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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진실에 기업 미래 있다

생태적 진실에 기업 미래 있다

요즘 흔한 게 CEO 등 명망가 중심의 최고경영자 과정이다.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은 인맥을 쌓기 위한 폼 잡는 과정이 아니다. 학과에서 알 수 있듯 주제도 ‘환경’이다. 그런데 내로라하는 CEO나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찾고 있다. 학생들은 누구이고, 이들은 왜 바쁜 일상을 쪼개 이곳을 찾는가.
“이자리에 대통령 빼고 다 온 것 같습니다.” 지난달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공동으로 연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 입학식에서 축사를 맡은 한승수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생들이 모두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정·관·경제계 인사들이다. 이만의 환경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현직 장관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등 최고경영자들이 등록하고 있다. 6월 9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5회 강연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사장,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김영란 대법관, 김성훈 상지대 총장(전 농림부 장관),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김태지 전 일본대사,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고건 이사장 “리더의 결단이 중요”
오후 6시30분부터 9시까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강의가 진행되었지만 자리를 뜨는 CEO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여느 최고경영자 과정처럼 간단한 식사로 시작해 연사를 모셔 강의를 듣는 모습은 같았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먼저 간소한 식사 메뉴. 찐 감자, 야채 튀김, 우리밀 우동 등 ‘친환경’ 메뉴를 선별한 듯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 열기가 대단했다는 것이다. 포토존도 있어 한꺼번에 모이기 힘든 CEO들이 서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관계자는 “한 분 한 분이 우리 사회에 영향력이 큰 분들이라 사진을 찍어 둔다”고 말했다. 저녁 약속을 하나도 모자라 3~4개까지 잡는 이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 정준양 포스코 사장은 “환경은 에너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는 포스코에는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김종갑 하이닉스 반도체 사장은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률 국세청장은 “세원은 세상 어디에나 있다. 환경문제도 연구해야 할 분야”라고 말했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우선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과 같은 환경관련 강의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힘들었고 실제로 환경문제에 대한 기업의 고민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붐비는 이유를 설명했다. 윤 총장은 “최고경영자들은 그야말로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환경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어야 기업과 나아가 우리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고건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리더의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정·재계 인사들에게 당부했다.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은 기후변화센터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이 공동으로 사회 여론 주도층의 인식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개설한 특별 과정으로 ▶기후변화협약 대응 ▶경영환경변화 ▶신성장동력 등 3개 부문의 강의와 함께 ▶신재생 에너지 현장 탐방 및 토론회로 구성돼 있다. 10주간 매주 한 차례씩 특강 형태로 열리며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 이병욱 환경부 차관, 정래권 외교부 기후변화대사, 정준양 포스코 사장 등 국내 인사뿐 아니라 제롬 글렌 UN미래포럼 회장,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회장 등 해외 인사들도 강연한다. 9일 강연을 한 레스터 브라운 지구정책연구소 회장은 “자본주의는 시장이 생태적 진실을 말하도록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먼저 휘발유세를 늘리고 소득세를 줄이는 ‘세제 개편’을 주문했다. 현재 휘발유에 매겨진 세금은 간접비용을 고려하지 않아 턱없이 낮다. 따라서 휘발유세를 현실적으로 높여 소비를 줄이는 대신, 소득세를 낮춰 시민의 세금부담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하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편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추진에 대한 질문에 그는 “19세기라면 매우 좋은 생각이겠지만, 지금은 21세기”라고 답하기도 했다. 실제 이러한 환경 공부가 경영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은 그룹 내에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전파하고 대안을 고민하기 위해 외부강사를 회사로 직접 초빙하기도 한다. 워낙 두 회장이 공부에 열의가 있어 사내 강연이 드문 일은 아니지만 ‘기후변화 리더십 과정’을 공부하면서 더욱 환경친화적 경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웅진그룹은 2006년 중견기업으로는 드물게 환경부 차관 출신의 이진 부회장을 영입해 그룹 내에 환경사무국을 만들었다. 현재 5명으로 구성된 사무국은 ‘환경성과 평가, 환경 심사제도, 친환경제품 생산, 환경 사회공헌’ 등을 맡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에너지에서 환경까지, 미래를 창조하는 삼천리’를 슬로건으로 최근 신재생 에너지 분야인 태양광발전 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에너지 사업 전반으로 사업 폭을 넓히고 있다.


