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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박 대통령 훈령 날마다 날아와
- [이호 기자의 공개 못한 취재수첩] 박 대통령 훈령 날마다 날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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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관에 텔렉스가 없었다는건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땐 사우디가 그랬어요. 대사관에서 한참 떨어진 코트라 사무실 텔렉스를 썼는데,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입니다. 우리 대사관 직원이 한 10명 됐지? 전화가 있는 집이 대사관저하고 공사 집하고 홍 건설관 집 정도? 홍 국장은 아예 전화가 있는 아파트에 들어갔기 때문에 전화도 쓴겁니다. 그 당시에는 제다에서 전화교환원을 통해 리야드를 부르면 사흘 후에 연결해주겠다고 그럽니다. 사흘 후면 그나마 잘 연결해주는 거예요. 상상이 됩니까? 사우디 통신이 그런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니 초대 대사가 윤경도씨인데 얼마나 고생을 했겠어요. 그러던 것이 오일 달러가 막 들어오고 하니까 갑자기 76년부터 조금씩 좋아졌어요. 사우디 정부에서 외교사절이 있는 짖역을 통신조차 안되게 해놓은 건 이해하기 어렵조. 그땐 정부가 리야드에 있었고, 리야드가 아랍 반도의 한복판, 사막 가운데 아닙니까? 외교단은 전부 항구 도시 제다에 몰려 있게 해놓고는 일절 다른 곳으로도 못 가게 했다고요. 83년부터 리야드로 옮겨준 겁니다. 그러니 대사가 정부 청사라도 방문하려고 하면 비행기 타고 리야드로 가야 돼요. 대형 프로젝트를 따려면 외교 노력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아주 어려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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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아시안게임 유치 기념 촬영. 앞줄 오른쪽에서 넷재 유양수 전 장관, 그 왼쪽이 정주영 회장, 유 장관 뒤에 이명박 현대건설 사장, 그 앞에 조중훈 회장, 김우중 회장 등이 앉아있다. |
- 사우디 정부는 왜 그렇게 했을까요? “국제외교에 그다지 관심을 안 가진거지요. 이슬람교국이니까 중동권 외에는 외교도 활발히 하지 않았고. 과거 오토만 제국이 아랍반도를 침공했잖아요. 내륙까지는 못 들어가고 연안지대만 침입했지만 외부세력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이고 경계를 하는 분위기였던 겁니다. 그런데다 서해안에 이슬람교의 메카가 있는데 세계 5억 이슬람 인구가 메카를 순례할 때 편의나 제공하는 것이 외교단의 임무다, 그런 정도의 인식밖에 안 하는 겁니다. 지금이야 많이 달라졌지만.”
- 입찰자격을 얻기까지 대사님의 역할은 외교적인 노력만 다하는 것이었습니까? “특별한 로비가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은데, 대사관으로서는 한국 정부가 사우디의 산업도시 건설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도울 수 있으면 뭐든지 돕겠다, 그런 홍보활동을 하고 현대건설을 알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물론 홍 건설관이 개인적인 친분으로 발주처 장관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점은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원칙은 현대의 능력을 알리는 겁니다. 주베일 산업항 공사가 결코 로비가 끼어들 정도의 차원이 아니었거든요. 중동의 경제발전은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부터 시작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 의미가 단순하지 않잖아요. 정말로 세계에서 제일 큰 단일공사였고. 그 후 최원석 동아건설 회장이 40억 달러, 60억 달러짜리 리비아 대수로 공사 같은 엄청난 공사를 단독으로 수주하기도 했지만 75년, 76년 그때는 주베일 산업항이 세계 최대의 공사였단 말입니다. 난공사였고. 그래서 전 세계 건설업계도 긴장을 했고 과연 어떤 업체를 초청해서 이 공사를 수행하도록 할 것이냐, 굉장히 주목했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사우디 고위층하고 얘기를 해보니까 이건 그야말로 세기적인 공사인데 세계에서 항만만 전문으로 해본 회사도 어려운데 현대건설은 아직 저 멀리 있다는 거에요. 입찰자격을 줄 수 없다, 이렇게 나왔어요.” 이때부터 홍 건설관은 피가 마르는 행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부 훈령과 정회장의 도움을 청하는 텔렉스가 아무리날아와도 사우디 발주처에서 아직 현대는 멀었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마당에 방법이 보이지 않더라는 것이다. “아예 발주처에서는 현대건설을 입찰 후보 리스트에도 올려놓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건 나중 얘기가 되는데, 현대가 가장 적은 금액을 써내서 낙찰을 받았잖습니까. 그래서 일단 가계약을 1976년 6월 16일에 했어요. 그래 놓고도 몇 개월을 끌었습니다. 왜냐, 현대건설이 낙찰은 받았지만 입찰서류에 대한 타당성, 소위 능력 조사를 다시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나온 겁니다. 워낙 대형 공사니까 가격 문제느 별도로 하고 정말 성공적인 곡ㅇ사를 할 수 있을는지 능력 테스트를 해야겠다 그거지요. 그 바람에 입찰에서 떨어진 선진국 건설업체들이 온갖 방해공작을 다하고 회유도 하고…. 그만큼 현대를 불신했던 거라고요. 그러니 애당초 입찰자격에 현대건설을 넣어줬겠습니까? 그래가지고 나중에 장관이 됐습니다만 당시 만서리 차관이 어찌나 지랄을 하는지 탑픽 장관을 거의 매일 만나러 가는 겁니다.”
