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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경제 잘 모르는 것 같아 걱정”

“MB가 경제 잘 모르는 것 같아 걱정”

■ 꼼수 쓰면 성공한 대통령 될 수 없어 ■ 경기도는 규제 백화점, 규제 감옥이다 ■ 수도권 묶어놓고 경제 살리자는 건 빈말 ■ 국가가 팔 비틀어 기업에 지방 가라는 건 오만 ■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행보 하고 싶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요즘 최고의 뉴스메이커다. 하루 2~3개의 언론 인터뷰를 소화한다. 그가 정국의 중심에 선 것은 ‘수도권 규제완화’를 주장하며, MB에게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가 왜 저리 독기를 품었는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다. 어찌 됐건, 논란은 크게 번지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둘러싼 전선은 충남 이남까지 확대되고 있다. 같은 당 출신끼리 피아 구분도 없는 듯하다. 싸움의 발단인 김문수 지사의 얘기를 들었다. 또 논란의 핵인 수도권 규제완화 문제를 짚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또는 철폐)가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오랜 신념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3선(15~17대) 국회의원 출신인 그는 의원 시절부터 ‘규제 철폐 전도사’를 자임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 그가 이명박 대통령을 근 한 달째 공격하고 있다. “국토균형발전은 공산당도 안 한다” “대통령이 소심해졌다” “배은망덕하다” “구중궁궐에 갇혔다” 등 격한 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과거 어느 자치단체장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대통령을 공격한 적이 없다. 집권당인 한나라당과 정부는 “이해는 하지만, 저렇게까지…”라는 반응이다. 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일까? 8월 29일 경기도청 지사실에서 김문수 지사를 만났다.

-스피치 라이터(연설비서관)가 있나? “연설비서관이 있기는 한데, 연설문이 나오면 참고만 하고 거의 즉석연설을 한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공격적 발언은 연설문에 있었나, 즉흥적이었나? “현장에서 즉석으로 나온 말이다.”

-어쨌든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한 이슈파이팅은 성공한 것 같다. “(웃으며) 성공한 건가? 인터뷰는 셀 수 없이 많이 했다.”

-정부가 ‘선 지방발전, 후 수도권 규제 완화’ 기조를 들고 나올 것을 예측 못했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시절과 취임 직후 독대를 했다. 수도권 자료를 만들어 보고했다. 규제 완화에 대해 대통령이 나보다 더 적극적이었다. 하이닉스 예를 말씀드렸더니 개별적 사안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제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며 격려까지 했다. 서해안 개발, 경기 북부 개발 등 수도권 현안에 대해 상당한 교감이 있었다. 그런데 촛불시위를 거치면서, 지방의원들이 ‘수도권 규제 먼저 풀면 촛불집회 이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를 여러 번 했다더라. 그래서 대통령이 자신이 없어져 버린 것으로 보고 있다.”

-8월 28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각종 규제를 완화해 가겠다고 발표했는데…. “대통령이 규제가 풀릴 것을 예상해서 기업에 선행 투자하라고 했는데, 매우 실망스럽다. 대통령이 마음먹으면 규제를 풀 수 있는데, 기업 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한 금액을,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고 당부하는 것을 보고,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수도권 규제 완화는 MB정부의 기조다. 이 기조가 달라졌다는 것인가? 오히려 김 지사가 촉발한 ‘수도권 규제 논란’이 이 대통령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데 따르는 부담을 덜어줬다는 해석이 있다. “기조가 달라지는 것 정도가 아니라 더 악화하는 것 같다. 정책 방향이 잘못돼 가고 있다. 내가 대통령 부담 덜어준 것 없다. 성공한 대통령 만들기 위해 쓴소리를 하는 것뿐이다.”

-뭐가 그렇게 잘못돼 가고 있나? “성공한 대통령은 모두 일관되게 규제를 개혁했다. 대처, 고이즈미, 레이건이 그랬다. 성공을 위해서는 포퓰리즘 유혹을 물리치지 않으면 안 된다. 포퓰리즘은 경제 살리기에 가장 나쁜 마약이다. 정치인에게도 포퓰리즘은 마약이지만 뿌리치기 힘든 것이다. 참모들이 문제다. 청와대 참모들하고 얘기해 보면, ‘(수도권 규제 문제는) 전술상 돌아가는 거다, 김 지사는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전술상이라고? 대통령은 공명정대한 대도를 걷지 않으면 메시지가 잘못 전달된다. 꼼수를 쓰고 동네 바둑 두듯이 하면 일관된 메시지가 지속되지 않고, 그 혼란 때문에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없다.”

