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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회 먹으려면 돈 모아야

참치회 먹으려면 돈 모아야

▶참치잡이 배는 벌써 30% 정도가 조업을 중단했다. 유가 200달러가 되면 참치회 구경하기 힘들어질 수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골드먼삭스는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 사이에 유가가 150~200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가 200달러 시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로서는 그야말로 죽음의 시나리오다. 그때 우리 경제는 어떤 모습이 될까. 시간을 앞으로 돌려 200달러 시대의 고단한 한국의 모습을 담아봤다.
2010년 여름 휴가철. 휴가철인데도 인천공항은 의외로 조용하다. 지난 수년간 오른 국제 유가 탓에 해외 장거리 여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호주, 유럽 등 장거리 여행은 예전처럼 가기 쉽지 않다. 폭등한 유가 때문에 왕복 비행기 삯만 1인당 300만원에 육박하는 까닭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항공료는 100만원대 중반에 불과했다. 그때는 6박7일간의 경비를 다 합쳐도 200만원대면 충분했다. 하지만 배럴당 유가가 200달러에 달하는 요즘 여행 경비는 가볍게 400만원을 넘어섰다. 부부가 함께 가면 8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든다.

◇‘악’ 소리 내는 항공사들 = 항공료가 이렇게 오른 것은 순전히 유가 폭등 때문이다. 2007년 초 항공유가 배럴당 76달러일 때 B747-400 점보기 한 대가 인천~LA 구간을 왕복하는 데 드는 원가는 1억4000만원이었다. 일반 원유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선 지금 항공유는 250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노선에 비행기 한 대 띄우는 데 원가만 5억원 이상 든다. 항공사에서 아무리 가격 인상 요인을 흡수하더라도 유류 할증료(1인당 약 500달러)까지 포함하면 비행기표 값은 1인당 300만원에 육박한다. 이 때문에 장거리 여행 대신 인근에 있는 동남아, 중국, 일본으로 떠나는 여행객이 늘어났다.

◇남미로 떠나는 공장들 = 여행을 못 가는 것은 그나마 참을 만하다. 기업들은 수출 계획을 세울 때 물류비 부담을 꼭 고려해야 한다.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면서 노동 비용 대신 에너지 가격과 운송 비용이 해외 생산부지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유가 200달러 시대에는 한국에서 미국 동부로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를 운송하는 비용이 100달러 때에 비해 1만 달러 이상 더 들 수도 있다.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산업은 늘어난 장거리 수송 비용으로 원가 경쟁력이 뚝 떨어졌다. 그동안 인건비가 싸다고 진출한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의 생산공장도 요즘 골칫덩이다. 주로 생산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의류, 모자, 신발 등의 수송비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근로의식이 다소 뒤떨어지고, 인건비가 조금 비싸도 중남미 국가로 공장을 옮겨야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공장이 앞다퉈 베네수엘라, 멕시코, 과테말라 등지에 공장을 세우고 있다. 대미수출에서 큰 이점을 잃어버린 중국 경제는 침체를 겪고 있다. 생산기지들이 중국에서 중남미, 동유럽으로 많이 옮겨 갔기 때문이다. 중국의 침체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중국 공업 활성화로 자본재와 원자재 가공 수출로 큰돈을 벌었던 한국 기업들이 중국 경제 침체로 동반 후퇴를 겪고 있다.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각종 의류와 단순 조립품 가격도 급격히 오르고 있다. 석유 가격 폭등으로 중국의 에너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물류비는 올랐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중국 공장을 철수해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고 있다.


