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깡’보다 싼 게 ‘담배’로 둔갑
정유사의 석유제품 원가는 베일에 싸여 있다. 휘발유·경유의 제품원가가 얼마인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도통 알 길이 없다. 정유사가 비공개 방침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ℓ당 2000원을 오르내리는 경유의 원가는 얼마일까. 그리고 소비자가격은 어떻게 형성될까. 환율·관세 등을 적용, 추정해 봤다. 원유 단위는 배럴이다. 1배럴은 158.9ℓ다. 2008년 7월 3일 현재 두바이 가격은 배럴당 140.31달러. 1달러 환율 935원을 적용하면 13만1189원이 나온다. 이를 158.9ℓ로 나누면 825.61원이다. 원유 1ℓ 가격은 새우깡과 비슷한 셈이다. 원유를 수입할 때 1%의 수입관세를 문다. 8.25원이 붙어 수입 원가는 833.86원이 된다. 또 준조세로 ℓ당 16원의 석유부담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849.86원이 된다. 아직도 새우깡 가격이다. 이렇게 들여온 원유를 정제하면 수많은 석유제품이 탄생한다. 나프타·휘발유·경유·등유·항공유·시너 등이다. 849.86원의 원료를 정제해 만든 정유사의 경유 1ℓ 판매가격(세전)은 1116.75원이다. ‘정제’만으로 ℓ당 266.89원을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이것이 부풀려져 있는지, 아니면 정당한 마진인지 현재로선 알 도리가 없다. ‘정제마진을 낮추면 기름값을 내릴 수 있다(시민단체·주유소협회)’는 주장과 ‘상관없다(정유사)’는 반박이 혼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시민연대 측은 “정유사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의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그러나 제품가격 원가는 여전히 공개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1116.75원에 각종 세금이 붙어 제품 판매가격(주유소 공급가격)이 정해진다. 교통세 331.65원은 정액이다. 교통세에 15%를 곱한 금액이 교육세(49.75원)이고, 27%를 곱하면 주행세(89.55원)가 나온다. 이를 모두 더한 후 부가가치세(10%) 158.77원을 합치면 경유 1ℓ의 세후 가격 1746.47원이 산출된다. 이는 주유소에 공급되는 가격이다. 여기에 주유소 마진을 더하면 소비자가 물어야 할 실제 가격이 된다. 2008년 6월 넷째 주 경유 1ℓ 평균 소비자가격은 1906.80원이다. 그렇다면 주유소는 마진 160.33원을 챙긴 셈이다. 정유사가 남기는 정제 마진 266.89원의 60% 수준이다. ‘주유소가 어마어마한 마진을 챙기면서 배를 불리고 있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진짜 많은 이득을 챙기는 쪽은 오히려 정유사란 얘기가 된다.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선 정유사의 제품가격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정상필 한국주유소협회 기획팀장은 “주유소 가격을 공개해 봤자 정유사들이 만들어놓은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며 “정유사의 석유제품 원가 공개를 통해 기름값을 낮추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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