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강남 구간 공사 고위층 때문에 지연”
[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강남 구간 공사 고위층 때문에 지연”
▶주베일 항만공사를 위해 높이 375m, 무게 4만t의 해양구조물을 바지선에 싣고 걸프만으로 떠나느 광경. |
-제3한강교는 처음부터 공사를 하기로 계획에 잡혔다가 중단되고 가장 늦게 시공하지 않았습니까. 그게 연결되지 않으면 말 그대로 ‘경부고속’이 안 되는데, 왜 공사를 중단했습니까? 항간에 떠돌았던 고위층 부동산과 관계가 있었습니까? “사실 고위층 때문에 중단됐죠. 중단이 아니라 공사 뒷순위가 된 거지요. 그 당시 여러 가지 논란이 있었는데, 그때 장기영씨가 부총리였습니다. 그분이 강남에 땅이 상당히 있었고 마침 3차 공사를 해야 하는 그 지역에 장 부총리의 땅이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3차 공사로 강남이 개발되고 땅값이 폭등하면 오해를 받을 것 아닙니까? 그래가지고 당초엔 강남부터 밀고 나가려 했는데 오해 받기 싫다고 자기가 공직에 있는 동안에는 안 한다, 그 바람에 계획을 미룬 셈이지요. 노선은 누구 땅인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통령하고 정 회장님이 사실상 확정했던 거니까 부총리는 전혀 몰랐거든요. 그래도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미뤄놨다가 수원∼오산 간 도로를 완공해 나가면서 맨 나중에 제3한강교도 완공했어요. 한강교가 완공이 안 되면 고속도로 개통이 안 되잖습니까.”
▶텍스트 |
-정 회장님과 오랫동안 여러 프로젝트를 해 오셨는데, 인간적으로 특이한 분이라고 느낀 일화가 있으면 한 가지만 소개해 주시지요.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서산에 모시고 다닐 때인데 참 놀라운 것은, 흔히 우리가 손님을 모시고 가게에 갈 경우 현금이 없으면 10만원짜리 수표 하나 내잖아요? 그러면 거스름돈을 받고 그냥 주머니에 넣는다고요. 손님 모시고 있으면서 돈을 세어 보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명예회장님은 꼭 세어 봅니다. 그 정도로 철저해요. 엄청난 대기업 총수지만 지방에 가면 아무 곰탕집이나 들어가서 곰탕을 드세요. 지나다가 기사식당에 가서도 잡숴요.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하시는 법이 없어요. 그런 건 특히 배울 점이에요. 그래서 회장님을 따라간다? 잘 얻어먹겠구나 생각하면 말짱 헛거고 그림의 떡이지, 하하하.” 현대건설의 부흥기라고 한다면 단연 중동 진출 시점을 꼽을 것이고, 그중에서도 주베일 항만공사를 수주했을 때가 절정이었다는 것에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1976년에 발주한 주베일 산업항 공사는 결과적으로 현대그룹의 급성장을 견인한 동시에 내부적으로 보면 정씨 형제가 분가를 함으로써 한국의 건설시장이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근로자 해외 파견에서 첫 대형 스트라이크를 경험하면서 노무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배운 것도 비록 오점을 남긴 기록의 역사가 되기도 했지만 길게 보면 좋은 수확이 되는 셈이었다. 주베일 항만공사 수주는 무엇보다 국가적으로 오일쇼크와 외환 위기에서 탈출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OPEC은 영원한 황제 아니야” 정주영 회장은 주베일 산업항 프로젝트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에 담아두고 있지는 않았지만 수주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총체적인 문제점이 보였고, 그게 도전정신 결여였다면서 당시를 정리했다. “주베일 항만공사? 그거 우리 (현대건설)내부에서는 전부 반대했어.