- MB와 독대할 계획이 있나? “청와대 수석들에게 뵙자고 말해놨는데, 아직 부름을 받지 못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와 관련해 경기도가 다른 지자체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지 않나? “경기도는 서울 인구밀도의 6.4%에 지나지 않는다. 과밀지역이 아니다. 전국에서 인구밀도 7위인 자치단체다. 하지만 규제로 따지면 규제 백화점, 규제 감옥이다. 총 16종의 큰 규제가 있고, 군사지역만 117개, 군 비행장만 33개다. 면적의 29%가 군사시설이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경기도는 국방 맡고, 화장장,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 다 맡아왔다. 그런데 경기도에서는 대기업 하지 마라, 대학 설립 안 된다고 하면서 신도시 개발과 임대주택사업을 계속하라고 한다. 경기도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MB 뵙자 했는데 아직 부름 못 받아”


-다른 지자체에서는 수도권 규제 그물이 느슨해졌다고 주장한다. “반월 시화단지에 가봐라. 이곳은 인천공항에서 가깝고, 시장이 있고, 배후 인력이 큰 최적의 장소다. 하지만 이곳에 대기업은 못 오게 하니까, 있던 기업까지 나가면서 공동화되고 있다. 공장은 나가고, 그곳에 임대사업자만 들어온다. 국가가 앞장서 최고의 입지를 황폐화시키고, 슬럼화하는 것이 균형발전이냐? 우리나라 생산 인구 절반을 차지하는 수도권을 묶어놓고, 경제 살리자고 하는 것은 빈말이다.”

▶묘한 행정구역선 하나로 자라섬은 남이섬과 달리 개발이 제한된다.

김 지사는 인터뷰 도중 경기도 지도를 펼쳐 보였다(사진 참조). 그는 “남이섬 근처에 자라섬이라는 곳이 있다”고 운을 뗐다. “남이섬은 춘천 소재고, 자라섬은 가평 소재예요. 바로 코 앞인데, 남이섬은 국민 관광지지만, 자라섬은 배 하나 제대로 못 띄웁니다. 가평은 일절 개발이 안 돼요, 춘천은 다 되고. 여기뿐 아닙니다. 여주와 원주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가평, 여주 사람들이 강원도로 보내 달라고 합니다. 이게 도대체….”

-수도권 규제가 완화되면, 그나마 지방으로 간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U턴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요. “포항, 울산, 광양, 구미, 아산, 당진은 뭐냐? 그곳이 수도권이냐? 각 지방이 기업을 유치해서 기업이 그런데 들어가게 하면 될 것 아니냐? 수도권과 비수도권 이분법으로 풀 게 아니라 시화호 매립지 풀고, 새만금 풀면 된다. 시화호만 3억3000만㎡다. 거기에 일산만 한 1650만㎡ 공장을 지어도 20개다. 이런 국유지를 기업에 제공하면 조선, 제조업 수두룩하게 들어온다. 왜 중국으로 가겠는가?”

-국토균형발전은 정말 악법인가? “내가 지역주의 갈등을 조장한다고 하는데, 지방을 묶어야 한다고 주장한 적 없다. 지방이 수도권을 묶으라고 한 것이다. 남 못살게 해서 나 잘살자는 것은 공산주의 방식이다. 이제 국가가 팔 비틀어서 기업에 지방 가라고 하는 것은 세월을 모르는 일이다. 오만과 독선이다.”

-지자체 출마 공약 1호가 ‘수도권발전정비계획법 폐지 및 대체입법’이던데, 경기지사의 역량 범위에서 가능한가? “당연히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법 고치도록 우리가 법안 만들어 지역 국회의원들께 발의해 달라고 드린다. 이런 정비법만 15건이다.”

-MB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이 대통령은 성공신화가 많다. 개인적으로는 그를 좋아한다. 한 번도 흔들려 본 적이 없다. 이 대통령이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 대통령 자리는 CEO와 다르다. 거대한 방향 선회가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틀면 힘들어진다. 이 대통령은 당선 초기 때처럼 ‘경제 대통령’ ‘비즈니스 프렌들리’ 방향이 맞다. 뉴욕에 투자 유치하러 갔을 때까지는 진짜 좋았는데…. 참모나 여당이 직언을 안 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이 엄중한 현실을 당정이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권 행보인가? “집사람이 곧은 소리 그만하라고 하더라. 보면 알다시피 표 얻는 행보가 아니라 깨지는 행보인데, 무슨? 그러려면 인기 발언 했지.”

-김 지사는 행정가인가, 정치가인가? “행정가를 법과 제도를 지키는 준수자, 정치가는 역사와 국민을 보고 법과 제도를 만들어가는 창조자라고 본다. 행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행정가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창조자다.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행보를 하고 싶다.” 본인은 부인하지만, 김 지사의 최근 행보에 대해 ‘대권 야망이 꿈틀거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이에 대해 김 지사를 오랫동안 보좌했던 한 측근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김 지사가 경기도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김 지사의 다음 행보는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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