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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원의 ‘21세기 공간 경제학'.17] 부동산·주가 버블 붕괴에 달렸다

[곽재원의 ‘21세기 공간 경제학'.17] 부동산·주가 버블 붕괴에 달렸다

▶중국 베이징의 올림픽 기념품 숍. 중국은 지금 올림픽 열기로 뜨겁다.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인 지난 7월 초 중국 국가 지도자들이 장쑤성, 저장성, 상하이, 광둥성 등 연안부를 시찰했다. 연안부는 수출용 제조업의 중심지로 중국 경제 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하는 곳이다. 지도자들은 이곳에서 “경제를 안정적이면서 보다 빨리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마카오와의 협력, 금융 안정, 기술혁신 등을 지역 특성에 맞게 주문했다. 중국 인민일보는 7월 10일자에 ‘메이드 인 차이나(중국제조)는 어떻게 난국을 탈출할 것인가’라는 시평을 실었다. 이어 11일자에는 ‘중국제조에서 중국예지’라는 글을 내놓았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재 중국경제는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고용의 관점에서 보면 대량의 중소 제조기업이 필요하지만 위안화의 상승과 에너지 등 생산자원 코스트의 상승으로 중소기업은 매우 곤란한 상황이다. 이를 극복하는 길은 평범해선 안 되고 외국기업의 사업전개 변화를 배워야 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어려움을 내비친 것이다. 장기적인 고도 경제 성장 후 경제와 사회의 심층에 다양한 모순이 생겨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다. 광둥성 통계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광둥성의 공업분야 기업(직원 100명 이상)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1만1006개사로, 전년 대비 12.7% 늘었다. 이는 광둥성 전체 공업분야 기업의 26%에 해당한다. 적자액은 무려 49.3%나 증가했다. 그러나 인민일보는 7월 18일자 머리기사에서 ‘국민경제는 매크로(거시)경제 조정이 예측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경기 감속이 완연하지만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8월 8일 베이징 올림픽이 열렸다. 같은 날 한 외신은 이런 기사를 보도했다. ‘세계의 물동량을 알려주는 발틱 해운지수(BDI)가 폭락했다. 이 지수는 벌크선의 해상운임 잣대가 되는 것으로, 지난달까지 9000포인트(1985년 평균=1000)였던 게 7000포인트대로 떨어졌다. 중국경제의 불안감 반영이 하락의 가장 큰 이유다.’ 제조업 생산량 축소→철광석·석탄 등 원재료 수요 감소→중국의 해상 물동량 감소→해운 운임 하락→세계 경제 위축(?)이 고리로 이어진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해운시장을 장악한 일본 해운업체들의 주가도 폭락했다.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변동을 점쳐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고, 생산자·소비자물가는 계속 오르고 있다. 도쿄 올림픽(64년), 서울 올림픽(88년) 이후 주최국들이 수년간 평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게 한다. 중국 정부와 일부 전문가는 그 당시와는 사정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조만간 독일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다 13억 인구가 갖는 시장잠재력이 있기 때문에 올림픽 개최국이 행사 후 겪는 경기침체, 이른바 ‘올림픽 신드롬’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적인 시각만으로 보기에는 사정이 매우 복잡하다. 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 50년간 중국의 역사를 보면 1958년 대약진운동 이래 대략 10년 주기로 국가적 격동기를 맞았다. 올해도 이 주기가 찾아왔다. 가속적인 인플레, 부동산·주가의 버블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의 플러스 요인을 언제 상쇄할지 모를 위기다. 중국 지도자들이 연안부를 시찰한 것은 이런 위험을 직감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동시에 위험 요인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전략적 행동이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향후 지도부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진단해 봐야 한다. 1978년 개혁·개방이 실시된 이래, 지도부의 정책은 안정·보수보다는 개혁과 효율을 중시했다. 초기 국가 지도자 덩샤오핑, 후야오방, 자오쯔양이 극적인 개혁을 추진했다면, 이후 리펑이 보수로 회귀했다가 장쩌민, 주룽지로 오면서 다시 개혁 효율을 밀고 나갔다. 지금의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는 온건한 개혁을 지키고 있다. 이 체제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공산당 총서기에 취임해 지난해까지 제1기 5년을 지나며 두 자릿수 성장을 이뤄냈다.
2012년 권력이양이 갈림길
다만 지금의 중국 정치·경제·사회 환경으로 봐서 올림픽 이후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까지 고도 경제 성장이 그대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2012년께는 권력이양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정책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금의 온건 개혁노선을 유지할 확률이 가장 높고, 더 보수적으로 가거나 더 개혁적으로 갈 확률이 각각 20% 정도로 점쳐지고 있다. 이 때문에 과열을 벗어나 다소 소강 상태에 이른 현 상황에서 정책변화가 있다면 경제성장률이 한층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안정 성장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문제는 중국 경제가 생산·소비 면에서 갖는 세계 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단지 1%의 변화라도 그 파장은 매우 클 것이란 점이다. 특히 중국경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일본·아세안 등은 더할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많은 다국적기업이 중국에 연구개발 거점을 이전하는 것은 중국 경제에 다행스러운 일이다. 소위 ‘중국 연구개발 붐’이다. 2001년 중국에 연구개발센터를 둔 외국기업은 100개사 정도였는데 지금은 1000개가 넘는다. 중국은 외국기업과 손잡고 국내의 ‘지력자원(=인재)’을 활용한 국가 이노베이션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올림픽 이후 성장 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올림픽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서양 열강과 일본 침략의 역사 속에서 받아온 중국인의 심리적 상처를 일거에 털어낼 기회를 주었다. 대륙의 근대화를 앞둔 100년 전, 『톈진청년』이란 잡지에 실린 ‘우리는 언제 올림픽에 참가할 것이며 또 언제 우리가 주최국이 될 것인가’라는 글에 담긴 중국인의 염원도 마침내 실현했다. 지금 13억 중국인은 개혁·개방으로 생겨난 경제성장의 폭발력을 마음껏 구가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 밖의 세계인들은 중국이 올림픽 신드롬의 한계를 극복할지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사건, 중국과 관련된 통계를 하나하나 살펴 세계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섬세한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점이다. 중국이 이미 거대한 블랙홀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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