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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에 휩싸인 집배원들

고민에 휩싸인 집배원들

요즘 미국 우정국(USPS)이 고전을 면치 못한다. 고유가의 타격이 크다. 소프트 경제의 발달로 우편물 발송량이 크게 줄어 지난해엔 5.5% 하락했다. 사람들이 생일카드나 감사편지 대신 e-메일을 보내는 것도 사업 위축의 원인이다. 게다가 또 다른 위협이 등장했다.

코네티컷주 베셀에 사는 콜린 플림턴 같은 소비자들이다. 플림턴은 올 초 우체통을 가득 메우는 신용카드사의 제의, 카탈로그, 광고 전단 등에 신물이 났다. 그래서 지난 2월 그린다임스에 20달러를 냈다. 그린다임스는 소비자 대신 업체를 접촉해 ‘스팸 광고물’을 보내지 못하게 막아주는 회사다.

“무작위로 광고물을 보내는 업자들은 나무를 마구 베고 있는 셈이다. 그것을 막아야 한다”고 플림턴이 말했다. 우체국의 입장에서는 플림턴 같은 소비자가 큰 위협이 된다. “우편물 거부 운동으로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한 우체국의 부국장 스티브 커니가 말했다. 우정국은 지난 4분기에 11억 달러의 적자를 냈다.

수신인을 지정한 광고 우편물이라도 있으니까 망정이지 자칫 적자폭이 더 커질 뻔했다. 수신자 지정 광고 우편물이 전체 우편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의 38%에서 요즘은 52%로 늘었다. 이런 광고 우편물의 수익이 “우정국의 주요 수입원이며 그것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다”고 우체국 부국장을 지낸 마이클 커플린이 말했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9%는 수신인에게 오는 광고 우편물을 받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그중 44%는 아예 개봉되지도 않는다. 19개 주의회가 연방 차원의 ‘전화통화 사절’ 명단처럼 ‘우편물 사절’ 명단을 만들 생각을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러나 우체국 근로자들의 반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그동안 통과된 법안은 하나도 없다.

콜로라도 주의원 새러 갈리아디는 자신이 발의한 법안의 공청회를 열었다가 우체국 근로자들이 몰려와 강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놀랐다. 우정국과 광고우편물협회는 개인에게 보내는 광고 우편물이야말로 소기업들의 주요 고객 정보원이라고 말한다. “광고 우편물을 매우 소중한 상품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우정국 지속담당 부국장 샘 펄크레이노가 말했다.

그는 특히 피자 한 개 비용으로 두 개를 사는 쿠폰을 만나면 횡재하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광고우편물협회는 반대운동의 예봉을 꺾기 위해 최근 규제 반대 로비를 펼치는 ‘우편물이 미국을 굴러가게 한다’ 연합을 발족했다. 그린다임스를 설립한 판카지 샤의 생각은 다르다.

그의 회사는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수수료를 이용해 1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고 그가 말했다. “우체국 망하는 꼴을 보자는 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선택권을 주자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다.” 스팸 광고 우편물을 원치 않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비, 진눈깨비, 어두운 밤길은 집배원의 골칫거리 축에도 끼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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