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우주탐사 전쟁
아시아의 우주탐사 전쟁
달을 향한 중국의 대장정에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졌다. 지난 25일 중국은 간쑤(甘肅)성 주취안(酒泉) 위성발사센터에서 세 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神舟) 7호를 발사했다. 얼마 전에 끝난 베이징 올림픽에 못지않은 요란한 선전 속에 발사된 선저우 7호에는 3명의 승무원이 탑승했다.
발사 장면과 승무원들이 가족과 대화하는 모습은 TV로 생중계됐다. 로켓이 지구 궤도에 진입한 뒤 승무원 자이즈강(翟志剛·42)은 우주선 밖으로 나가 중국인 최초로 우주유영을 했다. 이는 2015년 독자적 우주정거장 건설과 (소문이 맞다면)2020년 달 착륙선 발사 등 중국의 야심 찬 우주 개발 계획에서 거둔 또 다른 성과다.
이번 우주 임무의 성공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미국 같은 우주 강대국 반열에 오를 준비를 끝냈다고 호언한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를 우려의 시각에서 바라볼지 자못 궁금하다. 소련은 1965년 알렉세이 레오노프가 포스코드2 캡슐 밖으로 걸어나가 인류 최초의 우주유영에 성공했다. 그해 말에는 미국 우주인 에드 화이트가 제미니 캡슐 밖에서 우주유영을 했다.
화물을 우주로 쏘아 올려 보낼 수 있다면 당연히 폭탄도 우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의 군사적 의미는 거의 없다. 우주 공간에선 인간보다 로봇 무기가 군사 임무를 더 잘 수행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국 우주인의 우주유영을 미국·러시아 같은 우주 강대국 클럽에 중국도 가입했다는 ‘자격증’으로 여긴다.
그러나 우주 경쟁에서 중국의 진짜 적수는 서양인들이 아니다. 바로 이웃의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인도다. 근년에 인도는 우주 프로그램의 지향점을 바꿨다. 기상·통신위성 발사 같은 실용적인 목적보다는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과시적인 프로젝트에 더 치중한다. 다가올 10월 22일엔 로봇 탐사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달 궤도에 탐사선을 2년간 띄워놓을 계획이다.
일본도 이미 탄탄한 기초를 쌓은 우주 프로그램의 확대를 고려 중이다. 여기엔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의 연구 활동과 고급 상업용 위성 사업이 포함되며, 군사적 적용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우월적 지위는 결코 확고부동한 게 아니다. 일례로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는 미국에 대한 일시적 승리에 불과했다.
마찬가지로 최근 중국의 우주 개발 성과는 이웃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쟁에 불을 지폈을 뿐이다. 중국과 인도의 우주 경쟁을 가속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자립 의지, 둘째는 국위 선양이다. 인도는 1974년 처음으로 원폭 실험을 강행한 뒤 오랫동안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의 우주 프로그램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오늘날 인도의 우주 관련 첨단기술 중 상당 부분은 외부 도움 없이 거의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다(최근 인도는 달 탐사선 발사 때 미국과 유럽의 유료 적재물을 운반해 주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의 ISS 건설 협력 관계가 외교 상황에 따라 좌우되는 걸 지켜봤다. 중국 항공과학연구소의 황하이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이 우주항공 시스템을 독자 개발했다는 사실”이라고 말한다.
중국 학술원의 우주 문제 전문가 우양지위안 교수는 인민일보 기고문에서 이렇게 썼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은 종합적인 국력을 상징하며… 중국의 국제적 위신과 인민의 단결력을 강화했다.”2003년 10월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가 지구 궤도를 돌면서 아시아의 우주 경쟁은 본격화했다.
지난해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격추한 이래 아시아 각국의 국가위신 경쟁에는 군비 경쟁의 특징이 더해졌다. 요즘 중국은 하이난 섬에 네 번째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 중이다. 독자적인 우주정거장 건설에 필요한 모듈들을 운반하게 될 25t짜리 새로운 추진 로켓이 이 기지에서 발사된다.
달에 내려앉을 로봇 착륙선(자료 수집용 탐사선은 이미 달 궤도를 선회 중이다)과 유인 착륙선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쯤 되자 미국도 약간은 위기 의식을 느꼈다. 2004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연두교서에서 달에 영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국의 상업위성 사업은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번창한다.
