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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병원 발판으로 의술 수출

LA병원 발판으로 의술 수출

구한말 서양에서 의술을 수입한 한국이 이제 그 의술을 역수출한다. 그 중심에 차병원그룹과 산부인과 전문의 차광렬 회장이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세계 최초로 난자은행을 설립한 데 이어 LA에서 가장 큰 종합병원을 인수했다. 2010년에는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국내 최대 줄기세포연구소를 세워 분당 차병원과 연결하는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 BT(바이오 기술) 시대를 이끌 계획이다.

9월 18~19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국제 줄기세포 심포지엄. 국내외 전문가 3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회의에선 특히 줄기세포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와 관련된 두 개의 세션이 마련됐다.

줄기세포 연구를 위한 세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의 단초를 제공한 이 심포지엄은 차광렬(56) 차병원그룹 회장이 200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주도한 국제 학술회의다.

“미국이 앞으로 10년 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70조원 내지 100조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막연히 그런 거액을 투자하겠어요? 줄기세포 연구가 결실을 보면 지금까지의 단편적인 연구에서 벗어나 세포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룸으로써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겁니다.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할 정도로 의학의 개념이 확 바뀔 거예요.”

불임 연구와 생식내분비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연구 업적을 인정받는 차 회장은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사건 이후 국내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게 너무 안타깝다.

“냄비처럼 금방 달아올랐다가 식어버린 격이지요. 의학과 생명공학의 장래가 달려 있는 중요한 과제인데 말입니다. 지금 줄기세포 연구에 다른 분야가 많이 따라 붙었어요. 연구란 게임과 같아요. 앞을 내다보고 가야지, 남의 뒤를 쫓아가다간 아무 것도 안 됩니다. 배아 줄기세포도 몇 년 안에 임상에 쓸 수 있을 겁니다. 치료약품 개발 등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거고요.”



병원 세계화 경영에 앞장

차 회장은 2004년 11월 8000만 달러를 투입해 미국 LA 할리우드 장로병원을 인수해 국내외 의료계를 놀라게 했다. 의료시장 개방이 거론될 때 한발 앞서 국내 자본이 처음으로 해외 대형 병원을 인수한 것이다. 만성 적자였던 병원 운영이 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섰고, 지난해 500만 달러의 수익을 냈다.

문화가 다른 미국 병원을 인수해 운영하면서 그는 세계 의료산업의 미래를 달리 보기 시작했다.“앞으론 전문화겿?뵌??의료 서비스가 중요합니다. 병원 개수만 늘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봐요. 후진국에 병원을 세운다면 개수 늘리는 것은 쉬울 거예요. 이제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고 싶어요. 전문화된 연구와 기술력으로 세계를 선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경쟁력을 높이고 보람도 있는 일이지요. 돈 버는 것과 현상 유지는 다른 차원의 일이고요.”

LA에서 가장 큰 병원을 인수한 것은 (포천중문의대)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기 위한 차원도 있었다고 귀띔한다. “넓은 세상을 보게 하고, 실력을 쌓게 하고, 현실 감각을 키워주고 싶었어요. 미국은 더 이상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는 것도 알려주고요.”

차 회장은 요즘 병원과 연구소를 효율적으로 연계한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그 메카는 차병원 설립 50주년인 2010년 경기도 판교 테크노밸리에 연면적 6만6000㎡(2만 평) 규모로 들어서 본격 가동할 ‘차그룹 통합 줄기세포 종합연구소’다.

“의료산업에 있어 연구는 빼놓을 수 없는 제일의 과제입니다. 그렇다고 연구를 위한 연구는 의미가 없어요.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여야 합니다.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해 병원과 연구소를 한 울타리 안에 넣어 의료진과 연구진이 함께 밥 먹고 시간을 보내도록 해야 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앞선 의료기술에 의약품겴퓐塑瘦竪湧?줄줄이 나올 수 있는 것이지요. 정보기술(IT)에 이어 머지않아 바이오 기술(BT) 시대가 옵니다. 길 하나 사이에 놓고 떨어져 있어도 딴 동네인데 지금 우리나라처럼 병원은 서울에, 연구소는 대전에 따로 뚝 떨어져 있어선 안 돼요. 세계 의료계의 화두는 연구입니다. 연구 없이는 세계적 병원이 될 수 없고, 병원만 해선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도 없어요. 국제 경쟁력을 갖추려면 개인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개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연구가 뒤를 받쳐줘야 합니다.”



판교에 바이오 클러스터 구축


차병원그룹은 차 회장의 부친 차경섭(89) 포천중문의대 이사장이 1960년 서울 초동에 차산부인과를 연 이래 48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포천중문의대와 6개 국내 병원, 2개 해외 병원, 5개 의료 벤처기업, 6개 의학연구소를 갖고 있는 의료전문 그룹이다.

지난해 국내 병원과 의료 벤처기업들이 매출 4000억원에 250억원의 이익을 냈다. 대학이나 재벌그룹의 지원으로 시작한 병원과 달리 작은 산부인과로 출발해 오늘날의 규모로 일군 데는 차 회장의 경영자적 안목이 큰 몫을 했다.

84년 강남차병원을 열었을 때만 해도 서울 강남은 지금처럼 번화하지 않았다. “병원은 방문 서비스가 아니므로 어디에 터를 잡느냐가 중요하다”는 그는 서울 강남 지역 지도를 구해 가로로 한 번, 세로로 한 번 접어 꼭지점 부분을 찾았다.

