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던 손, 시장의 ‘큰손’ 되다
빨래하던 손, 시장의 ‘큰손’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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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살 때 주부 영향력 75.6% 볼보코리아가 2년 전 선보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은 주부 운전자를 주 고객으로 삼은 제품이다. 높은 굽의 신발을 신고 운전할 경우 편리한 조작을 위해 특별 제작한 페달을 달았고, 아이를 안고 쉽게 차에 오를 수 있도록 중간 계단을 만들어 장착했다. 반응은 꽤 좋았다. 한창 잘나갈 때는 주문 후 6개월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였다는 게 볼보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렉서스는 시슬리·샤넬 등과 공동으로 중년여성의 피부관리법, 화장법 등을 알려주는 미용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또 여성용 골프백 등을 사은품으로 지급하는 행사도 벌였다. 술을 구입할 때도 주부의 영향력은 75.6%로 나타났다(소비자모니터센터 조사결과). 반면 남편이 술을 구입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13.7%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도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등 아줌마 고객을 잡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패션 업계와 화장품 업계 등의 마케팅 활동은 한 술 더 뜬다. 이미 주부를 주 고객으로 삼고 있는 이들 업계는 연령대와 취향을 세분화해 아줌마 잡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다. 패션업체들은 ‘뉴포티(New Forty)’ 여성들을 겨냥한 제품 기획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뉴포티란 용어는 이전 40대와는 달리 자신의 외모와 몸매를 가꾸는 데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40대 전후의 아줌마를 일컫는 신조어다. 제일모직의 ‘이세이미야케’는 독특한 주름 원단이 실루엣을 살려주고 체형의 단점을 커버해주기 때문에 경제력 있는 40대 여성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브랜드. 이세이미야케 역시 40대 고객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수시장에서 40대 여성들이 새로운 소비세력으로 등장하면서 이들에게 맞춘 제품 기획과 마케팅 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는 지난 3월 뉴포티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빛으로 관리하는 홈 I.P.L’이란 제품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홍보팀은 “피부 노화가 절반 이상 이뤄진 30~40대 주부들에게 잠시나마 피부의 젊음을 되찾아주겠다는 생각으로 마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5년 전 국내 최초로 아줌마를 위한 ‘30분 순환운동 프로그램’으로 시장을 선점한 이큐빅도 아줌마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이큐빅은 여성전용 헬스클럽으로, 주부에게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제시해 큰 호응을 받았던 업체다. 이큐빅 문자란 과장은 “몸매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뉴포티 주부들을 위해 효과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 할인매장도 아줌마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활동 비중을 높이고 있다. GS스퀘어백화점은 매월 ‘프로 주부의 쇼핑 탐방기’를 전단에 내보낸다. 전단에는 아줌마가 직접 쇼핑한 상품을 소개하고, 아줌마 고객이 선정한 중남미 관련 아이템을 실었다. 백화점 관계자는 “전단 마케팅은 30~50대 아줌마들의 공감을 일으켰으며, 소개된 아이템의 매출이 30%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아줌마 마케팅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 분야에서 아줌마를 주 고객으로 하는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현우 한양대 홍보학과 교수는 “몇몇 연구결과만 봐도 실제 구매에서 주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일부 기업에만 그쳤던 아줌마 마케팅이 이제는 기업들의 살아남기 위한 필수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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