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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보석의 피가 흐르지요”

“우리에겐 보석의 피가 흐르지요”


"익산 하면 보석이고 보석 하면 익산 아닙니까?”

이한수(49) 익산시장은 익산의 전통 브랜드를 자신의 개인 브랜드로 키우고 있는 자치단체장이다. 그것도 아주 체계적으로 키우고 있다. 이 브랜드는 바로 ‘보석’이다.

그는 2006년 시장 취임 직후부터 익산 전통산업인 보석이란 말을 농산물을 비롯해 지역 잔치, 행사, 축제에 갖다 붙였다. 예를 들어 보석참외, 보석고구마, 보석딸기, 보석쌀, 보석문화축제 같은 식이다. 보석디자인공모전도 연다.

전국 보석 마라톤에는 직접 나가 뛴다. 올해는 처음으로 한국귀금속공예경기대회, 한국귀금속보석기술협회 전국체육대회도 열었다. 그래서 그는 ‘보석 시장’으로 불린다. 보석이란 말을 시 행정에서 사용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이한수 시장은 “보석은 익산만이 가질 수 있는 고유 브랜드며, 이 브랜드를 제대로 키우면 침체된 익산 경제가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석 시장’이 지휘하는 지역답게 시장과 시 공무원 명함에는 죄다 ‘대한민국의 보석이 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물론 이 시장이 만든 구호다.

명함엔 ‘50만 익산’이란 말도 있다. 현재 30만 익산 인구를 60%나 더 늘리겠다는 것인데, 그 복안 중 하나는 당연히 보석산업 육성이다. 내년에는 ‘보석의 날’도 선포할 생각이다. 대한민국 보석산업을 이끌 대형 사업도 착착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바로 국내외 보석 관련 가공, 판매 업체를 한곳에 모으는 보석 클러스터 구축이다.

그는 익산시 왕궁면 동용리 보석박물관 옆에 들어서는 이 단지를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식 명칭이 ‘귀금속보석산업 클러스터’인 이곳에는 주얼리전시판매센터와 친환경보석가공단지가 들어선다. 150억원이 들어가는 1단계 사업 중 하나는 주얼리전시판매센터(5256㎡)인데 내년 7월 문을 연다.

보석가공단지(8만6000㎡) 조성사업도 있다. 2009년에 착공에 들어간다. 이 밖에도 그는 산·학의 유기적 협력체제를 구축해 보석 관련 인재양성, 해외 맞춤형 마케팅, 국제보석전시회 개최, 보석디자인 및 보석 시제품 개발센터 설립, 다이아몬드 가공분야 육성 같은 일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익산주얼리엑스포를 열어 한국 ·중국·일본 3국 보석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보석 에피소드
“박근혜 대표님, 그 작품 기증해 주세요”
이한수 시장은 “시 차원에서 국내 유명인들이 기증하는 보석을 모으고 있다”며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도 한 점을 기증받았다”고 소개했다. 스토리가 담겨 있는 유명인들의 보석을 기증받아 국내 유일의 차별화된 보석전시관을 갖출 생각이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및 이리역 폭발사고와 연관된 ‘보석’ 비화를 들려줬다.

“이런 얘기를 해야 하나 싶기도 한데,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이리역(현재 익산역) 폭발사고가 (77년에) 있었습니다. 그때 우리 보석기술자 5명이 일주일간 날밤 새우면서 만들었던 보석 작품 하나를 그 당시 박근혜 영애에게 선물한 적이 있어요.”

이 작품은 두 가지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는 익산이 보석 도시라는 위상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부여된 정치적 의미라는 것이다. “이리역 폭발사고가 엄청나게 컸던 국가적인 사건이었잖아요. 그걸 위로하려 박 대통령께서 오셨는데 박 전 대표가 따라오신 거예요. 그때 그래서 선물을 드린 것이지요.”

이 시장은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을 보석박물관에 전시하고 싶어 한다. “저는 그것을 좀 돌려 받고 싶어요. ‘주십시오’ 하면서 박 전 대표에게 시 차원에서 레터를 보낸 적도 있는데, 반응은 아직 없습니다. 주시면 물론 그냥 받는 게 아닙니다. 그만한 보상을 해 드릴 겁니다. 그 작품은 역사적인 의미가 있고, 박 전 대표는 나름대로 대한민국의 큰 인물이지 않습니까? 그게 보관되어 있을 것이라고 저희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적당한 기회에 받아서 영원히 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 작품 존재를 칭다오에 출장 갔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작품을 만든 기술자들이 마침 칭다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 기술자들은 그 작품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걸 큰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더라는 설명이다.

익산 보석박물관 바로 옆에서 열린 익산주얼리엑스포에서 외국인들이 보석상품을 고르고 있다.



