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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추억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추억

▶지난 30여 년 동안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준 삼겹살과 솢. 요즘 가격이 급등해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음식이 됐다.

‘2000년 3930원, 2006년 7262원, 2008년 1만1000원’. 소주와 함께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온 삼겹살(600g 기준) 가격 변화추이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6년 동안 3332원(84.8%, 가격 단순비교)이 올랐다. 반면 2006년부터 올해 7월까지 한 해 사이에 무려 3738원(51.5%)이나 뛰었다. 앞서 6년 동안에는 매년 평균 550원가량 오른 셈이지만, 최근 2년 동안 해마다 1860원가량 뛴 셈이다. 이제는 너무 비싸져 샐러리맨들이 퇴근 후 “삼겹살에 소주 한잔 어때”라는 말을 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돼지고기는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52개 생필품 MB물가지수’에도 포함된 품목이다. 이 기간 동안 돼지고기 값이 27.2%나 상승했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5.5%를 훨씬 웃도는 수치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사료값이 올라 공급이 줄었고, AI와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확 오른 것이다. 돼지고기 가격만큼이나 샐러리맨과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기름값(ℓ당 주유소 평균 산출)이다. 2000년 ℓ당 680원 하던 경유는 2006년 1272원, 현재 1927원이다. 2000년 대비 2006년에는 592원이, 2006년 대비 현재는 655원이 올랐다. 최근 2년 동안의 상승폭이 지난 6년보다 더 컸다. 휘발유도 마찬가지다. 2000년 1299원이던 게 2006년에는 1499원, 현재는 1927원이다. 앞서 6년 동안 200원 올랐던 것이 최근에는 428원이나 상승했다. 경유와 휘발유 모두 돼지고기와 마찬가지로 2006년부터 올해 7월까지의 상승폭이 더 컸다. 원유 값 상승과 세금 인상이 값을 뛰게 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역시 MB물가지수에 포함된 품목이다. 관리품목 선정 이후 7월까지 경유는 51.3%, 휘발유는 22.8%나 값이 뛰었다. 샐러리맨 물가지수에 포함된 나머지 품목들도 지난 2년 동안 대폭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자장면은 37.5%(3273원→4500원), 마른오징어 20마리는 27.3%(3만3788원→4만3000원), 봉지라면은 25.3%(479원→600원), 남성 정장 세탁료는 19.6%(6273원→7500원), 소주는 15.8%(950원→1100원) 올랐다.
이들 중 자장면, 봉지라면, 소주 등은 MB물가지수에 선정돼 집중 관리를 받았음에도 큰 폭으로 올라 샐러리맨과 서민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특별 관리하겠다던 주요 생필품이 오히려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MB지수 품목들에 대해 조금 더 집중해서 관심을 갖고 있지만 석유와 직·간접적인 제품이 많아 전체 물가보다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샐러리맨 물가지수 품목 중 10% 이내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다섯 가지다. 택시 기본요금(서울 주간 기준)은 2006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1900원이다. 하지만 기름값 상승으로 택시업계는 기본요금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또 지방 택시 기본료가 이미 30% 이상 오른 곳이 많아 서울 택시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밖에 설렁탕은 9.1%, 이용료 7.8%, 사이다 2.4%, 쌀 1.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물가정보 윤석업 조사부장은 “설렁탕은 직장인과 밀접한 관계를 지닌 식품이라 양을 좀 줄이더라도 큰 폭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며 “이용료, 사이다 등은 고물가 시대의 영향을 덜 받는 제품이라 인상률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샐러리맨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5.1%(단체협약 기준)다. 반면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10%대를 넘어섰다. 끝없어 보이는 고물가 시대 때문에 샐러리맨의 근심지수는 20% 이상 뛰었을 듯싶다.


샐러리맨 물가지수는…


기름값 등 26개 품목 조사
우리나라 샐러리맨들은 하루에 얼마나 지출할까? 출퇴근 교통비와 점심 식사, 퇴근 후 소주 한잔 등을 생각해 보면 하루에 족히 2만원은 될 것이다. 연봉이 제자리걸음 하는 상황에서 고물가는 이들에게 엄청난 압박이다. 샐러리맨이 하루 하루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제품의 물가는 어떨까? 궁금하지만 지금까지 이들을 대상으로 한 물가지수는 없었다. 지난해 4월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물가정보와 공동으로 샐러리맨 물가지수를 산출했다. 이코노미스트 881호에 보도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국내 최초로 샐러리맨만을 타깃으로 한 물가지수이기 때문이다. 삼겹살과 소주, 기름값 등 샐러리맨의 지출과 관련이 깊은 품목 26개(표 참조)가 조사 대상이었다. 물가는 1970년부터 2008년까지 10년 단위로 나누어 계산했다. 2006년과 2008년 가격을 조사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 폭등 전과 폭등 후를 비교하기 위해서다. 각 품목의 물가 및 물가지수는 매년 11월 기준이며 올해 가격만 6월 말 기준이다.


교통·여가 품목의 변화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네
샐러리맨 물가지수 26개 중 교통과 여가와 관련된 품목은 다섯 가지다. 영화관람료, 신문구독료, 시내버스료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품목이다. 이들 중 가장 인상률이 높은 것은 국내항공료(대한항공 편도 기준)다. 2006년 항공료 평균은 6만7150원이었지만 현재는 8만4400원이다. 2년 동안 1만6850원(25.7%) 오른 것이다. 2000년 5만2000원에서 6년 동안 1만5150원 오른 것과 비교해 봤을 때 엄청나게 뛴 수치다. 시내버스료는 2006년 700원이었지만 지금은 900원(교통카드 기준)이다. 28.6% 오른 것이다. 하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샐러리맨은 많지 않다. 대부분 광역버스를 탄다. 2006년 1400원이었던 광역버스 요금은 현재 1700원이다. 21.4% 올라 시내버스료보다 인상률은 작지만 시내버스 요금의 2배 수준이라는 점과 환승 할인이 안 되는 이유 때문에 체감인상률은 더욱 크다. 고물가 시대는 영화관람료도 끌어 올렸다. 2006년에는 7000원이었던 것이 지금은 8000원이다. 인상률(14.2%)은 작지만 관람객의 체감상승률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물가정보 측의 설명이다. 윤석업 부장은 “대부분 극장이 인상금액을 낮게 잡는 대신 조조할인, 이동통신사 할인 등의 제도를 폐지했다”고 말했다. 현재는 대형극장에서만 일부 시행 중이다. 신문구독료는 2006년 1만2000원에서 현재 1만5000원을 받고 있다. 샐러리맨은 지출을 한 푼이라도 줄이기 위해 신문 구독을 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지난달 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2006년 40%였던 신문 정기구독률은 현재 34.6%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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