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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시장 만들어주고 돈 번다

돈 시장 만들어주고 돈 번다

▶프놈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캄보디아 증시 설립 국제콘퍼런스’에서 이영탁 전 이사장(왼쪽)과 훈센 총리(오른쪽) 등 캄보디아 국무위원들이 캄보디아 증시 설립 프로젝트의 개시를 선언하는 개막식을 거행하고 있다.

지난 5월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KRX)에는 싸이셍리 뗑브리아쯔 라오스 총리실 장관 겸 공기업개혁위원회 위원장 일행이 찾아왔다. 이들은 이정환 거래소 이사장과 만나 라오스의 한국형 증권시장 도입 방안을 논의했다. 싸이셍리 장관은 이 자리에서 라오스 정부의 증권시장 육성 의지를 밝히면서 KRX가 라오스 증권시장 개설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정환 이사장은 KRX의 신흥시장 지원 경험을 강조하고 이번 방문단에 동행한 라오스전력공사와 라오스항공의 한국 증시 상장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라오스는 지난해 9월에도 솜사왓 랭사왓 수석부총리 일행이 찾아와 라오스 중앙은행(BOL)과 라오스 증권거래소를 합작설립하기로 하는 한편, 라오스 주요 공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을 추진하기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우리나라 증권선물거래소(KRX)가 아시아 증권시장을 휩쓸고 있다.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캄보디아, 라오스 등에 한국형 증권시장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는 것이다. 라오스에 앞서 캄보디아와는 2009년 말까지 증권거래소를 함께 만들어 운영하기로 하고 준비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KRX의 해외사업은 후진국 증권시장에 대한 단순한 협력이나 지원 차원이 아니라 외국의 증권거래소 설립에 자금을 투자하면서 거래소 시스템도 만들어주고 운영도 함께 해 이익을 나누는 동업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캄보디아와 라오스가 이 경우인데 라오스에서는 2010년부터 증권거래소를 합작으로 만들어 운영하게 된다. 이정환 이사장은 “아시아 최고의 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국제화를 주요 전략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세계 각국 증권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전략이 시급하다”며 지난해 4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와 유럽 6개국의 유로넥스트(Euronext)가 합병해 세계 최대의 거래소로 떠오른 사례를 들었다. KRX의 해외사업은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된다. 하나는 베트남·말레이시아·몽골처럼 IT(정보기술) 시스템을 단순 수출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캄보디아·라오스·베트남 등에서 보듯 증권시장 설립을 지원해 함께 참여하는 것이다. 1단계 사업이 마무리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는 KRX 시스템에 만족해 추가 사업을 KRX에 의뢰하는 등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 홍성희 KRX 해외사업추진단장은 “KRX의 수출사업은 1996년부터 시작돼 이제 열매를 맺는 단계”라며 “IT 강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증권시장 제도가 아시아 국가들에 적합한 점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 단장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큰 기여를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 1997년부터 4년간 베트남 호찌민 증권거래소 개설을 지원한 결과 베트남 증권시장에 한국 증권업계가 활발하게 진출하는 기반이 됐다는 분석이다.


◇캄보디아 = 캄보디아와는 합작투자 형태로 증권거래소를 설립해 공동 운영한다. 현재 캄보디아 재정경제부와 협력해 증권 전문인력 양성, 관련 법규 제정, 전산 시스템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KRX의 과장급 한 사람이 캄보디아 재경부에 파견돼 거래소 개설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내년에는 거래소 개설에 앞서 증권관리위원회 등 감독기구도 설립한다. KRX는 캄보디아 재정경제부 및 중앙은행, 시중은행 관계자를 비롯해 국회의원, 교수, 회계사 등 500여 명을 상대로 이미 9차례의 교육·연수를 실시했다.