이렇게 강남 한 복판을 콕 찍어 자리 잡은 곳이 바로 지금의 차병원이다. 당시 기업에도 생소한 기업 이미지 통합(CI) 작업도 벌였다. 영문자 원겭怜▤?삼각형으로 이뤄진 CHA 로고가 이때 탄생했다. ‘산모문화센터’로 불릴 만큼 서비스도 차별화를 꾀했다. 산모를 위한 휴게 공간으로 황토방을 만들고, 병원 전체에 친환경 원목 마루를 깔았다.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무료 발레파킹 서비스도 한다. 분당차병원은 신세대 산모를 위해 모든 병실에 초고속통신망을 깔았다. 서비스만으로 세계적 병원이 될 리 없다. 차병원의 참 경쟁력은 연구겙낱?R&D) 능력이다. 진료를 보지 않고 돈을 벌지 않으며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사 연구진이 120명이다. 일반 연구원까지 합치면 270명에 이른다. 차병원그룹의 연간 R&D 예산만 350억원 규모다.

그 결과는 세계불임학회 및 미국불임학회가 주는 최우수 논문상 6회 수상으로 나타났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도 10여 년째 꾸준하다. 2000년에는 세계 최초로 대체의학대학원을 설립해 양방과 더불어 연구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창립 50주년에 이어 60주년으로 달려가는 시점의 병원 경영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다.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가려면 잘할 수 있는 분야를 확실히 해야죠. 한국이 세계 무대에 우뚝 서려면 따라만 가기보다 우리 것을 연구하고 접목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요즘 한방에 대한 인기가 과거보다 떨어진 것은 연구 기능이 부족해서라고 봐요. 보약만 팔아 갖곤 세계에서 통하기 어렵지요.”

1 어릴 적 부모님, 두 누이와 함께
2 연세대 의대 졸업식날 부모님과 함께
3 심포지엄에서 연구 결과를 설명하며



‘템플 스테이+의료관광’ 해보자

차 회장은 의료 관광 연계 상품으로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제안한다. 성형외과, 피부과 진료와 관광을 결합해선 가격 경쟁력이란 한계에 봉착하므로 템플 스테이로 나라의 격을 높이자는 것이다. “가격이 저렴하니까 오라고 해선 통하지 않아요. 우리만 갖고 있는 것을 개발해 활용해야지요. ‘한국에 가면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할 수 있다’고 하면 통할 겁니다.”

그러면서 차 회장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없는 게 우리나라 의료산업의 한계라고 지적한다. 그는 한국에서의 병원 운영을 “5000만원짜리 그랜저 승용차를 2000만원에 팔라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규제를 다 풀어놓은 미국에서도 영리법인은 25% 정도”라며 “의료산업의 다양한 발전과 세계적 병원을 키우기 위해선 우리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차 회장은 의료산업은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볼 때 ‘매력 제로(0)’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병을 고쳐주고 남을 돕는 보람 없이는 하기 힘든 일”이라며, “돈 벌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다른 길로 가라”고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차경섭 이사장과 차광렬 회장 부자는 우리나라 산부인과 의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아버지는 일제 시대에 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를, 아들은 연세대 의대를 나온 동문이자 똑같이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다. 아버지는 국내 최초 나팔관 인공수정 아기 출산, 민간병원 최초 시험관 아기 출산으로 이 땅의 수많은 불임 부부에게 희망을 주었다. 아들은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임신 출산에 이어 냉동 보관 난자로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는 데 성공했다. 둘 다 세계 최초 기록이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난 차 이사장은 대학에 다닐 때 등록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자신을 도와준 분들의 은혜를 갚는 일이라며 포천중문의대를 세운 뒤 의학부와 의학전문대학원생 모두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다. 외환위기로 병원 경영이 어려워지자 98년 아들과 함께 개인 재산 400억원을 의료재단에 기부했다.

차 회장은 전문의가 된 지 30년이 돼가는 지금도 의대생 못지않게 공부한다. 강남차병원 회장실에 들어서면 오늘도 변함없이 하얀 가운이 그를 맞이한다. 미국에 머물 때는 밤 11시 병원 라운딩을 돌며 간호사들을 격려한다.“늘 공부하면서 진료하는 의사, 마음이 통하는 병원이 제 소망입니다.”

(필자는 본지 편집위원이다)

최고의 건강 관리 : 스트레스를 줄여라
차병원은 2007년 7월 국내 최초로 양방곀箕?대체의학 협진으로 환자를 돌보는 ‘스트레스 클리닉’을 열었다. 국내 유일 대체의학대학원과 40년 동안 양방·한방·대체의학 병원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결집했다. 환자가 느끼는 스트레스 정도를 지수화해 관리하는 게 강점이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입니다. 병은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거든요. 병에 걸린 뒤 돈을 쓰면 뭐해요. 병에 걸리지 않게 해야죠. 스트레스를 관리하면서 줄여 나가야 합니다.”

스트레스 클리닉은 3단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환자를 관리한다. 1단계는 설문조사와 함께 자율신경 및 호르몬 검사, 홍채 검사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진단한 뒤 ‘뉴로피드백’, ‘동종요법’, ‘미술치료’, ‘기공 프로그램’ 등으로 치료한다. 2단계는 정기 검사와 전문의 상담을 통해 스트레스 수치 변화를 확인한다. 3단계는 치료 후 스트레스 검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사후 관리한다.

의사인 차광렬 회장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지 물었다.“잊어버리는 게 중요해요. 연구, 학회 일, 병원 업무를 다 기억하려 들면 못 살죠.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 잊는 것을 연습하고 생각도 바꿔야 해요. 그래야 스트레스 리덕션(reduction)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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