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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년 안에 쓸 돈은 꼭 통장에

1, 2년 안에 쓸 돈은 꼭 통장에

얼마 전 아내와 장을 보러 갔다. 먼저 아이들을 위해 아이스크림 매장에 갔는데 1000원 하던 아이스크림이 1500원이라는 것 아닌가. 무려 50%가 오른 것이다. 550원이던 라면가격도 900원이었다. 지난 몇 년간 호황을 누렸던 세계 경기가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침체하고 있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유가가 사상 최고로 치솟았고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폭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지경이 되었다. 최근에는 경기불황과 물가상승이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현상까지 엿보인다. 당연히 주식가격은 떨어졌고 당분간은 장세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아파트 미분양 물량이 13만 가구를 넘어섰고 강남 아파트마저 값이 내린다. 판교, 용인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이런 때에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포트폴리오’는 ‘바구니에 나눠 담는다’는 말이다. 위험을 분산시켜 최소화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바구니(포트폴리오)를 어떻게 나눠야 할까? 보통 위험자산(주식형), 원금보전추구(ELF 등), 현금성(정기예금·채권형)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투자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원금손실이라는 위험을 안고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익성, 수익을 많이 내지 못하더라도 원금을 꼭 지키는 안정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기자금을 고려해야 하는 유동성이 그것이다. 보통 수익성은 물가상승률로 판단한다.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통계청의 생활물가지수를 보면 2006~2007년 연 3.1%였던 생활물가상승률이 2008년 7월에 5.7%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에 따라 안정성의 기준이 되는 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크게 올랐다.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은 물가상승률(3.1%)의 두세 배 정도인 6~10%였다. 이제 그 기대수익률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즉 원금을 지키면서도 과거의 기대수익률을 실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투자의 원칙 중 안정성과 유동성을 고려하면서 수익성도 낼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예·적금에 가입하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할 수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테니 그때 가입해야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금리가 오르지 않고 반대로 내린다면 예·적금 가입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렇다면 투자 자금을 모두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가입해야 할까? 답은 ‘아니다’다. 지금은 재테크보다 인생의 재무목표를 설계하는 자산관리의 시대다. 단순히 지금 당장 한두 푼 돈을 모으기 위해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목표, 예를 들면 ‘60세에 은퇴해 안락하게 살려면 10억원을 모아야 한다. 이 10억원을 20년 동안 모으려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할까?’ 하는 식의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수익률 따라 비중 조절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5년 도시근로자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283만4000원, 소비 지출 212만6000원으로 흑자액이 불과 70만7000원이다. 과연 70만7000원을 전부 적금에 가입하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렇다고 할 수 없다. 적금 외에 주식형 상품에 가입해 더 많은 수익을 낸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위험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을 명심하자. 예·적금과 주식형 상품의 비율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개개인의 성향과 재무목표에 달려있다. 최근에는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과거보다 주식형 상품의 비중은 줄이고 예·적금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 투자할 때 안정성과 유동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수익성에 많은 부분을 할애하는 이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오르는 물가를 이자가 못 따라가는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였기 때문이다. 이를 가리켜 올라가야 하는데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고 해서 ‘에스컬레이터 거꾸로 타기’라고도 한다. 하지만 요즘은 앞서 말했듯이 물가 상승으로 금리가 올라 안정성과 유동성을 지키면서도 수익성도 올릴 수 있는 시대다. 예를 들어 한 시중은행의 고금리 상품인 정기예금 6.75% 상품에 세금 우대로 가입했다고 하자. 실질수익률(세후 수익률)은 6.1%가 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지난 2년간의 생활물가상승률인 연 3.1%를 고려한다면 이보다 두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린 것이고, 언제든 해약이 가능한 예금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을 거의 확실히 지킬 수 있는 안정성과 유동성도 갖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물가상승률로 보면 수익성이라는 조건을 만족하기 쉽지 않다. 7월 말 생활물가상승률인 5.7%를 고려하면 불과 0.4%의 이득밖에 못 본 것이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고금리 시대가 예·적금 상품의 가입 시기로 적절한 것은 분명하지만 주식형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함께 편성해 수익률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비중은 많이 알려진 대로 주식형을 ‘100-나이’로 조정해야 할까? 정해진 답은 없다. 자신의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 성향과 기대수익률을 고려하는 것이 정답에 가깝게 가는 길이다. 결혼 자금, 아파트 잔금처럼 1, 2년 안에 사용해야 할 자금이라면 반드시 은행의 예·적금 상품을 이용하자. 1, 2년 뒤에도 주식시장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상황에서 가까운 미래에 사용할 자금임에도 수익을 몇 푼 더 얻기 위해 주식형 상품에 가입했다가 울며 겨자 먹기로 원금 손실을 보면서 해약하는 투자자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지금처럼 시장 상황이 장래를 예측하기 어렵고 변동이 심한 경우에는 더욱 원칙적이고 보수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변수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나게 마련이다. 오죽하면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이라고 할까. 결론적으로 세 가지만 기억하자. 첫째,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까 내릴까, 좀 더 기다려 볼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이 적기임을 명심하자. 고금리 예·적금에 가입해 인생의 목표를 채워가는 출발점으로 삼자. 둘째, 이제는 자산관리 시대다. 인생의 목표를 채워가는 과정으로 장기간 투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안정성과 유동성보다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일부는 수익성 위주의 금융자산을 편성하도록 한다. 셋째, 1, 2년 안에 써야 할 돈이라든지 주식형 상품에 가입한 뒤 걱정 때문에 직장 일까지 지장을 받게 될 듯싶으면 절대 주식형 상품에 가입하지 않도록 한다. 끝으로 은행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가입할 때 주의할 점은 가입자의 조건에 따라 금리가 다르게 적용된다는 것이다. 상품 조건을 잘 따져서 자신과 맞는 상품에 가입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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