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거미줄 네트워크로 세계를 잡다

거미줄 네트워크로 세계를 잡다

“노 이노베이션, 노 퓨처”(No Inno-vation, No Future·혁신이 없으면 미래도 없다). LS전선 대표인 구자열 부회장을 비롯한 모든 임직원 명함에 새겨진 문구다. LS전선에서 이는 말 그대로 ‘퓨처(미래 먹거리)’다. 구자열 부회장은 특히 이 같은 ‘퓨처’와 ‘이노베이션’을 실현할 곳은 해외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다. 최근 LS전선이 수페리어 에식스를 인수한 것도 구 부회장의 강력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구 부회장은 일선에서 LS전선 해외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LG와의 계열분리 직후인 2004년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에 오른 후부터 LS전선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는 그의 글로벌 경영 결과 중 하나인 셈이다. LS전선은 북미 최대 전선회사이자 세계 1위의 권선(가전제품·변압기·각종 모터에 사용되는 코일 형태의 구리 전선) 제조업체인 수페리어 에식스를 7월 한 달 동안 주식공개매수를 통해 인수할 방침이다. 이게 성사되면 LS전선은 단번에 세계 7위에서 3위 전선업체로 도약하게 된다. LS전선 46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46년 역사에 한 획 그은 대사건
수페리어 에식스를 인수하면 LS전선은 전력케이블·광통신케이블과 전선 소재 중심의 사업구조에 권선과 통신선 제품이 강화된다. 수페리어 에식스는 지난해 2조7819억원의 매출과 119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세계 10위권의 전선 제조업체다. 이와 관련해 구자열 부회장은 “이 회사 인수가 LS전선 글로벌 경영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도 그럴 것이 수페리어 에식스를 인수하면 LS전선은 전선부문에서 계열사인 가온전선과 JS전선을 포함해 2007년 기준 매출 6조6000억원, 영업이익 28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전선업체의 강자로 부각하게 된다.
구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의 전면에 나선 이후 LS전선의 발걸음은 빨라지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2005년 9월 중국 우시(無錫)에 33만m2 (10만 평) 규모의 LS산업단지를 조성한 것이다. 이는 구 부회장이 첫선을 보인 해외 진출이다. 중국은 물론 세계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다. 같은 해 미국 지사를 판매법인으로 확대 개편했다. 2006년 7월에는 핑두(平度)에 위치한 LS공조법인을 칭다오(靑島) 신공장으로 이전했다. LS전선은 중국에 이어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에도 현지 생산법인을 설립했는데 이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다. 2006년 11월에는 베트남 호찌민시 동나이성 록캉 공단에 제2전선 공장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떴다. LS전선이 단독 투자한 이 공장은 총 16만5000m2 규모로 최근 제1단계 공사가 완료돼 전력용 케이블과 제어용 케이블을 생산, 베트남은 물론 인도·중동·유럽 같은 시장에 수출한다. 2007년에도 LS전선의 글로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2007년 6월 말레이시아 합작사인 현지 전선회사 지분을 인수했다. 곧 이 회사를 100% LS전선이 출자한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회사를 동남아 전선시장 장악을 위한 종합전선회사로 키운다는 게 구 부회장의 복안이다. 이를 위해 LS전선은 말레이시아 공장을 리모델링하고, 권선 생산능력을 기존 600만t 규모에서 1200만t 규모로 확대키로 했다. 2009년부터는 권선 이외에 전력케이블, 통신케이블 등을 생산하는 종합전선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인도 델리 인근 바왈 산업공단에 전선 공장을 기공했다. 올 하반기 준공이 목표다. LS전선은 여기에 38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이 공장에서는 휴대전화의 음성, 영상 무선신호를 기지국 안테나에서 통신장비까지 전송하는 통신케이블인 동축케이블을 생산 판매하게 된다. 올해도 LS전선은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1월에는 영국 런던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에서 봤듯이 앞으로는 현지공장 설립은 물론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선다는 복안이다. LS전선은 현재 영국·미국·중국·베트남·인도·말레이시아 등 6개국 12개 지역에 생산·판매법인을 두고 있다. 그 외 러시아·아랍에미리트·싱가포르·일본 등에 12개 지사를 두고 있다.
러시아·남미 공장 진출 검토
거미줄 같은 지금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구자열 부회장이 취임하던 2004년과 대비된다. 취임 전엔 해외법인, 지사를 모두 합쳐 10여 개에 불과했다. 이게 불과 4년 만에 24개로 늘었다. 구 부회장이 LS전선을 글로벌 선두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힘쓴 결과다. LS전선은 요즘 러시아나 남미 공장 진출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글로벌 경영 덕에 LS전선의 해외 수주도 늘었다. 2004년 6월 XLPE 400kV 초고압 케이블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한 것을 필두로 굵직굵직한 해외수주 실적을 이루어냈다. 2006년 1월에는 국내 전선 업체 중 최초로 미국에 6000만 달러 규모의 초고압 제품을 수출했다. 지난해 1월에는 5000만 달러 규모의 초고압 케이블을 미국에 수출했다. 지난해 3월에는 태국·베트남 등에서 3200만 달러 규모의 통신케이블 물량을 수주했다. 10월에는 자동차 부품으로 유명한 델파이사에 1억3000만 달러 규모의 자동차전선을 공급했다. 이어 올 6월에는 카타르 전력청 등과 초고압 케이블 2억10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했는데, 이는 국내 업체가 단일 규모로 초고압 케이블을 공급한 실적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구자열 부회장이 이끄는 LS전선의 다음 항해 목적지가 어디가 될지 주목된다.


