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시아 뜨고 미국 진다
유럽·아시아 뜨고 미국 진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빠지고 나니 대회 챔피언 중에서 미국 선수 찾는 게 쉽지 않다. 최근 세계적인 골프대회가 미국에서 중동이나 중국, 인도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 남자 골프계의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이제 끝나가는 걸까?
미국의 타이거 우즈와 필 미켈슨이 세계 골프 랭킹 1, 2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 세계 남자 골프투어 포인트를 산정겵珝完求?월드골프랭킹(WGR)에서 발표한 8월 순위다.
하지만 실제로 주목받는 이들은 페드레이그 해링턴, 세르히오 가르시아, 아담 스콧, 어니 엘스 등 미국 이외의 국적을 가진 선수들이다. 올해 메이저 대회에선 아일랜드인 페드레이그 해링턴이 브리티시오픈을 2연패한 데 이어 7월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남아공 태생인 트레버 이멜만이 마스터스에서 우승했고, 제5의 메이저로 불리면서 단일 대회 최고 상금이 걸린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스페인의 대표주자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접수했다. 무릎 부상으로 올 시즌을 접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내년에 다시 출전할 것이고, 왼손의 마법사 필 미켈슨도 아직 건재하다.
하지만 이 둘을 빼면 미국 골퍼는 별 볼일 없다. 스튜어트 싱크, 짐 퓨릭 등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세계 랭킹상 그렇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한두 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과 유럽 팀이 2년마다 맞붙는 라이더컵의 최근 10년간 성적을 보면 유럽이 미국을 압도했다.
지난 1995년 이후 미국 팀은 99년 단 한 번을 빼고는 5번이나 졌다. 9월 19일부터 열리는 올해 라이더컵에서도 타이거 우즈가 빠진 미국 팀이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엔 세계 톱에 서려면 미국으로 가야 하는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 존재했다.
이젠 세계를 무대로 월드 드림을 실현하는 선수들이 더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20년 전의 세계 100대 골퍼 랭킹과 오늘날을 비교하면 바로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88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시절, 세계 골프 랭킹 100위엔 미국인이 55명으로 절반이 넘었다.
최근엔 38명으로 17명이 줄었다. 반면 유럽은 스웨덴, 덴마크를 중심으로 12명이 늘었고 남미에서도 5명이 추가됐다. 아시아에선 일본 선수가 4명 줄었으나 인도 2명, 한국과 태국이 각각 1명이 늘면서 변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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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로피언 투어 상금 2억 달러 돌파
36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유로피언 투어는 최근 몇 년 사이 대회가 늘고 상금 액수도 커지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2부 투어인 네이션와이드와 비교되던 예전에 비하면 눈부신 변화다. 지난해만도 유럽 25개국에서 52개의 대회가 열렸다.
상금 규모는 지난해 2억100만 달러로 사상 처음 2억 달러대를 돌파했다. 대회 평균 상금은 385만 달러에 달했다. 올해 대회 중 미국 PGA투어와 일정이 겹치는 유로피언 투어 대회 7개는 미국보다 상금이 높다.
아직은 미국 PGA투어에 미치지 못하지만, 지난 72년 유로피언 투어 창설 때의 상금 38만9274달러에 비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미국 PGA투어는 지난해 총 상금 2억7030만 달러, 대회 평균 575만 달러의 상금을 걸었다.
왜 이런 변화가 생긴 걸까? 우선 미국 PGA는 자국 내 골프 인구가 줄고 있다. 미국골프재단(NGF) 통계에 따르면 미국 골프 인구는 지난 2000년 3000만 명을 정점으로 지난해 2800만 명으로 줄었다. 10월이 지나면 미식축구 등의 영향으로 골프 시청률도 급격히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투어 사무국은 지난해 페덱스컵이란 플레이오프 제도를 만들어 시즌 주요 대회가 9월 말이면 모두 끝나도록 했다. 유로피언 투어는 이후로도 볼보마스터스 등 굵직굵직한 대회가 계속 이어지지만 미국 PGA는 가을 시즌만 남게 된다.
투어 시장의 변화도 주목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구가하던 미국 PGA투어는 미국 내에서 열린다. 반면 유로피언 투어는 지난 82년부터 ‘세계화’를 모토로 삼아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대륙으로 무대를 넓혔다.