‘특A급’ 거물들 어떻게 모였나


“나는 왜 안 되느냐고 항의하는 사람도”
요즘 웬만한 대학에 최고경영자 과정이 없는 곳이 없다.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유수의 대학 이름이나 기업 이름을 빌리지 않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 이른바 ‘특A급’ 인사들이 모인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은 “흔히 생각하듯 인맥을 쌓기 위해 이런 모임을 찾는다고 생각하는데 맞는 이야기인 듯하지만 요즘 추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명성 있는 CEO라면 인맥은 쌓을 만큼 쌓아서 더 쌓는 것이 부담 될 때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총장은 “CEO는 새로운 트렌드를 파악하고 조직을 이끌어가는 것이 소임인 만큼 배우는 데 집중한다. 물론 와인이라도 나누는 시간이 되면 고급정보가 오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경영자과정의 수준을 높이고 다음 과정까지 명맥을 유지하게끔 하려면 역시 ‘물 관리’가 중요하다. 많은 CEO가 같이 공부하는 사람의 수준을 보고 모임의 수준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왜 나는 안 되는지 항의하는 사람도 많았다”며 “사회적 명망이 있다고 해서 열의도 없는 사람을 받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회원이 모이기 전에 CEO의 판단기준이 되는 것은 기관의 성격이다. 윤 총장은 “서울과학종합대학원은 늦게 출발했지만 그만큼 회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 왔다”며 “단순히 예쁜 직원에게 유니폼 입히고 인사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공부가 되게 독려하고 회원이 경영하는 회사 내 분위기까지 고려해 최적의 공부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지위와 공부에 대한 열의를 잣대로 걸러진 CEO의 면면을 살펴보니 뜻밖의 사람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임채진 검찰총장과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의 조합도 그렇다. 문국현 대표는 지난 대선 때 삼성 떡값 의혹을 받고 있는 임채진 검찰총장이 BBK 수사 지휘를 제대로 했겠느냐면서 검찰총장 해임결의안을 낸 바 있다.


기후변화 리더십 1기 참석자 (80명, 가나다 순)


기업 (36명)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김동식 케이웨더㈜ 사장, 김문영 알티전자㈜ 사장,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 김태영 ㈜필립스전자 사장, 문규영 아주그룹 회장, 민복기 EXR 코리아 대표, 박경수 PSK㈜ 사장(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 회장), 박기석 ㈜시공테크 회장,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박정부 ㈜한일맨파워(주식회사 다이소아성산업 대표이사)사장, 백완규 ㈜JH Care 회장, 변인근 ㈜중앙디자인 회장,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CJ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 신상수 ㈜M캐슬 회장, 신헌철 SK에너지 부회장, 유영희 유도실업㈜ 회장, 윤홍근 ㈜제너시스 회장,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 이병만 ㈜경농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이재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장일환 산림조합중앙회 회장, 전필립 파라다이스그룹 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봉규 ㈜지엔텍홀딩스 회장, 정준양 포스코 사장, 정찬용 현대기아차그룹 인재개발원장, 조시영 대창공업㈜ 회장, 조영주 KTF 사장, 천신일 세중그룹 회장, 최등규 대보그룹 회장(서원밸리 회장), 허동수 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 회장(GS 칼텍스 회장)

금융 (5명) 김일섭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회장, 신상훈 신한은행장,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정낙균 한국교직원공제회 상임감사
정치·행정·법조 (14명) 김성곤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김영란 대법원 대법관, 김태지 전 주일본대사관 대사, 문국현 창조한국당 대표, 박진 한나라당 국회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동기 변호사(전 수원지검 검사장), 이만의 환경부 장관, 이미경 통합민주당 국회의원, 임채진 검찰총장, 이재후 김&장 대표변호사, 한상율 국세청장, 허신행 전 농림수산부 장관

교육·연구 (10명) 김성훈 상지대학교 총장, 김종량 한양대 총장, 박재갑 서울대교수(전 국립암센터 원장), 박종식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소장, 윤신일 강남대학교 총장,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이영상 경북외국어대학교 총장, 이인수 수원대학교 이사장, 조동성 서울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시민사회단체 (8명) 강지원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공동대표(변호사), 고건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전 총리),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전 산자부 장관),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김재옥 소비자시민모임 회장,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변호사), 최열 환경재단 대표
예술 (2명) 안성기 영화배우(STOP CO₂캠페인 홍보대사),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
언론 (5명) 김대성 제주일보 회장(한국신문윤리위원회 이사장), 김학준 동아일보 회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엄기영 MBC 사장, 하금열 S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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