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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농업 혁명 이끌 전략무기

세계 농업 혁명 이끌 전략무기

한민족복지재단이 기증한 콤시더로 북한 농부들이 씨 뿌리기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식량 위기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한 농학자가 개발한 농기계가 지구촌 농업의 구조를 바꿀 ‘전략무기’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수화) 산하 국립한국농업대학(학장 김양식) 식량작물학과 박광호 교수가 개발한 ‘콤시더’(Comseeder)가 바로 화제의 기계다.

콤시더는 지난 6월 16일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주최 ‘신기술과 한국 농업의 비전’ 심포지엄에서 그동안의 실적이 공식 발표돼 농업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정섭 농촌경제연구원장은 “기존 직파기 개념을 완전히 바꾼 획기적인 제품으로 우리 농업의 병목이었던 모내기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소했다”고 평가하고 세계 시장 진출 가능성을 낙관했다.

이 기계는 벼농사에서 가장 일손과 비용이 많이 드는 모내기를 비롯해 거의 모든 작물 재배의 씨 뿌리기 등 농사일을 트랙터에 부착해 쓰는 기계 장치 하나로 한꺼번에 해치운다. 콤시더는 농작물 수확 작업을 거의 자동화한 콤바인에 필적하는 농업기계화의 성과로 ‘콤시더’란 이름도 그런 개념으로 붙여졌다.

직파기란 이름으로 씨 뿌리기 단순작업을 하는 농기계는 1950년대 이후 수많은 모델이 개발돼 국내외에서 팔리고 있으나 제한된 성능과 효율 때문에 보급과 사용에 한계가 있었다. 이 점에서 콤시더는 종래의 직파기와는 개념과 차원이 다르다. 트랙터에 연결해 쓰는 콤시더는 트랙터가 지나가면서 생긴 바퀴 자국을 뒤집어 땅을 평평하게 해 주고 매끈하게 고른 뒤 V자형으로 골을 판다.

이 골의 깊은 부분에 비료를 넣고 흙으로 살짝 덮은 뒤 그 옆 윗부분에 씨앗을 일정한 간격과 밀도로 뿌린 다음 다시 흙을 덮는다. 그 위에 토양개량제인 규산질 비료를 뿌려주는 것까지 세분하면 사람이 손으로 해 오던 여덟 가지 작업을 트랙터 운행 속도로 동시에 해내는 것이다.

기존 모내기 방식의 벼농사에서는 비료와 농약이 그대로 땅 표면에 뿌려짐으로써 대부분 유실되는 데 비해 콤시더 농법은 일손을 획기적으로 덜 뿐 아니라 비료와 씨앗 사용량을 크게 줄여 경제적이며 환경친화적이다. 가장 이상적인 작물 기르기 방식인 셈이다.
박 교수는 “깊이 3~5㎝에 종자가 묻혀야 싹이 동시에 나오고 동시에 익을 수 있다”며 “콤시더 사용으로 작물이 균일하게 자라고 품질이 좋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고 병충해에도 강하다.

현재 세계 시장에 보급된 미국, 일본, 이탈리아, 중국 등의 단순 직파기는 트랙터와 함께 움직이는 과정에서 파종 깊이가 달라지거나 종자가 튀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발아율이 50% 정도에 머무르는 등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박 교수가 개발한 콤시더는 위치 센서 등 첨단 기법을 활용해 가장 효율적인 깊이에 볍씨와 비료·농약이 들어가고 흙도 덮어주기 때문에 비용이 25.8% 절약되고 수확은 5~9%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1줄짜리 콤시더 1대를 쓰면 하루에 마른 논은 7ha, 젖은 논은 4ha 정도를 파종할 수 있다. 모내기 방식의 이앙기가 하루에 처리하는 면적의 두 배 이상을 파종할 수 있는 셈이다. 콤시더는 이앙기에 비해 가격이 훨씬 저렴하므로 경제성이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노동력 줄이고 친환경에 도움

콤시더는 2005년에 첫 생산돼 그해 김포, 나주, 평택 등지의 농가들이 자비로 구입해 써본 뒤 2006년부터 전국적으로 보급되고 있다. 2005년 10월 북한 황해북도 봉산군에 1대가 기증됐고 2006년 4월에는 한민족복지재단을 통해 평안남도 숙천군에 6대가 기증돼 3년째 시험영농에 활용,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벼·보리·밀·콩·유채·시금치 등 6개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데 쌀 농사의 경우 북한 지역 평균 쌀 수확량보다 80% 증가하는 큰 효과를 거뒀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2006년 상하이, 장시, 닝샤 등에 보급되기 시작해 빠르게 확산되는 중이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2007년 2월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카메룬에 ‘콤시더’ 1대를 기증했을 정도로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 중앙정부는 앞으로 농가 보급비용의 30%를 보조해 주는 정책을 추진 중이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수단, 카메룬,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탄자니아 등에 보급됐다. 박 교수는 지난 7월 카메룬과 가나를 방문해 벼와 옥수수의 2모작 생산을 위한 ‘복토직파기술 세미나’를 열었다.