◇라오스 = 라오스 역시 캄보디아와 비슷한 합작투자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난해 6월 라오스 정부가 증권시장 설립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시작되었다. 올 하반기부터 전문인력 양성 교육, 증시제도 자문, 증권시장 IT시스템 구축 등을 서둘러 2010년 말에 증권거래소를 설립할 예정이다. KRX는 또 라오스 공기업 가운데 민영화되는 기업을 골라 한국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 2006년 5월 말레이시아거래소(BM)의 채권 매매 및 감리시스템 개발 국제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입찰에는 우리나라 외에 인도 타타(Tata) 그룹 등 세계 유수의 IT업체이 대거 응찰했는데 기술 평가 등을 거쳐 2007년 1월 최종 수출계약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채권매매, 협상매매, 신고매매, 정보분배, 채권감리 등으로 구성된 이 시스템은 지난 1월 개발이 완료돼 3월 10일부터 가동됐다. 이에 만족한 말레이시아 측은 지난 4월 2차 개발 프로젝트인 ETP시스템도 개발해 달라고 KRX에 요청해 오는 11월을 목표로 개발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베트남 = 1996년부터 2002년까지 호찌민 증권거래소 개설을 지원하고 자문한 바 있다. 베트남 증시는 이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현재 차세대 IT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입찰을 추진 중이며, 한국은 1차 시스템 지원 실적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수주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IT 협력 등을 위한 MOU를 체결했으며, 현재 20여 개 입찰 참가 업체 가운데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몽골 = 몽골은 1991년 증권거래소가 설립돼 17년의 역사를 갖고 있고 몽골 정부가 증권시장 육성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시장은 아직까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몽골 정부와 증권거래소는 몽골 증시의 IT 시스템 현대화 및 증권 전문인력 양성 등 증권시장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KRX는 2005년 6월 몽골 재무부로부터 증권시장 지원 요청을 받아 2006년 6월 몽골 증권거래소(MSE)와 포괄적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MSE 이사장과 임원들이 방한해 증권시장 시스템 현대화 사업 참여를 요청하고 올 1월에는 두 거래소가 사업추진의향서(LOI)를 체결했다. 3월에는 MSE 임직원들이 서울에 와서 연수를 받았으며, KRX는 곧 전문가를 파견해 현지 자문 및 연수를 실시할 예정이다.


인터뷰 홍성희 KRX 해외사업추진단장


“중앙아시아까지 수출 확대할 것”
“앞으로 해외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배당 수익 또는 지분 매각 차익을 통한 자본이득도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 4월 초 KRX 해외사업추진단장으로 부임한 홍성희(53) 단장은 KRX의 해외사업이 동북아시아에서 금융 중심지로 도약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이득도 얻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홍 단장은 미국에서 금융을 공부하고 귀국해 1996년부터 KRX 선물·옵션 부문을 거쳐 증권연구실 전문위원, 옵션시장 부장, 제도총괄팀장 등을 지냈다.

- 캄보디아 증시 개설 작업은 잘되고 있나.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관련 법안이나 감독 규정 등도 대부분 마무리된 단계다. 이제 증권거래소 부지만 결정되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이다. 자문과 연수·교육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캄보디아는 시장 운영 노하우가 전혀 없기 때문에 과장 한 사람이 아예 파견돼 상주하면서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설립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캄보디아의 경우 이전 말레이시아, 베트남, 몽골 등과는 다른 차원이다. 증권시장에 관련된 모든 인프라를 만드는 데 KRX가 참여한다. 증권 관련 법률에서부터 증권거래소 규정까지 모든 법규 제정에 대해 자문하고 감독기구 설립도 지원한다. 특히 증권거래소 설립에 돈을 대고 지분을 받는 합작투자 방식이어서 거래소가 문을 연 뒤 경영을 함께 하게 된다.”

- 어려운 점은 없나. “캄보디아 측의 의사결정이 더딘 것이 애로점이다. 증권거래소 부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빨리 착공해야 내년 말 개장에 맞출 수 있다. 훈센 총리 등 캄보디아 정부가 증권시장 개설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잘 추진될 것이다.”
- KRX의 해외사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나. “아시아 대부분 국가는 정부 주도로 증권시장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KRX 시스템이 아시아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우선 동남아 증권시장 개설을 마무리하는 대로 카자흐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시스템 수출 및 지원에 주력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한국 증권사를 비롯한 업계 전체의 진출에도 든든한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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