유가 200달러 되면 ■ 비싼 항공료로 장거리 해외여행 줄고 ■ 한국~미국 간 컨테이너 운송비 1만 달러 더 들고 ■ 글로벌화 주춤하고 역내 교역 늘어나고 ■ 대체에너지 개발로 농산물 가격 올라가고 ■ 원양어선 줄어들어 수산물 가격 오르고 ■ 비싸진 배송료로 전자상거래 줄어들고 ■ 소형차 잘 만드는 유럽·아시아 회사 성장하고 ■ 원자력 발전소 건설 활발해진다


◇주춤하는 글로벌화 = 고유가 덕분에 일부 시민단체와 세계화 반대론자가 싫어하던 글로벌화도 주춤하고 있다. 소비대국들이 인근 지역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은 미국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이제 중국에 일본은 이전보다 훨씬 중요한 국가가 되고 있다. 치솟은 유가로 대미수출액이 줄어들면서 수송비가 비교적 적게 들지만 큰 시장을 가지고 있는 일본 경제에 대한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화를 주창했던 미국은 점점 북미자유무역지대 국가와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의존하고 있다. 더 이상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오는 제품의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역시 동유럽과 터키에 생필품을 의존하고 있다.

◇외국산 농산물 자취 감춘 할인마트 = 유가는 기업이나 국가의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행을 제외하고도 이미 일상생활에 유가로 인한 변화는 곳곳에 침투해 있다. 이제 할인마트에 가도 예전처럼 싼 외국산 농산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호주산 쇠고기, 미국산 옥수수와 밀, 벨기에산 돼지고기 가격도 크게 올라 장 볼 맛이 안 난다. 치솟는 유가 때문에 멀리서 들어오는 이들 식품의 운송료가 식품 가격보다 더 커진 경우도 있다. 그동안 유통혁명은 유가 상승으로 물거품이 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늘어난 운송비를 줄이기 위해 인근 국가에서 곡물과 육류를 수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인근 중국과 일본은 세계 최대의 곡물수입국이라 큰 도움이 못 된다. 그나마 동남아에서 곡물은 수입할 수 있지만 문제는 고기다. 쇠고기 주요 수출국이 미주대륙과 호주 등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고기 값에 석유 값을 함께 지불한 호주산 쇠고기는 이제 한우와 가격 차이가 거의 없다.

◇고급 생선 된 고등어와 오징어 = 비싸진 유가 때문에 농산물 값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석유가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는 바람에 농산물 생산성이 뚝 떨어졌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곡물이 대량으로 들어가면서 가격은 더욱 급상승하고 있다. 후진국 사람들이 먹을 식량을 선진국의 차들이 먹어치웠기 때문이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폭등한 유가로 어선의 출항이 줄어들고, 특히 원거리를 다녀오는 원양어선은 수지가 맞지 않아 조업을 중단한 경우도 많다. 공급은 줄고, 원가는 높아지면서 오징어, 참치, 고등어 가릴 것 없이 가격이 껑충 뛰었다. 이제 살아있는 생선을 맛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식탁에 쉽게 오르던 고등어, 오징어도 이제 고급 반찬이 됐다. 계절에 관계없이 먹을 수 있었던 과일 가격도 급등했다. 석유를 이용한 온실재배 원가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도 위축되고 있다. 그동안 무료배송, 당일배송으로 사이버 경제를 이끌었던 쇼핑몰들이 최근에는 배송료를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상승으로 서민들은 전방위적인 생활고를 겪고 있다.


◇스쿠터·자전거가 대중교통 수단으로 = 중대형, SUV 위주로 차를 만들어 왔던 미국의 빅3 자동차 회사의 몰락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대신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차세대 에너지 차량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아시아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연료절약형 차를 내놓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앞선 일본과 수소자동차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독일과 프랑스 자동차 회사들은 고유가 시대를 잘 헤쳐나가고 있다. 연비가 좋은 소형 스쿠터, 자전거 등도 소비자들이 즐겨 타는 교통수단으로 변하고 있다. 한동안 환경오염적 에너지로 기피됐던 원자력 에너지가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태양광, 풍력 등 대체에너지도 활발히 개발 중이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엔 이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가가 200달러에 이를 경우 생길 수 있는 일들은 생각보다 다양하고 심각하다. 장거리 여행이 감소하고, 항공 운송업은 위축되고, 세계 교역도 줄어든다. 이에 따라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진전돼 왔던 세계화 역시 주춤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경제는 블록화돼 역내 중심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고, 각종 농수산물도 운송비 인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가상의 상황이지만 황당한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를 돌파했다. 배럴당 200달러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시시각각 우리를 조여오고 있다. 이미 여러 곳에서 위 시나리오와 유사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자 대낮에도 아파트 주차장에 차들이 서 있다.



