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는 다음이 기회라는 뜻
쟁쟁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과 국내 금융회사가 입주한 서울 역삼동의 강남파이낸스센터. 안순오 삼성생명 재무설계사(FC·Financial consultant)의 개인 사무실이 이 빌딩 34층에 있다. 창문 밖으로 주변 빌딩과 도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안 FC는 같은 층에 있는 삼성생명 지점의 FC 가운데 유일하게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다. 방 한쪽에 진열된 많은 상장과 트로피가 그의 위상을 더 잘 보여준다. 안 FC는 올해 삼성생명 챔피언에 뽑혔다. 챔피언은 삼성생명이 일 년에 한 번씩 전국 3만여 명의 FC 가운데서 선정하는 보험왕이다. 안 FC는 지난해 일반 사망보장 보험을 329억원 유치했고, 고객만족 지표인 13회차 계약유지율 89%를 기록했다. 13회차 계약유지율이란 고객이 일 년 넘게 보험을 유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그의 성공 비결은 인맥 관리다. 그가 관리하는 고객 수는 약 2만 명. 이 중엔 그가 FC에 입문한 1993년부터 인연을 쌓아온 고객이 상당수다. 그는 “고객 한 명이 곧 열 명”이라고 말한다. “고객 한 명은 한 사람으로 그치지 않아요. 정성과 진심을 기울이면 한 사람이 열 사람이 되는 거죠.” 실제로 그는 한 명의 고객을 통해 1000명의 고객을 알게 됐다. 취직 후 처음 맡은 업무가 다른 FC가 관리했던 서울 청담동 명품업체 사장의 보험료를 받아 오는 일이었다. 첫 고객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사장은 그를 보자 “또 바뀌었습니까?” 한마디 묻더니 시종일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당연히 기분이 상했죠. 하지만 포기하기엔 이르다고 생각했어요. 사람이 제대로 소통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꾸준히 찾아갔어요. 좋은 정보가 있으면 바로 전화도 드리고 재정 설계도 열심히 짜드렸습니다.” 이렇게 반 년쯤 지나서야 사장은 “당신의 노력이 대단하다”며 “도와줄 게 있으면 뭐든지 말해 보라”고 말했다. 안 FC에게 기회가 찾아 온 것. 그는 사장에게 “거래처를 소개해 달라”고 말했다. 사장이 거래하는 업체가 대부분 백화점이었던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장은 직접 현대백화점 압구정점과 무역센터점, 삼풍백화점 등 세 곳의 직원을 소개해 주고 소개장까지 써줬다. 그 소개장을 본 백화점 직원들은 놀라는 눈치였다고 한다. “그 사장은 백화점 업계에서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분이었습니다. 그 분이 누군가를 소개해 주기는 처음이라며 저를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죠.” 소문이 나면서 백화점 직원들이 다른 지점 직원들을 연결해 줬다고 한다. 그렇게 늘려간 현대백화점 고객은 현재 1000명에 이른다. 또 하나의 비결은 긍정적인 사고다. “처음 고객을 만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이 “No”예요. 듣기 싫다는 얘기죠. 하지만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고객이 “No”라고 말하는 것은 아직은 믿음이 가지 않으니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뜻일 수 있으니까요.” 안 FC는 삼성생명 FC로 나서기 전에 의류 대리점을 약 5년간 운영했다. “노력한 만큼 보람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영업이지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다고 자부합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