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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재해석한 슬픈 가족사

음악으로 재해석한 슬픈 가족사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극장은 오는 9월 13일 오페라 ‘접골사의 딸’을 초연한다. 중국계 미국인 작가 에이미 탠의 2001년 베스트셀러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오페라 대본도 탠이 직접 썼다. 한 중국계 미국인 여성이 유령에 이끌려 어머니의 과거로 여행하면서 충격적인 가족사를 밝혀낸다는 이야기다. 탠과 작곡가 스튜어트 월러스는 자료 조사차 중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영감으로 중국에 뿌리를 둔 미국 오페라를 만들어냈다. 비부티 파텔 뉴스위크 기자가 소호로 찾아가 탠을 만났다.

‘접골사의 딸’은 어떤 이야기인가? 우리 가족의 역사와 유산에 관한 이야기다. 종종 다른 나라나 다른 문화가 등장하기도 한다. 집안 어른들이 쉬쉬했던 가족의 비극이 이야기의 중심이다. 극중 아주머니는 우리 할머니를 바탕으로 했다. 또 루링은 우리 어머니, 작가 루스는 나 자신과 닮았다. 성폭행과 자살, 억울하고 비참한 상황에도 할 말을 못했던 할머니의 비극은 마치 DNA처럼 후대로 전해내려 왔다. 나는 그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켜 과거를 바꿨다.

어떻게 오페라로 만들게 됐나? 영화 제의가 들어왔었지만 소설을 쓴 지 오래됐기 때문에 거절했다. 하지만 내 친구인 작곡가 스튜어트 월러스가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드는 게 좋겠다고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래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나는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15년 동안 클래식 피아노를 배웠다. 그리고 문필가들이 문맹퇴치 기금을 마련하려고 구성한 록 밴드에서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박자 지킴이 역할을 한다. 평소에 영화관보다 음악회장을 더 자주 찾는다. 그래서 이야기를 오페라에 맞게 극적으로 재구성했다.

구체적으로 어땠는지 설명해 달라. 오페라는 이야기 줄거리에 맞춰 만들어졌다. 하지만 음악이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튜어트와 나는 이야기를 구조적으로 분해해 가면서 함께 작업했다. 대본을 쓸 때 꼭 필요한 말만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실해졌다. 말이 너무 많으면 감동이 줄어들 것 같았다. 내가 “가사에 죄책감과 분노의 감정을 넣고 싶다”고 말하면 스튜어트는 “난 음악에 그 감정을 넣겠다”고 말했다. 우리는 호흡이 잘 맞았다.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은 다 음악에 맡기고 대사는 최소한으로 줄였다. 나는 편집 과정이 좋다. 자르기 아까운데도 어쩔 수 없이 자르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기분으로 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을 세 여성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나? 오페라 대본 작가로서 내가 할 일은 감정을 이끌어 내는 것이었다. 원작을 내가 썼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잘못된 감정을 이끌어 내겠다 싶으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스튜어트가 루링의 아리아에 분노에 차고 귀에 거슬리는 곡조를 썼을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이건 좀 더 사적인 감정이에요.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데 대한 분노와 슬픔이에요.” 어머니의 과거를 알고 나니 어머니가 달리 보였다. 어머니는 알츠하이머로 옛날 기억을 잃었다. 그리고 O J 심슨이 자신의 전 부인을 살해하는 장면을 봤다고 우겼다. 나는 그 부분을 오페라에 넣었다. 극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마치 정말로 현장에 있었던 듯 몸짓을 섞어가며 이야기했다.

작품에 폭력 장면이 너무 많은데. 폭력은 우리 가족사의 한 부분이다. 오페라에서는 더 압축되고 과장된 형태로 표현된다. 충격적인 사건은 좋은 이야깃거리가 된다. 사랑도 잠시 동안은 이야깃거리가 되지만 배신이 더 좋은 이야깃거리다.

오페라라는 다른 장르에서 일해보니 어땠나? 예술에 관해 배우고 다른 장르에서 감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오페라에서는 음악과 대사를 본능적으로, 거의 무의식적으로 듣게 된다. 어떤 감정이 폭발할 때 잠깐 반짝하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가슴 깊이 되새기는 경험이 된다.

중국으로 떠났던 자료 조사 여행에 관해 말해 달라. 우리는 여러 마을을 돌아봤다. 어떤 고립된 공동체에서 대대로 불리던 노래도 들었다. 스튜어트는 이들이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에게 귀와 마음을 활짝 열었다. 그는 그들의 음악에서 몇몇 요소를 취해 그것을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시켰다. 그는 우리 오페라를 위해 타악기 주자와 뮤지션들(심지어 헤비메탈 싱어까지)을 고용했다. 요즘은 중국에 갈 때 유적이나 풍경을 보러 가는 게 아니고 음악을 들으러 간다. 중국을 음악이라는 특수한 렌즈를 통해 보는 건 놀라운 경험이다.

중국계 미국인으로서 상당히 의미 있는 방문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지난번 중국에 갔을 때 할머니가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의 둘째 부인 초대로 마작을 하러 갔던 섬에 처음 가봤다. 할머니가 억지로 후처가 된 후 살았던 방도 봤다. 할머니는 1년 뒤 그곳에서 외삼촌을 낳고 자살했다. 당시 아홉 살이었던 우리 어머니가 할머니 곁에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마치 감옥에 갇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머니가 자라난 집과 어머니가 결혼했던 남자의 가족이 살았던 집도 봤다. 어머니는 폭력적인 남편한테서 도망친 죄로 옥살이를 했다. 감옥에서 나온 뒤 어머니는 자살을 시도했다. 그리고 공산당이 상하이를 장악한 1949년 미국으로 도망쳤다. 2년 앞서 미국에 가 있던 우리 아버지와 만나기 위해서였다.

오페라에 대해 바람이 있다면? 그 바람 중 일부는 이미 이뤄졌다. 멋진 음악적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배웠고 예술적이고 만족스러운 작품을 만들어냈다. 관객의 반응이 좋다면 감사할 일이다. 하지만 끔찍한 평이 나온다 해도 내가 개인적으로 느끼는 성공의 감정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마음은 아프겠지만 그렇게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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