상비용만 10억원이다. 이 원장은 “1등급, 2등급의 중증 노인성질환 환자들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실을 잘 모른 채 만들어진 규칙”이라고 지적했다. “환자 가족들이 노인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시설 수가 늘어나야 하는데 요양보험의 진입장벽을 높여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10억원을 들여 시설을 개·보수한다 해도 그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입소비를 올려 받을 수밖에 없고 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아도 언젠가는 보험료도 인상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노인시설담당자에게 ‘소규모 시설과 대규모 시설을 구분해 관리하느냐’ ‘노인요양법 실시 이후에 시설증감 추이를 알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보통 30명을 기준으로 나눠 파악은 하지만 몇 개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증감수치는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문제는 치매·중풍 환자에게는 소규모 요양시설이 적합하다는 데 있다. 환자의 증상이 10가지면 증상마다 개별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노인복지법에도 입소자 2.5인당 요양보호사 1명을 둘 것을 규정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는 장벽이 높아진다면 노인전문요양시설이 수요에 맞춰 늘어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정원 20여 명의 N요양원 원장은 “가정 같은 곳에서 부모를 모시고 싶다고 소규모 시설을 선호하는 고객이 느는 추세이긴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대규모 시설이 아니면 수지타산 맞추기도 힘들다”고 강조했다. 실버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어떨까.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지난 4월 29일 유망한 실버산업 관련 직업으로 요양보호사를 선정했다. 요양보호사는 노인요양보험 실시에 맞춰 새로 신설된 국가 자격증으로 요양보험제도 대상 노인들에게 전문적인 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이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은 광역시나 도에 설치신고를 한 요양보호사 교육원에서 교육만 받으면 별도의 자격시험 없이 취득이 가능하다. 요양보호사 교육기관도 신고제라 허가제보다는 간단하다. 신고 접수 당일 적정 교육기관 수인 200여 곳을 넘었고 한 달 만에 700여 곳이 문을 열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3월 초 전국 시·도에 ‘요양보호사 교육기관 설립제한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효과는 미미하다. 그 결과 요양보호사 교육기관의 원생 모시기 경쟁만 치열해졌다. “오전·오후반이 있고 두 달에 60만원이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그러나 상담하면 40만원까지 깎을 수 있다. 일단 와라. 다 출석할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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