◇우울한 전주곡은 이미 울리고 = 대한항공은 6월부터 부산~중국 시안 등 총 17개 노선에 대해 운휴·감편에 들어가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도 적자가 쌓이고 있는 인천~창춘(중국) 노선의 운항 중단을 검토 중이며 6월 1일부터 청주발 제주행 노선의 화물 운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쌍용차는 경유 값 급등으로 주력차종인 SUV 판매가 급감하자 렉스턴과 엑티언 생산라인에 대해 6주간의 감산을 결정했다. 반면 기름을 덜 먹는 경차는 심지어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다. 기아차 뉴모닝의 경우 신차로 출고돼 곧바로 중고차 시장에 매물로 나오면 신차보다 50만원가량 비싸게 팔릴 정도다. 신차 출고를 기다리지 못해 웃돈을 주고 중고차를 사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얘기다. 연료가격 인상은 이미 운전자들에게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4륜 자동차의 경우 영국과 미국에서 판매량이 수직강하하고 있다. 그리고 갤런당 60마일(96km)을 주행하는 하이브리드 카(hybrid car)의 경우도 차값이 치솟고 있다. 이미 상당수 화물차가 영업을 중단한 상태다. 오른 유가 때문에 차를 움직일수록 손해기 때문이다. 원양어업 조업도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고유가 때문에 생선을 잡아서 수지를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전 세계 원양 참치잡이 어선의 30% 정도가 고유가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조업을 중단할 계획이어서 참치회 가격 역시 급등하고 참치회 맛보기가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일본의 교도통신이 지난 5월 29일 보도했다. 이런 일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이 6월 15일부터 승객들의 수하물에도 수수료 15달러를 부과하기로 했다. 그동안 미국 항공사들은 승객당 수하물 두 개까지 무료로 운송해 줬으나 최근 유나이티드 항공이 무료 수하물을 한 개로 제한했고, 급기야 아메리칸 항공은 첫 번째 수하물부터 수수료를 부과키로 한 것이다. 전기료와 버스 등 공공요금도 잇따라 오를 채비를 하고 있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차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요금 인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차관은 “지난해 7.6%의 전기료 인상 요인이 발생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 5.5% 인상 요인이 추가로 발생했다”며 “내년은 너무 늦고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인상해야 한다”고 말해 올 하반기 중 전기요금 인상을 내비쳤다. 영국에서는 집도 에너지 친화적으로 짓기 시작했다. 영국의 모든 가옥을 오는 2016년까지 제로 카본(zero carbon) 가옥으로 변화시킨다는 게 영국 정부의 계획이다. 이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태양광이나 풍력, 지열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 사업은 점점 탄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수십 년간 중단했던 원자력 발전소 건설 방침을 밝혔다. 이처럼 유가가 올라가면 생활도 변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구촌 떨게 하는 무서운 예언들 =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자 컨설팅 회사인 골드먼삭스는 유가가 100달러를 오르락내리락하던 지난 3월 7일에 ‘200달러 시대’를 예상했다. 지금은 선견지명으로 판정이 나고 있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튀는 행동’으로 치부됐다. 유가가 110달러를 견고하게 넘어선 5월 초 석유수출국기구(OPEC) 차킵 켈릴 의장은 2010년엔 유가가 200달러에 이를 걸로 내다봤다. 그의 말에 누구도 예전처럼 콧방귀를 뀌지 않는다. 또 다른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좀 더 조심스럽게, 그러나 비교적 안전한 예측을 했다. “올해 안에 북해산 원유가 배럴당 150달러를 쉽게 넘어설 것이다.” 10년 전인 1998년에 유가(서부텍사스유, WTI)는 연평균 14달러에 머물렀다. 2003년까지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30달러대를 유지하던 유가는 2004년부터 40달러대로 올라서더니 해마다 10달러씩 뛰어 2007년에는 70달러대에 진입했다. ‘고유가’라는 말은 2005년부터 본격 등장했다. 하지만 낙관론자들은 지난해까지 “물가상승률, 통화가치 등을 감안하면 유가는 1차 오일쇼크 수준에도 못 미쳤다”고 위험을 평가절하했다. 부분적으론 맞는 말이다. 문제는 올 들어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5월 28일 현재 평균 유가는 10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물가상승률과 석유 의존도 등을 반영해 실질가격을 산출한 결과 1차 쇼크 수준이 되려면 배럴당 84.97달러, 2차 쇼크 수준은 151.65달러가 돼야 한다. 지금 가격은 이미 1차 오일쇼크 수준을 넘어섰다. 130달러를 오르내리는 유가와 세계적 투자은행의 전망을 참고한다면 2차 오일쇼크 수준으로 가는 것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유가가 오르면 경제에 타격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석유는 경제 활동의 모든 면에서 원자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뮬레이션 결과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고 있는 두바이 유가가 10% 상승하면 교역조건 악화 및 물가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악화 여파로 국내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연구소의 주장이 맞다면 2005년(49달러)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오른 두바이유 가격(98달러)을 감안하면 지금 우리 경제는 3% 이상의 성장률을 유가 때문에 까먹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지난해 원유 수입에 쓴 돈은 895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대표적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반도체의 수출액을 합한 889억 달러보다 많다. 현 추세로 가격이 유지된다면 올해 한국이 원유 수입에 쓸 돈은 1000억 달러를 쉽게 넘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운행을 줄이고, 사무실 형광등을 줄이고, 실내온도를 높이는 것을 대책이라고 하기엔 너무 큰돈이 들어간다.