콤시더는 현재까지 국내외에 1000여 대가 보급되었는데 대당 가격은 1000만원. 이앙기에 비하면 거의 절반 가격이지만 농가 형편을 고려할 때 결코 싼값은 아니다. 그러나 수요 증가로 생산이 늘어날 경우 가격도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러시아, 중국, 남미 등 경지 규모가 큰 농업 지역에서는 파종 줄 수를 20~30줄로 늘린 대형 기계의 개발을 주문해 오고 있어 지속적인 모델 개발과 성능 향상이 과제가 되고 있다.

콤시더의 적용 범위는 쌀·밀·옥수수·콩 외에도 유채·메밀·홍화·시금치·무·배추 등 종자로 뿌리는 모든 농산물이다. 박 교수는 콤시더 상품화 이전인 2004년 2월 필리핀 국제미작연구소(IRRI)에서 시연회를 연 적이 있는데 당시 이 연구소 식물생리분야 책임자였던 펑샤오빙 박사는 “박 교수의 기계는 노동력 절감과 함께 비료의 적정 사용으로 친환경 재배 기능까지 갖춤으로써 앞으로 벼 농사 발전에 획기적인 농기계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터뷰 ‘콤시더’ 개발한 박광호 교수
“생산비 획기적으로 줄여 농가 소득 높여”

박광호(50) 교수는 충북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경북대에서 농학석사 학위를, 국립 필리핀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농학자다.

농업진흥청 연구사로 1988년과 1993년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에 두 차례 파견돼 박사과정 연수를 받으면서 직파재배기술을 연구했다.

귀국 후 전 세계 직파기술과 직파기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연구를 통해 ‘콤시더’를 개발했다.



-콤시더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쌀 농사의 경우 모내기를 하려면 40일 정도 사람의 손이 가야 한다. 이 과정이 없어지게 되므로 노동력이 절감되고 이는 생산비 절감으로 이어져 농가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비료와 농약의 효율이 3분의 1 이상 높아짐으로써 농약 사용량을 줄이게 돼 환경오염 방지에도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다. 작물의 뿌리도 더 깊게 들어가 태풍에 의한 쓰러짐을 막는 등 기존 농법에 비해 여러 가지 이점이 있다.”



-콤시더 개발 과정은.
“연구부터 개발까지 10년 걸린 작품이다. 산업체 기술 이전에 의해 (주)금강기건에서 2005년부터 생산해 전 세계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정부가 3년간 2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했기 때문에 관련 특허는 모두 정부가 갖고 있다.”



-문제점은 없나.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파종한 후에 물을 댐으로써 모내기 방식에 비해 잡초가 잘 자라기 때문에 제초비용이 더 들어간다. 그리고 수확 과정에서 떨어진 볍씨가 썩지 않고 있다가 자라나 섞이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런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직파 재배가 경제성,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어떤 지역에서 더 효과적인가.
“물 사정이 좋고 대규모 집단재배가 쉬운 지역에서 유리하다. 이제 넓은 농지에서의 모든 농사는 콤시더로 파종을 시작해 콤바인으로 수확을 마치는 자동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콤시더를 꾸준히 업그레이드 하면서 전 세계 지역 특성과 농작물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장치를 만들고 싶다. 농지 면적이 넓은 중국 등에서는 30~50줄짜리 콤시더를 개발해 달라는 요청을 해 오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의 첨단 농업기술도 전수해 줄 생각이다. 최근 국제 곡물가 급등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한국은 곡물 확보를 위한 기지를 전 세계로 넓혀야 한다. 농민을 해외로 내보내 농업기술을 전수하는 수출전사로 양성해야 한다. 콤시더를 포함해 농업 분야의 진전된 기술과 개념을 통합해 한국형 복토농업을 정립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힘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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