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는 어떻게 하든 극복하는 저력이 있고 요령도 가지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 해 보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아주 주춤거리고 두려워해. 사장부터 전부 그랬어. 해 보지도 않고 말이야. 기업을 해 보면 말이지, 영원한 1등도 없고 영원한 불황도 없다는 말을 수차례 하게 되는데, 그건 반드시 도전을 하고 시련을 경험해야 느낄 수 있는 거예요. 가령 1차든 2차든 오일쇼크 이후를 한번 보세요. 거기서 우리가 많은 걸 배워야 돼요. 영원한 불황이 없다는 것도 거기서 답이 나와요. 전 세계가 에너지를 절약하고 대체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온통 소동을 벌이다시피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석유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을 아주 열심히 했지요. 그런데 오펙(OPEC)회원국들은 고유가 시대가 왔다고 유전개발을 더 열심히 했어요. 말하자면 석유수출국기구가 산유량을 막 늘렸다 그거지요. 그렇게 되니까 한쪽에서는 대체에너지다, 절약이다, 열심히 노력하는데 한쪽에서는 열심히 퍼내니 이게 어떻게 되겠어요. 공급과잉 상태가 되는 거야. 간단히 말하면 그런 구조가 된 거야. 그러니 세계 석유시장이 구매자 시장으로 바뀌게 되고 기존의 유가 구조가 붕괴하는 단계까지 가는 거지요. 그니까 오펙이 영원한 황제도 아니고 비산유국이라고 영원히 불황에서 허덕거리는 게 아니다 그 말이야. 감히 비산유국이 어떻게 오펙에 도전한다는 생각을 해요. 근데 도전하니까 20달러 이하로 막 떨어지던 때가 있었잖아요. 결국 뭐냐, 사우디에서 우리가 주베일 항만공사를 먹어야 한다고 했던 것도 그런 걸 내다봤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쏟았던 거야.” 훗날의 기록이 보여주고 있듯이 현대건설이 급성장의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은 모두 위기를 극복하고 도전으로 얻은 성취였다. 태국 진출에서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결과적으로는 고속도로 공사에 대한 국제 규정이라는 것을 터득해 경부고속도로 성공으로 이어졌고, 조선 산업에 뛰어든 후 중동으로 진출할 때는 그야말로 위기와 맞붙은 최대의 결단이었다. 아끼던 동생 정인영 회장(전 한라그룹)과 갈라서게 되는 것도 주베일 항만공사를 놓고 도전이냐 위기냐에 대한 선택의 마찰 때문이었지만 결국은 도전으로 그 엄청난 외화를 벌어들이면서 현대는 급성장의 돌파구를 열었던 것이다. 이른바 중동신화의 서막을 열었다고 했던 주베일 항만공사는 공사금액만으로도 당시 우리나라 예산액의 25%에 달하는 9억3114만 달러로 ‘20세기 최대의 역사’라고 했던 프로젝트였다. 물론 수주에 성공한 이후 철 구조물 재킷 하나에 1억 달러가 넘고 모든 기자재와 콘크리트 슬래브를 울산조선소에서 제작해 가져가지 않으면 공기단축을 포함해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현실 문제에 직면하자 급기야 필리핀 해양을 지나 걸프만까지 대형 바지선으로 운반하는 ‘정주영 결단’을 만들어낸 것도 건설사에 남아 있는 놀라운 도전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그런 모든 것이 ‘주베일 항만공사’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정주영)그때 산업항 주 공사만 10억 달러에 가까운 세계적인 공사였고 모든 건설사가 현대가 해낼 수 있겠느냐고 주시했어요. 재킷 하나가 1억 달러라서 화제가 된 게 아니고, 그걸 우리 중공업에서 제작했는데 울산에서 주베일까지 배로 끌고 가면서 보험을 한 푼도 들지 말라고 했거든? 그게 화제가 됐던 거예요. 보험에 들면 보험을 믿고 정신상태가 해이해지고 긴장을 풀 거란 말이야. 그냥 떠나라고 소리를 질렀지, 하하항. 그게 성공을 했는데 결국은 정신을 어떻게 가지느냐에서 모든 사업의 성패가 갈린다는 것을 일깨워주려고 그랬던 거지요.” <계속>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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