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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과 돈 빨아들이는 ‘블랙홀’

기업과 돈 빨아들이는 ‘블랙홀’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 정부가 외국기업 유치를 위해 세운 팡위안 빌딩. 엽전 모양이 선양시 정부의 외자도입 의지를 보여준다.

중국 동북지역이 요즘 부쩍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른바 ‘남고북저’(南高北低)와 ‘남자북상’(南資北上)이다. 중국 정부는 식량가격이 치솟자 이달 들어 동북지역에서 남아도는 식량을 남부지역으로 돌리는 비상 식량수송 작전을 펼치고 있다. 철도를 통해 동북지역에 비축된 쌀과 옥수수 1000만t을 내려 보내는 것이다. 두 달 동안 이뤄질 이 작전은 남부지역의 폭등한 식량가격을 안정시키고 동북지역의 과잉 비축으로 떨어진 식량가격을 받쳐주기 위한 두 마리 토끼잡기다. 남고북저의 해소책인 것이다. 중국 정부의 동북경제 진흥책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남부지역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동북지역으로 몰려드는 ‘남자북상’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 등 남부지역에 위치한 기업으로부터 유치한 자본 중 동북지역 랴오닝성에 몰린 자본만 지난해 969억 위안(13조5660억원가량)에 달했다. 같은 동북지역인 지린성과 헤이룽장성도 2003년부터 시작한 외자유치 바람을 타고 수십억 위안의 국내자본이 들어오고 있다. 동북 3성(랴오닝성·지린성·헤이룽장성)의 경제 활성화 선도 역은 랴오닝성이고 그 중심에는 선양(瀋陽)이 있다. 2005년 한국의 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이 선양에 진출했다. 이를 계기로 증권선물거래소와 코스닥시장본부가 랴오닝성 중소기업청과 이 지역 소재 중소기업들의 코스닥시장 상장 유치를 위해 협력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동북 3성 경제가 확대해 가는 모습은 세 가지 방향에서 포착된다. 먼저 랴오닝성의 성도인 선양시와 지린성의 창춘시, 헤이룽장성의 하얼빈시를 잇는 ‘동북 3성 경제회랑’이다. 중·러, 중·북 국경무역과 자원을 바탕으로 한 내륙지방과 동북지역의 관문인 다롄을 연결하는 것이다. 기동적인 물류가 핵심이다. 둘째는 ‘랴오닝성 중부도시군(선양경제권)’ 구상이다. 선양을 중핵으로 한 반경 150km권 안의 6개 도시(안산·무순·본계·영구·요양·철령)와 사회·경제적으로 연계하는 것이다. 총 인구 2200만의 대도시권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앙정부의 제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에 따른 것으로 도시군의 경쟁력 향상, 도시군의 각 도시 간 분업과 보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셋째는 ‘5점1선’ 연해경제벨트 개발·개방 전략이다. 랴오닝성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랴오닝성을 기반으로 ▶동북지역을 근거지로 ▶전국 발전 서비스 중심으로 ▶동북아지역 진출의 교두보로 등 네 가지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고 있다. 즉 5개 중점발전지역을 시작으로 연안지역을 순차적으로 개발해 연해경제벨트를 임항(臨港)산업의 집결지대, 개혁 및 혁신의 선행지대, 대외개방의 선도지대, 투자흥업의 우선지대, 주거환경이 편리한 신도시군으로 건설하는 것이다. 5점1선 전략은 두 단계로 진행되고 있다. 제1단계는 11차 5개년계획 기간 동안 5개 중점발전지역의 기초 지구를 동시에 건설하고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 건설의 기본적인 규모를 갖춰 연해경제벨트를 형성하는 것이다. 제2단계는 2020년까지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와 국제물류센터를 대규모로 건설하고 환경 우호적이고 개방도가 높은 현대화 지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5점1선의 전체 구조는 한마디로 동북진흥(중국 정부는 2005년 ‘동북지역 등 노후공업지구 구조조정 가속화’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놓았다)의 해상 창구로서 다롄 동북아 국제운항센터 건설을 중심으로 연해경제벨트의 전체적인 서비스 기능을 높이는 것이다. 또 선양지역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연해지역과 내륙지역의 비교우위를 보완해 랴오둥(遼東)반도 경제구, 랴오닝중부도시군 경제구 및 랴오시(遼西)연해경제구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진하는 것으로 돼 있다.

한국은 선양·다롄에 70% 투자


5점1선 연해경제 벨트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전 랴오닝성 위원회 당서기)가 직접 추진한 개발·개방 전략으로 다롄 창싱다오 임강공업구(大連 長興島 臨江工區), 잉커우(營口) 연해산업기지, 랴오시진저우완(遼西錦州灣) 연해경제구(錦州 서해 공업구와 후루다오베이강 공업구 포함), 단둥(丹東) 산업단지, 다롄 화위안커우(花園口) 공업단지 등 5개 지역과 랴오닝성 해안선을 관통하는 1443km의 해변 도로로 구성돼 있다.
한국 기업의 랴오닝성 투자는 선양과 다롄이 주된 지역으로 전체 랴오닝성 투자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바오쩐둥(鮑振東)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원장은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대개 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중소기업뿐”이라며 “하지만 최근 들어 STX 같은 대기업이 다롄에 투자키로 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선양에서 일본 기업들의 주목되는 프로젝트는 3개를 꼽을 수 있다. 국가급 개발구와 선양경제기술개발구 20만㎡를 이용하는 ‘선양일본중소기업파크’가 있다. 잉커우시와 다롄으로 나가는 153km의 하이웨이 ‘출해대통로(出海大通路)’와 직결된다. 첫 단계는 일본 기업을 위한 종합오피스시설 ‘육성센터’다. 둘째 프로젝트는 ‘대일 소프트웨어 개발기지’다.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아웃소싱에 필요한 비용은 일본의 약 3분의 1이라고 한다. 국가급 고신기술산업개발지구 ‘훈남신구’에 위치한다. 정식 이름은 ‘선양국제소프트웨어 파크’(SISP)로 지난해 10월 착공했다. 셋째 프로젝트는 일본 백화점의 진출이다. 미쓰코시 백화점을 인수한 이세단 백화점이 올 2월 개업했다. 일본 기업들은 인구 2200만 명의 소비시장과 5점1선을 동북 진출의 생명선으로 잡고 있다. ‘그레이터(greater) 선양을 잡아라!’ 이것이 일본 기업들의 화두다. 이시자키 도시오(石崎利生) 교세라 톈진상역유한공사 사장은 “교세라의 소재·부품 수출기지인 톈진은 지금 동북지역을 내다보고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자키 사장은 한국과 베이징 등에서 생산한 교세라 제품을 톈진에 결집시켜 중국 전역에 파는 마케팅 총책을 맡고 있다. 중국 동북지역 중소기업으로부터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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