중국이 지금까지 발사한 위성 수는 79개다. 그중 10개는 2007년에 발사됐다. 인도는 올해 11개 위성을 쏘아 올렸는데, 그중 9개는 다른 나라의 위성이다. 하나의 로켓에 10개의 위성을 실어 발사한 나라는 인도가 처음이다. 옛 소련과 미국은 냉전의 일환으로 우주 경쟁을 벌였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은 지식산업과 두뇌산업의 시장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경쟁한다.
기술, 인재, 시장을 놓고 벌이는 경쟁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기술 개발 의지를 자극했다. 우주용으로 개발된 각종 탐지기들이 위성항법장치(GPS)나 세탁기 같은 제품 개발에 적용됐다. 중국은 로켓과 궤도위성 기술을 응용한 각종 특허품 발명 계획도 갖고 있다. 영국 서리 새털라이트 테크놀로지의 CEO인 마틴 스위팅은 “중국의 로봇공학은 이제 세계적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중국의 의뢰로 베이징 올림픽을 위한 공해 감시용 위성을 제작했고, 지금은 중국의 달 표면 탐사차량 개발에 참여 중이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다른 나라들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워싱턴DC 소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짐 루이스는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중국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은 주변국들을 긴장케 한다”고 말했다. 일본 의회는 자국의 우주 프로그램을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을 개정했다. 2007년 1월 중국이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낡은 기상위성을 폭파한 뒤였다.
일본 항공우주국은 이를 계기로 무려 29%의 예산 증액을 의회에 요청했다. 일본의 일반적인 과학 예산 증가율이 연간 1%에 불과한 시점에 말이다. 그러나 일본 국민은 중국과 달 탐사 경쟁을 하는 일보다는 자국의 인구 노령화 문제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일본은 이미 안정된 민주주의를 누리는 세계 정상급 선진 부국이어서 뭔가를 증명하려는 욕구가 중국보다는 덜한 것이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에 가장 민감한 나라는 인도다. 우주 개발에 뛰어든 지 36년째인 인도는 요즘 달 프로젝트의 추진 속도를 더욱 높였다. 중국은 2003년에 먼저 인간을 우주에 보냈다. 인도는 2015년 이후에나 그런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비공식 계획에 따르면 중국이 먼저 달 착륙선을 보내겠지만 인도 역시 그 1년 뒤에는 가능할 듯하다.
달에 가는 일은 인도항공우주연구소(ISRO)의 마드하반 나이르 소장이 어린 시절부터 품어온 꿈이다. 현재 인도는 연간 10억 달러를 이 프로그램에 지출한다. 중국은 25억 달러로 추정된다.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인도는 올 10월 말께 최초의 달 궤도선 찬드라야안 1호를 발사한다. 1억 달러의 개발비가 들어간 찬드라야안 1호는 극궤도 위성 발사체(PSLV)를 이용한다.
찬드라야안 1호는 달 표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킬 계획인데 그 과정에서 일어난 달의 흙먼지를 지구의 과학자들이 분석한다. 이 착륙선이 달 표면에 인도 국기를 꽂는 행사도 계획돼 있다. 러시아의 협력을 얻어 개발 중인(이런 이유로 중국 과학자들의 경멸을 받는) 찬드라야안 2호는 2012년 달 표면을 돌아다니며 활동하는 월면차를 착륙시킬 계획이다.
의회를 설득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게 되면 인도 항공우주국은 2020년 인간을 달에 착륙시키고 그 후엔 로봇 탐사선을 화성과 인근 소행성 및 태양에도 보낼 생각이다. 중국보다 훨씬 더 야심 찬 목표다. ISRO는 인도의 우주 프로그램을 중국과 자존심 경쟁 차원에서 추진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이르 소장에 따르면 인도의 우주 프로그램은 정부 지원금 1달러당 2달러의 수익을 거둔다.
예컨대 고해상도로 지구 표면을 관찰하는 지구관측위성은 건조한 지역에서 우물을 찾아내는 데 기여해 왔다. 덕분에 정부의 수자원 탐사 예산을 1억 달러나 절약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인도의 우주 개발 관계자들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과학적 가치도 의심스럽다며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을 배제했다.
그러나 요즘은 (중국 관리들처럼) 심지어 달에서 알루미늄·규소·우라늄·티타늄을 찾아내고 채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나이르 소장은 “우주 프로그램에 관한 한 우리는 다른 나라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국가적 우선과제들이 있고, 거기에 입각해 우주 개발에 집증하려 노력한다. 그러면 인류 전체에 혜택이 돌아간다.”