“칭다오에 갔다 보석에 흠뻑 빠졌지요”

그는 왜 보석에 흠뻑 빠진 것일까. 답을 듣기 전에 익산, 그러니까 예전 이리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익산시의 중심부는 과거 이리시인데, 이리시는 70년대에 수출자유지역으로 지정되고 75년 국내 유일의 귀금속보석가공산업단지가 조성된 곳이다.

“그땐 엄청났습니다. 그때 익산이란 도시가 보석으로 먹고산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러다 90년대에 국내 인건비가 크게 오르면서 침체기를 맞이했고 보석산업이 이제 다 중국이나 일본으로 빠져나갔어요.”

이 시장은 취임 후 무엇으로 익산을 먹여 살릴까를 걱정했다.

“보석산업은 전통산업의 위상은 있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답이 어디에 있을까를 고민하다 중국 칭다오에 갔습니다. 거기에 익산 출신 (보석) 기업인이 많다고 해서 간 거죠. 그런데 정말 대단한 것을 확인했어요. 1000개가 넘는 (보석) 기업이 있는 겁니다. 칭다오에만…. 직원 3000~4000명씩 데리고 있는 기업들의 오너는 익산 사람이거나 익산에서 일을 배운 사람들이었어요. 예를 들어 극동, 한미, 에스겔, 신라 같은 기업들이 유명한데 기업주가 다 익산 출신입디다.”

이 출장을 계기로 그는 보석 브랜드로 익산을 살찌울 마음을 먹었다. 이 시장은 보석을 익산의 대표산업, 나아가 한국의 대표산업으로 키울 당찬 각오를 다졌다. 동시에 80년대의 보석 전성시대를 다시 한 번 열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석박물관을 중심으로 귀금속보석클러스터가 구축되면 보석 가공과 판매, 보석 관광이 한 자리에서 가능해진다.

그는 “적어도 5년 후엔 보석 관련 익산 기업체 고용인원만 3000명에, 연간 인건비 540억원, 연간 매출액 500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인원이 지금(약 700명)의 4배 이상 늘어난다는 것이다. 관광객은 연간 30만 명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현재 익산시 인구와 엇비슷하다. 지역경제 파급효과는 9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본다.

책상 위에서 만든 수치가 아니냐고 묻자 그는 대뜸 이런 대답을 한다. “칭다오에 한번 가 보세요. 그 정도는 1개 기업 규모에 불과합니다. 충분히 달성 가능합니다.” 그는 보석으로 익산을 살려 국내 수출에도 한몫할 생각이다. 2006년 기준 수출액 4000만 달러에 수출점유율 2.1%였던 걸 2013년엔 수출 8000만 달러, 점유율 4.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국내 보석산업은 5조원 정도인데, 익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하다. 그는 보석클러스터 사업을 통해 이 비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래서 보석 기업 유치를 위해 오늘도 뛰고 있다.

“최근 중국의 기업 환경이 나빠졌습니다. 노동법도 강화되고 인건비도 오르고 그랬어요. 중국에 나가 있는 익산 출신 기업인들도 이젠 어딘가로 이전해야 해요. 베트남으로 갈 것이냐, 다시 한국으로 갈 것이냐 고민하는 분이 많습니다. 조건을 맞춰주면 데려올 수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이 시장은 자신이 주도해 최근에 열었던 2008년 익산주얼리엑스포(한·중·일 보석교류전, 2008년 10월 30일~11일 2일) 성과에도 만족감을 보였다. 내년에는 올해에 비해 ‘100배 이상의 평가를 받는’ 초대형 행사로 발전시킬 생각이다.

“엑스포를 통해 보석 하면 익산이란 이미지가 더욱더 확고해졌다”는 게 그의 자랑이다. 엑스포를 통해 한·중·일 보석 전문가들이 이 시장과 끈끈한 인연을 맺었다는 것도 큰 자산이다.“준비 당시 경제가 안 좋아 걱정을 많이 했지만 국내외 참가 업체가 116개로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관람객은 15만 명이나 돼 9개 셔틀버스가 쉴 틈 없이 오갔습니다. 매출도 자랑할 만합니다. 카드결제 시스템이 없었음에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서 팔거나 매출 상담을 했는데, 그 규모가 100억원을 넘었습니다.”

보석 관련 경력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익산에서 태어난 사람들은 모두 다 보석인의 피를 갖고 태어난다”고 답한다. “왕궁면에 있는 백제 왕궁터 발굴장에 꼭 가 보세요. 현장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전시된 게 있거든요. 금으로 만든 핀 같은 걸 보실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익산은 1400여 년 전 백제 때부터 유리, 금세공 같은 게 상당히 발전해 있었던 도시예요. 우리 선조들이 그랬듯이 익산인 몸에는 보석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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