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초 줄이려 비디오로 동작 분석
1초 줄이려 비디오로 동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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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분 만에 새 모델 생산 평택공장은 2005년 1월 서울 가산동(CDMA방식)과 충북 청주(GSM방식)에 나눠져 있던 공장을 한 곳으로 모아 이전하면서 생겼다. 공장 경험이 많은 당시 김쌍수 LG전자 CEO는 “같은 휴대전화인데 주파수 사용 방식 때문에 나뉘어 있다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통합을 지시했다. 사실 GSM과 CDMA방식은 단말기 만드는 과정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서로 다른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같은 부품도 재고를 따로 관리하고, 인력관리도 따로 하면서 비효율이 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CDMA는 통상 12월에서 다음해 3월까지, GSM은 9월에서 12월까지 수요가 정점에 오른다”고 말했다. 두 공장으로 나눠졌을 때 청주공장은 봄에 할 일이 없어 일부 라인이 서게 되고, 서울공장은 여름에 할 일이 없어 라인이 쉬게 된다. 이런 비효율을 그대로 두고 세계적인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혼합생산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면서도 공장 가동률을 365일 고르게 유지한다면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같은 휴대전화를 만드는 사람끼리 모였는데 통합이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그게 책상에서 나오는 생각이죠. 공장은 철저히 도제식입니다. 휴대전화 방식이 다르면 배울 때도 약간씩 다른 방법으로 배웁니다. 예를 들어 한 공장에서는 통화시험을 하고 무선감도를 측정한다고 하면 다른 공장은 무선감도를 측정하고 통화시험을 하는 식이죠. 이거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 투입과 시행착오를 각오해야 해요.” 김 부장의 설명이다. 한 달에 5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이런 작은 공정 하나가 바뀌면 생산성은 급격히 떨어지고, 불량률은 빠르게 올라간다. 숙련도가 기계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올라가야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데 이런 문제 때문에 자꾸 주춤하게 된 것이다. 두 공장을 합치면서 이런 보이지 않는 차이가 곳곳에 있었다. 시너지를 위해 통합은 했지만 관행은 계속됐다. 예전처럼 각자 생산하면서 재고는 점점 쌓여 갔다. 이상철 MC단말제조그룹 부장은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복도까지 상품 상자가 빼곡히 차 있었다”고 기억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재고를 없애는 것이었다. 생산라인 주변에 가득 쌓아놓은 재고는 무조건 없앴다. 재고란 원래 쌓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사람을 줄이고 라인을 쉬게 해서라도 재고는 없앴다. 공장의 칸막이도 다 없앴다. ‘눈으로 보는 관리’를 위해서다. 눈으로 보는 관리가 안 되면 재고가 쌓일 수밖에 없다. 평택의 휴대전화 공장은 실제 작업자 라인 간에도, 라인과 부품창고 사이에도 칸막이가 없다. 김형래 부장은 “라인 바로 옆에 3일치 생산분량의 부품만 놓여 있다. 생산라인에서 훤히 다 볼 수 있다. 그래야 필요 없는 부품의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핵심은 혼합생산이었다. 공장을 통합한 이유도 바로 다른 종류의 단말기를 같이 생산해 공장운영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같은 공장 안에 CDMA라인과 GSM라인이 따로 운영됐다. 무리하게 혼합생산을 하니 불량률이 오히려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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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로 감사팀이 작업장 점검 이 시스템 덕에 생산모델을 바꾸는 것도 빨라졌다. 경쟁사들이 생산모델을 바꾸려면 라인을 교체하는 등 길게는 1~2주씩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평택공장에서는 20분이면 다른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모델 교체시에도 라인이 정지하지 않고 그대로 흐르면서 진행돼 작업시간의 손실이 없다. 효율이 높아지면서 인력도 자연스럽게 줄었다. 현재 평택공장의 생산인력은 780명으로 이전 당시(1200명)보다 35%가량 줄었다. 인력은 줄었지만 생산량은 늘어 1인당 생산성은 이전보다 70%가량 늘었다. 비용(cost)만 개선된 게 아니다.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 평택공장에서 생산한 프리미엄 제품들이 히트상품이 되면서 직원들의 생각도 변했다. 작업반장인 전복기씨는 “예전에 공장 곳곳에 불량품, 부품이 쌓여 있었고 활기도 없었지만 요즘은 완전히 다르다. 쉬지 않고 일하지만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공장의 한 작업자는 “사람은 좀 줄었지만 지금은 성과가 좋아 괜찮다. 처음 평택으로 왔을 때 옆에 있었던 PC공장은 결국 중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라인도 몇 번이나 뜯어서 뒤집었다. 첨단 시설이었지만 작업자가 실제로 작업을 하면서 개선점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이 부장은 “엔지니어와 전문가들이 최적이라고 생각해서 설치한 라인이 실제 작업자들에게는 불편한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라인을 세 번 정도 뒤집어 엎었다. 낭비 제거 경진대회, 각종 제안 제도 등을 통해 작업자가 직접 공정개선을 하나씩 했다. 또 공정대로 표준화된 작업이 균일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불량이 늘고 효율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공장에는 상시적으로 감사반이 돌아다니면서 점검한다. 취재 중에도 감사팀이 한 라인 작업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한 작업자는 “하루에 몇 차례씩 감사반이 순찰하며 작업상태를 점검한다”고 했다. 비디오 분석도 한다. 동작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평소 조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9초라면 그 동작을 촬영해 필요 없는 동작을 제거한 후 편집한 화면으로는 8초 만에 조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상철 부장은 “새로운 모델이 생길 때마다 비디오 분석을 한다. 아무래도 실제 화면으로 보여주면 작업자들이 쉽게 수긍한다”고 말했다. 평택공장의 생산성 향상이 LG전자 휴대전화 부문의 선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전통적인 가전명가 LG가 이제 디지털 명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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