골드먼삭스는 기름값 예측의 ‘도사’?


200달러 예측한 애널은 하이브리드 차 타
아준 무르티 골드먼삭스 애널리스트. 그가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올해 들어 두 번 유가 200달러 시대를 예고한 것이다. 골드먼삭스는 지난 3월 7일 최악의 경우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5월 5일에는 유가 200달러의 가능성에 좀 더 힘을 실어 향후 6개월에서 24개월 안에 국제 유가가 공급부족 등으로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배럴당 130달러 전후로 거래되는 상황에서 이것은 믿을 만한 이야기일까? 리먼브러더스는 “현재 유가는 최고점에 왔거나 그 근처에 왔다”며 “200달러가 가능하다면 80달러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브루스 카즈먼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0달러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단, 오늘내일의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3년 전 비웃음을 뒤로하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는 ‘초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을 예측한 사람이 아준 무르티다. 무르티는 39세의 애널리스트로 2대의 하이브리드 차를 몰고 다닌다. 뉴저지 출신인 그는 미국의 가장 큰 문제로 석유 중독을 꼽는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기사에서 그는 “원유가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연비가 좋은 차를 타든지 아끼라”는 사인이라며 “(원유 의존도가 낮아져) 나 같은 유가 애널리스트가 없어지는 날이 오는 게 좋지 않으냐”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반 석유론자’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그가 알고 보면 ‘친 석유론자’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골드먼삭스가 원유를 거래하는 월가 최대 투자은행 중 하나로 유가상승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60%가 골드먼삭스를 통해 상품을 거래하고 있는데, 골드먼삭스는 상품과 상품선물을 거래하는 전자거래소 인터콘티넨털 익스체인지(ICE)의 설립파트너다. 2005년 당시 골드먼삭스 회장이었던 헨리 폴슨 현 미 재무장관은 이를 변론해야 했다. 무르티 자신도 그의 리포트가 가진 영향력을 알고 있다. 그는 “매수든 매도든 시장 반응이 바로 그날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펀더멘털이 이기게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골드먼삭스에는 적어도 무조건 매수 의견만 내는 애널리스트는 없지 않으냐”고 말하기도 한다. 고유가 리포트를 쓴 배경에 의심을 갖는 이가 있더라도 분명한 것은 시장에서 골드먼삭스의 신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 5월 16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골드먼삭스를 ‘2008년 전 세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서 가장 뛰어난 분석력을 갖춘 증권사로 선정했다. 골드먼삭스는 총 41명의 최우수 애널리스트를 배출했다.


임성은 기자·lsecon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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