바닷바람이 거친 링크스에서나 아라비아 사막 코스에서도 대회를 열고 매번 새로운 코스 환경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테스트한다. 투어 환경이 이처럼 변하자 톱 랭킹 선수들의 스케줄도 달라졌다.
종전까지는 3개 메이저 대회를 포함해 미국에서 열리는 PGA투어를 우선 참가하는 일정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유럽과 중동, 중국 등 해외 투어에 나가는 선수가 늘었다. 올 초 미국의 AT&T페블비치프로암과 동시에 열린 인디언마스터스는 미국 PGA투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남아공의 어니 엘스, 피지의 비제이 싱, 호주의 아담 스콧 등 세계 유명 골퍼들이 미국 투어를 포기하고 인도에서 열린 인디언마스터스에 몰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스터스 챔피언인 잭 존슨은 올해는 고향 무대인 미국을 떠나 유로피언 투어에 뛰어들었다.
헨리크 스텐슨은 유로피언 투어에 복귀하기 위해 미국 PGA투어 시드권(출전 자격)을 포기하기까지 했다. 아놀드팔머인비테이셔널이 열리는 동안 제주도에선 올해 신설된 발렌타인챔피언십이 열렸고, 최경주와 페드레이그 해링턴이 이 대회에 참가했다.
상금 규모와 역사도 뒤처지는 유로피언 투어에 유명 골퍼들이 출전하는 이유는 바로 거액의 대회 초청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필 미켈슨의 대회 초청료는 100만 달러, 타이거 우즈가 300만 달러에 달한다. 우승 상금보다 많은 초청료를 출전만 하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PGA투어에선 별도의 초청료가 없다.
▶올 3월 유럽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 챔피언십이 열린 제주 핀크스 골프장에서 ‘탱크’ 최경주와 아일랜드의 페드레이그 해링턴이 드라이버 샷을 선보이고 있다. |
떠오르는 아시아와 중국, 인도 골프 시장
세계화를 표방하는 유로피언 투어의 급성장 이면엔 잠재적인 거대 골프 시장인 중국과 인도가 있다. 올 시즌 중국에서 열린 유로피언 투어는 HSBC챔피언스를 비롯해 UBS홍콩오픈, 볼보차이나오픈, BMW아시안오픈 네 개였다.
초청선수 필 미켈슨이 우승한 HSBC챔피언스는 모두 상금 500만 달러로 어지간한 미국 PGA투어보다도 상금이 많다. 유로피언 투어는 최근 중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공을 들인다. 막대한 시장을 노리는 자동차겚鳧똑말永湧?중국 마케팅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 PGA투어는 욕심이 나기는 하지만 아직 자국 개최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해 속만 태우고 있다. 유로피언 투어의 세계화 전략은 아시아에 근거를 둔 아시안투어와 종종 불협화음을 내기도 한다. 지난 2월 치러진 인디언마스터스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유로피언 투어가 독자적으로 인디언마스터스 개최를 발표하자 치흘라 한 아시안투어 회장은 즉각 “19세기 유럽 열강이 아시아를 침략한 것이나 대영제국이 150년 전 세계 일부를 지배한 것과 같다”며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양 투어는 대회 공동 개최에 합의했다.
아시아 골프 시장을 스스로 지키려는 새로운 투어 창설의 움직임도 있다. 현재 선수들이 주축이 된 아시안투어의 대안으로 호주 PGA와 일본골프협회(JGTO), 중국골프협회(CGA), 대한골프협회(KGA) 등 4개국 골프협회를 중심으로 이르면 내년 중에 ‘원아시아투어(One Asia Tour)’를 창설할 가능성이 있다.
투어 창설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세계 유명 골퍼를 다수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골프 산업의 위축으로 허덕이는 호주 PGA다. 피터 시니어 호주 PGA 회장은 오는 2011년까지 매년 35개의 대회를 개최하는 2500만 달러 규모의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PGA투어가 중심이 되던 세계 골프계의 판도가 유로피언 투어 쪽에 힘이 실리고 있다. 유로피언 투어의 글로벌 전략이 주효한 것이다. 그리고 유로피언 투어가 표방한 글로벌 전략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세계 여자 투어는 한국이 최강
남자 투어에선 최경주 선수가 홀로 분투하고 있지만 여자 투어에선 한국이 최강국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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