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신천지에 새로 도전
모바일 신천지에 새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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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6일 오후 서울 서초동 강남메트로빌딩 10층. 인테리어 소품점을 떠올리게 할 만큼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사무실 한편에 양덕준 민트패스 사장이 직원들과 한참 얘기를 나누고 있다.
10월에 내놓을 모바일 통신 단말기 ‘민트패드’의 마무리와 보완 작업이 한창이다. 레인콤 시절과 달리 전공이랄 수 있는 제품 기획에 몰두할 수 있기 때문인지 그의 표정은 6월 30일 민트패스 개업식 때보다 한결 밝았다.
그를 여전히 레인콤 사장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제 그는 ‘국내 최고령 벤처 창업자’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1999년에 레인콤을 만들 때도 늦깎이 창업이란 얘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그가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올해 다시 벤처를 세운 것이다. 그는 “친한 사람 몇 명이 ‘노욕은 부리지 마시지’라고 농담하더군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민트패스는 양 사장과 레인콤에서 제품 기획을 맡았던 최문규 부사장, 그리고 디자인 인력 7명이 모여 만든 벤처기업이다. 양 사장이 강조하는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놓는 게 목표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보기술(IT) 제품겣弔愍?컨설팅 사업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 양 사장이 레인콤과 인연을 끊은 건 아니다. 그는 레인콤 지분 10.87%를 가진 2대 주주이자 이사회 의장이다.
레인콤은 민트패스의 여러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그는 레인콤의 유통망과 사후관리서비스(AS)망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런 구도에서 굳이 왜 별도의 회사를 세웠을까? 양 사장은 “회사마다 지향점과 강점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모바일 신천지를 개척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 신천지는 모바일 단말기, 웹 콘텐트, 문화가 어우러지는 세상이다.
단순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고 싶다는 얘기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문화와 인력 구조다. 그런 측면에서 하드웨어 회사로 굳어진 레인콤은 자신의 꿈을 이룰 조직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봤다. 제조업 마인드가 강한 삼성전자에서 여간해서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듯 말이다.
결국 새로운 개념을 구현하려면 새로운 조직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현재 20여 명으로 불어난 민트패스의 직원은 이런 점을 감안해 뽑았다. 양 사장은 모바일 단말기와 웹, 문화가 한데 어우러진 상품이 미래 신산업의 핵심이라고 본다.
“휴대용 단말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구글 같은 웹 전문회사가 단말기를 만들고, 애플 같은 단말기 전문회사는 웹에 도전하는 통합 경향도 나타나고 있죠.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서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 이후 별다른 히트작이 없습니다. 민트패스는 민트패드란 단말기, 민트패스닷컴(www.mintpass.com)이란 웹, 둘을 이어주는 사파이어란 통합 프로그램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키울 계획입니다.”
민트패드는 동영상, 음악 파일, 사진 등을 재생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단말기에 PDA 기능을 더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한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10월에 나오는 1세대 민트패드는 3인치 크기의 터치 스크린으로 작동한다. 동영상과 음악 파일 재생은 기본이고 동영상 클립 형태로 뉴스도 볼 수 있다. 또 무선 랜(와이 파이)이 통하는 지역에서는 스크린에 메모를 하거나 내장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의 블로그에 바로 올릴 수도 있다.
그가 꿈을 실현하려면 민트패드를 많이 깔아야 한다. 그는 100만 대쯤 깔리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 그는 이를 위해 1세대 무선 랜, 2세대 휴대 인터넷(와이브로), 3?세대 이동통신 민트패드를 2010년까지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면서 ‘패드’라는 장르로 수평 확장도 시도할 생각이다. MP3 플레이어, 내비게이션, 전자사전식으로 여러 형태의 단말기를 많이 내놓는 게 아니라 증권용 패드, 학습용 패드 등 다양한 패드를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증권사 등에 제안서를 보내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민트패스닷컴은 인터넷에 떠도는 잡다한 쓰레기 정보를 정제해서 진짜배기 정보를 전달하는 보고 역할을 한다. 이런 민트패스닷컴에서 자신이 자주 찾는 정보를 골라 민트패드에 옮겨 즐기면 되는 식이다. 양 사장은 “즐기지 않으면 문화가 탄생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랑했다.
레인콤의 사외이사로 양 사장을 물심양면으로 도와온 송혜자 우암 회장은 “세상에 없던 제품이 나왔다”며 거들었다. 양 사장이 이렇게 문화에 초점을 맞추는 건 레인콤이 흔들린 이유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기술이나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귀결될 뿐이어서 절대로 대기업을 이길 수 없다”고 설명했다.
레인콤이 걸었던 길이 그랬다. 통신 부품회사로 출발한 레인콤은 2000년에 아이리버라는 브랜드로 MP3 플레이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소니, 필립스 등 굴지의 회사가 이미 제품을 내놓은 상태였다. 레인콤은 여러 종류의 압축 파일이 모두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적용하고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했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미국 진출 6개월 만에 점유율 1위에 올랐다. 2004년 매출액은 4540억원. 세계 MP3 플레이어 시장 점유율 11%까지 차지했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공개 시연회에서 아이리버를 여러 차례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애플사가 i포드(iPod)를 내놓으면서 가격 등 경쟁이 치열해졌다. 삼성전자도 경쟁 대열에 가세했다. 대기업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었던 레인콤의 매출은 줄어들고 적자만 쌓였다.
양 사장은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재미를 바탕으로 단말기와 웹을 결합한 문화를 선점한다면 경쟁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장 내년에는 수익을 내는 게 목표고, 궁극적으로 웹의 광고가 수익의 원천이 될 겁니다.” 예컨대 증권 패드에서 삼성전자 주가를 보여주는 화면 안에 삼성전자의 TV 등을 같이 보여주는 식으로 광고 수익을 올린다는 것이다.
포털 사이트의 배너나 동영상 광고와는 전혀 다른 형태다. 양 사장의 요즘 걱정은 원-달러 환율이다. 민트패스 판매가를 가능한 싸게 책정하려고 하지만 달러로 결제하는 부품이 많아 가격 맞추기가 여의치 않아서다. 반면 “경기가 나빠 걱정이겠다”는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레인콤도 외환위기 직후에 세웠어요. 경기가 엉망이라지만 바닥이 멀지 않았다는 희망도 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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