구자열 부회장은 누구?


러시아까지 가서 ‘글로벌 인재’ 면접
구자열 부회장은 글로벌 경영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있다. 수페리어 에식스 같은 알짜 외국기업을 인수하려는 것도 그의 경력과 무관치 않다. 구 부회장은 78년 LG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LG상사에서 뉴욕지사와 동남아지역 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는 국제 금융 분야에도 밝다. 영어와 일어에 능통하다. 그는 2004년 “설립 50주년이 되는 2012년에 매출 10조원의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LS를 키우겠다”는 비전2012를 선포했다. 물론 그 방법은 바로 글로벌 경영이다. 그 일환으로 그는 해외사업을 주도할 인재 확보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구자열 부회장은 CIS(독립국가연합) 국가와 동유럽의 교두보 역할을 할 러시아 지역 전문가를 채용할 때 러시아 현지 면접에 직접 참석했을 정도다. 2003년 김충현 상무(전략기획부문장)를 구 부회장이 직접 데려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에 깊숙이 관여한 김 상무는 LS로 오기 전 외국계 컨설팅사인 부즈앨런 앤 해밀턴에서 일했다. 돋보이는 전략기획전문가다. LS가 진로산업(현재 JS전선)을 인수할 때도 실력을 발휘했다. 수페리어 에식스 인수를 추진한 LS전선 사내 TF팀 이름은 ‘미주 현지화 추진팀’이다. 2007년 4월 가동됐다. 팀장은 구자열 부회장이 아끼는 김충현 상무고, 현재 팀원은 6명이다. 물론 일이 커지면 인력이 늘어난다. 올 5월 수페리어 에식스 실사 때는 30명까지 불었다. 구 부회장은 2004년 1월 LS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됐다. LG그룹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넷째 동생인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불붙은 상법 개정...밸류업 핵심 과제, 증시 발전에 긍정적”

2포켓몬 고, ‘에스파’ 서울 콘서트에 홍보 부스 마련한다

3티웨이항공, 이지드랍 서비스 참여…홍대입구역·인천 거점

4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등 2명 구속

5SK이노베이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ESG 활동 고도화

6신한투자증권, 1200억원 규모 해외 인수금융 주관·셀다운 성료

7신한은행, 강북구와 ‘땡겨요’ 업무협약 체결

8정은보 이사장, ‘밸류업 프로그램’ 글로벌 프로모션 위해 홍콩․싱가포르 출국

9KT, 40만원대 스마트폰 ‘갤럭시 A35 5G’ 공식 출시

실시간 뉴스

1“불붙은 상법 개정...밸류업 핵심 과제, 증시 발전에 긍정적”

2포켓몬 고, ‘에스파’ 서울 콘서트에 홍보 부스 마련한다

3티웨이항공, 이지드랍 서비스 참여…홍대입구역·인천 거점

4 ‘얼차려 훈련병 사망’ 중대장 등 2명 구속

5SK이노베이션, ‘2023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ESG 활동 고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