인류를 위해 달에 탐사선을 보낸다? 인도의 달 탐사에 관한 저서 ‘목적지 달(Destination Moon)’을 저술한 팔라바 바글라는 이렇게 말했다. “우주국 관계자들에게 물어보면 경쟁을 인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잠재의식적으론 경쟁심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스팀슨 센터(우주 문제를 집중 연구하는 워싱턴의 민간 연구기관)의 마이클 크레폰은 중국과 인도가 경쟁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중국은 자신들의 운동장에 인도를 불러들이고 싶지 않고, 인도는 초조감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나이르 소장의 전임자이자 현역 국회의원인 크리슈나스와미 카스투리란간은 우주 프로그램이 고액 연봉의 정보기술(IT) 분야 엔지니어들을 천체물리학 분야로 유인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을 드높인다”고 말했다. 인도를 국제사회의 중요한 참여자로 만들어준다는 얘기다.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이 군사 목적에 기여하는 바는 아직까진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중국의 위성 격추 사건은 궤도위성들의 잠재적 취약성을 보여줬다. 중국의 우주 프로그램(본질적으론 군부가 운영한다)은 엔지니어들이 군사용 로켓에 캡슐을 탑재해 발사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또 서방 분석가들은 인도의 민간 우주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된 발사체 기술이 군사적 목적에 이용된다고 생각한다(인도 정부는 부인한다).
그러나 군사용 로켓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달 탐사선 대신 군사용 로켓 개발에 직접 투자하는 것이다. 또 지상(혹은 궤도) 발사 레이저 무기는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데 미사일보다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의 선임연구원 존 로그스던은 “미국과 러시아의 국방당국이 군인을 탑승시키는 유인 우주선의 필요성을 다년간 검토했지만 아직까지 결론을 못 내렸다”고 말한다.
국가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우주 경쟁을 하는 건 다소 위험한 발상이다. 인류를 위한답시고 우주선을 거듭 발사하다가 자칫 비극적 사고라도 일어난다면 역사적 수치가 된다. 하지만 그런 모험에도 보상이 없진 않다. 성공적인 우주 비행은 자국 인공위성 상품의 우수성과 품질 관리 능력을 광고하는 효과가 있다.
워싱턴 소재 국방정보센터의 테레사 히친스는 “중국의 유인 우주선 프로그램은 잠재 고객들에게 자국 제품의 안전성을 입증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지적한다. 요즘 같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중국과 인도가 절실히 내보내고 싶어하는 메시지다.
With AKIKO KASHIWAGI in Tokyo
누가 누가 더 빠르나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서 시작된 우주 개발 경쟁에 이젠 아시아의 다른 강대국들도 뛰어들고 있다. 1957년: 스푸트니크 위성 소련이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 이로써 소련과 미국 사이에 기술적 우위를 과시하려는 거대한 경쟁이 시작됐다. 1969년: 인간 달 착륙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에 따라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내려가 성조기를 꽂았다. 1970년: 마오 1호 위성 중국 최초의 인공위성 마오 1호 발사. 이로써 중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에 이어) 다섯 번째 우주강국으로 떠올랐다. 1975년: 아리아바타 위성 인도 최초의 인공위성 아리아바타 발사. 인도 최초의 원폭 실험을 한 지 1년 뒤였다. 1981년: 우주왕복선 달 탐사 프로젝트 이후 미국 NASA는 지구 궤도에 진입하는 저렴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우주왕복선을 개발했다. 1990년: 히텐 위성 일본의 과학위성 히텐이 달 궤도에 진입. 하지만 전파 송신기 고장으로 사진 전송에는 실패. 1998년: 국제우주정거장 미국 주도 아래 15개국이 협력해 국제우주정거장(ISS) 건설이란 위업을 달성했다. 2001년: 미르호 러시아는 노후화한 우주정거장 미르호를 태평양 바닷속에 수장했다.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의 유인 우주비행이 끝난 셈이다. 2003년: 선저우 5호 중국은 유인 우주선 선저우 5호를 발사함으로써 지구 궤도에 인간을 보낸 세 번째 나라가 됐다. 2007년: 카유가 우주선 일본의 카유가호가 달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해 탐사 자료를 수집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중국의 우주 개척 야심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에서 중요한 주제였다. 2008년 9월: 선저우 7호 선저우 7호의 승무원이 중국인 최초로 우주를 유영했다. 2008년 10월: 찬드라야안 1호 인도 최초의 달 궤도선 찬드라야안 1호가 10월 말에 발사될 예정이다. 2018년: 달 산책 전문가들은 중국이 10년 뒤 인간을 달에 착륙시킬 계획인 것으로 추측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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