- 발주처가 교통체신청입니까? “번역을 하면 교통체신청이 맞는데 거기서 담당하고 있는 것이 체신·철도·도초를 전부 관장하니까 번역을 잘못하면 철도교통성·체신교통성이라고 하기가 쉬워요. 그러고 발주처의 파워라는 게 상상을 초월합니다. 국왕의 지시라면 모를까 원칙을 딱 세워놓고 거기에 맞지 않는 청탁이나 부탁이 들어오면 일절 상대조차 하지 않을 정도예요.” “미스터 홍 출입금지시켜라”
- 주무부처 차관이 반대를 하는데 장관을 만나자고 하면 만나줍니까? 만나면 아예 후보리스트에도 없는데 어떤 방법으로 설득을 하는 겁니까? “설득은 할 것도 없어요. 이미 발주처에서 현대 정도로는 어림없다는데 특별히 설득할 게 있어요? 그냥 떼를 쓰듯이 이번 공사에 우리 현대건설도 입찰자격을 달라고 매달리는 거지요. 이건 사실 개인적인 차원이지만 내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 탑픽 장관하고 나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친했기 때문에 가능 했던 겁니다. 청사도 무상출입을 했고 남들 같으면 한 달 전에 예약을 해도 만나기 어려운 장관인데 나는 예약도 없이 만날 수 있었어요.”
- 특별한 배경이나 사연이 있었습니까? “하하, 그런 사연이 좀 있어요. 내가 사우디에 건설관으로 부임해서 얼마 안 됐을 때 탑픽 장관이 한국을 방문하게 됩니다. 그때 내가 한국에 같이 와서 그 양반 하고 눈을 떠서 잠잘 떄까지 같이 있었는데…. 좌우간 한국에서 아주 친해졌어요. 그렇지 않으면 건설관이 남의 나라 장관하고 어떻게 친구 만나듯이 만날 수 있습니까. 하여간 그런 사이인데 차관이 보통 냉담해야죠. 별명이 독사예요. 아주 쌀쌀하고 똑바로 쳐다보면 진짜 독기가 흐른다고 했어요. 그러니 아예 차관은 피하고 장관을 마나서 어떡하든 입찰자격만이라도 달라고 사정을 하는데, 장관만 만나고 나오면 차관이 귀신같이 알고 ’너 왜 장관실 드나들면서 되지도 않느 현대건설에 입찰자격을 달라고 하느냐’ 이러면서 망신을 줘요. 수위한테 한국 대사관의 미스터 홍이 오면 출입을 금지시켜라 하는 정도까지 말이죠. 그러니까 실무선에서는 현대를 우습게 여긴겁니다.”
- 외교관을 그렇게나 민망스럽게 대해 리야드까지 올라갔다가 말 한마디 붙이지 못하고 돌아 나올때 심정은…. “그래도 올라가야 되고 어떤 방법을 쓰든 장관을 만나야 했어요. 별별 일이 다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외교적 노력을 다해서 반드시 입찰자격을 얻도록 하라고 특명이 내려와 있는데 실패하면 옷을 벗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그런 절박한 상황이었다고요. 솔직히 제다에서 비행기를 타고 리야드로 가려면요, 그건 옛날에 시골에서 버스 탈 때 먼저 뛰어올라가서 타는 놈이 임자인 것처럼 비행기 패스가 있거나 말거나 먼저 올라타는 사람이 장땡이에요. 그리고 리야드로 1시간15분 날아갑니다. 거기서 또 택시를 타고 청사에 들렀다가 내려오고 이런 지경인데, 차관이 막는다고 그냥 돌아설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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