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아직도 바닥 아니다”
“주식 아직도 바닥 아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많다. 공부도, 운동도, 요리도 다 재능이 필요하듯 주식도 재능이 필요하다. 때에 따라 냉정해지고, 고집을 피우기도 하고, 분석도 하고, 승부도 걸 줄 알아야 한다. 그런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자기는 다 투자에 적합한 인간형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읽은 사람 중 50%는 주식 투자를 포기했으면 좋겠다.”
-주식 투자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
“신문 보고, 누구 말 듣고 해서 될 것 같으면 뭐가 문제겠나. 주식시장 100년 역사 중 시장평균 초과 수익률을 낸 사람은 10명 정도밖에 안 된다. 시중에서 대박 비법이나 승률 100%니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다 허상이다. 그 사람들이 그 비법 알고 있으면 왜 공개하겠나. 박애주의자들인가?”
-남들 팔 때 사고, 살 때 팔라는 말이 책에도 있다. 요즘 많이 팔던데….
“공포에 질려 있을 때 사야 돈을 버는 건 맞다. 그런데 지금이 과연 공포의 극점인가? 아니다. 아직 사람들은 여유가 있고, 일부에서는 역발상 투자 운운하며 지금이 사야 할 때라는 말도 나온다. 감정적 극점은 왔지만 아직 이성적 극점은 아닌 것 같다. 바닥은 잃은 사람이 많을 때다. 2~3년 전에 투자한 사람은 아직 잃었다고 보기 힘들다.”
-환율이 상승하면 주식이 폭락할 조짐이라고 말했다. 지금 환율 상승도 심상치 않은데….
“환율이 상승한다는 건 쉽게 말해 원화표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거다. 주식도 원화로 표시된 자산 아닌가? 달러 기준으로 보면 주식 시장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크게 떨어진 셈이다. 외국 사람이 보면 한국 사람들은 아직 비싼 값에 주식을 사는 셈이다.”
-환율 불안이 왜 이렇게 심한가.
“냉정하게 보면 우리나라도 지난해 초 뱅크런(은행자금 이탈)이 일어났다. 미국은 금융기관 불신에 의해 일어난 거고 우리는 지난해 펀드, 부동산 투자를 위해 뱅크런이 일어났다. 뱅크런이 일어난 상황에서 은행이 무슨 돈으로 대출해 줬겠나. 바깥에서 빌려온 것 아니겠나? 빌려온 것은 단기 외화자금이었고, 빌려준 돈은 3년 거치, 2년 거치 10년 상환 뭐 이런 돈이었다. 그러니 미스매치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걸 메우려면 외부에서 돈을 더 끌어와야 되는데 잘 안 된다. 방법은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돈을 공급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니 외국에서는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우려가 생기는 거다. 미국의 금융위기에 한국 내부적 요인까지 겹치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금융 시스템도 위험한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상호신용금고·저축은행은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상당 부분 부도 처리나 구조조정에 들어갈 걸로 본다. 그러면 금융기관에 대한 불안감이 생기고 신용위기가 시중은행까지 번지지 않겠나. 10월 초부터는 환율 변화에 이런 내부 요인이 반영된 것이다.”
“펀드 수익률 시장 평균 못 넘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내린 건 잘한 것인가.
“잘못된 결정이다. 환율은 한 나라의 돈의 가치인데 지금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데 금리까지 낮추면 불에 기름 붓는 격이다. 재정을 풀어 유동성을 늘리고, 가처분소득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해야 하는데 이 시점에 또 감세를 하고 있으니 하지 말아야 할 것만 골라서 한다.”
-우리나라 부동산도 폭락하나.
“2006년 부자경제학을 쓰면서 2010년에 무조건 떨어진다고 썼다. 그런데 이번에 금융위기로 좀 당겨질 것 같다.”
-언제쯤 오나.
“내년 초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장기투자 할수록 펀드는 시장 평균수익률을 초과할 수 없다고 했다. 보통 펀드는 장기투자 해야 큰돈 번다고 하지 않나.
“절대 그렇지 않다. 펀드는 한마디로 시장 평균으로 가자는 상품이다. 물론 원금의 2배, 3배 벌 수 있다. 그런데 그때는 다른 사람도 2배, 3배 번다. 그 역시 시장평균 수익률이다. 펀드매니저가 아무리 주식 시장이 좋다 생각해도 펀드 가입자가 없으면 주식을 살 수 없다. 결국 게임을 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건 시장 참여자다. 그러니까 시장 평균, 대중의 평균을 넘을 수 없는 거다.”
-적립식 펀드는 생각보다 수익이 좋지 않다고 주장하던데….
“그렇다. 적립식 펀드는 장이 상투를 향해 갈 때 가장 많이 들어온다. 그리고 바닥으로 갈 때 빠져나간다. 어렵게 볼 것 없다. 지난해 시장이 최고점에 이르렀을 때 적립식 펀드에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왔나. 생리상 그렇게 된다. 시장이 안 좋은 지금 펀드 해지율이 서서히 높아지지 않나?”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는 적립식 펀드가 시장이 나쁠 때 유리한 상품이라고 하지 않나?
“금융회사는 물론 기업이 윤리적이라고 기대하는 대중이 어리석은 거다. 절대 그렇지 않다. 요새 자산운용사들이 ‘지금이야말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때다’라고 광고하지 않나? 그러면 지난해엔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지 말고 기다렸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럼 지난해 ‘지금이 적기’라고 한 건 무슨 소리인가. 그땐 거짓말이었나, 아니면 지금이 거짓말인가?”
중국 펀드 좋다는 건 웃기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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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자산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아 펀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가 금융자산 비중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히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의 변화와 자산 구조의 변화는 같이 간다. 사회는 한국인데 자산 구조만 미국식으로 갈 수 있나? 우리나라는 아직 집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다. 그런데 갑자기 금융 자산(펀드)을 전체 자산의 반으로 만들라고 하면 어떻게 되나. 집 산다고 빚낸 상태에서 다시 펀드 한다고 빚내는 그런 희한한 일이 생기는 거다.”
-중국 펀드에 대해 아직 일부 자산운용사에서 장기적으로 좋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웃기는 이야기다. 경제성장률이 장기적으로 좋다고 주식 시장이 성장한다는 얘기가 왜 통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거의 20년간 연평균 성장률 8.5~9%를 지켜왔던, 세계적인 기적의 주역인 우리나라 주가는 지금쯤 2만 포인트를 기록해야 하는 것 아니냐. 그런데 우리나라가 주가지수 1000을 넘는 데 30년 걸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논리로 일반인의 투자를 부추긴다면 그건 거대한 사기다.”
-40% 마이너스 난 중국 펀드에 든 친구가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은 사지도 팔지도 못하는 시점이다. 지금은 예측이 불가능하다. 왜냐? 적정 하한 수준을 2000으로 봤는데 지금은 범위 밖에 있다. 범위 밖에 있으면 언제 회복할지, 더 떨어질지, 갑자기 튀어오를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이미 하고 있는 친구는 그냥 하게 두고, 새로 가입하려는 사람은 말려라.”
-지금 시기가 지나면 가장 주목해야 할 주식은 뭔가.
“자동차 주다. 1997년에도 현대차가 하반기에 먼저 죽었다. 99년 초에도 현대차가 먼저 죽었다. 그리고 IT주 랠리가 있은 후 시장이 죽었다. 2002년 시장이 반등할 때도 현대차가 먼저 반등했다. 기아차도 좋다. 시장이 회복된다면 자동차·금융·통신 식으로 가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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