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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Market View] 자금지원-구조조정 약발 안 먹힌다

[World Market View] 자금지원-구조조정 약발 안 먹힌다

지난주(11월 16~22일) 말 미국과 한국 증시가 나란히 급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지수는 21일 오전 920선이 무너지는 약세를 보이다 오후 들어 반등하며 5.8% 상승했다. 코스닥도 6.25% 올랐다. 이날부터 투입된 증시안정기금과 연기금의 매수를 바탕으로 한 기술적 반등의 성격이 강하다.

코스피지수는 20일까지 8거래일 연속 미끄럼을 타왔다. 같은 날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는 장 막판의 한 시간 동안 500포인트가 뛰어올라 6.54% 상승했고, 나스닥도 5.18% 반등했다. 티머시 가이스너 뉴욕연방은행 총재가 미국 재무장관에 내정됐다는 소식이 기폭제가 됐다. 첫 단추를 끼우게 된 오바마식 경제관리시스템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넘쳐났다.

하지만 시장이 급락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상황은 아닌 듯하다. 미국 증시가 춤을 추면서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Volatility Index)지수가 21일 사상 최고치인 80.86까지 치솟았다. 심할 경우 하루에 1000포인트씩 출렁거리는 시장의 변동성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VIX는 시카고 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 500종목의 지수옵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다. 투자자들이 앞으로 30일 동안 주가가 크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면 수치가 올라가고, 반대라면 낮아진다. 다우나 나스닥지수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불확실성이 커지면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 주가가 떨어지고, 안정될 것이라고 예상하면 매수가 늘어나 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시장의 심리가 고스란히 반영된다. 한국에는 아직 이 같은 지표가 없지만 만약 있다면 미국과 대동소이한 흐름을 보이고 있을 것이다. 보통 20∼40 사이에서 움직이던 VIX가 80을 넘어선 것은 그만큼 시장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작은 호재나 악재가 과다 포장돼 시장의 급등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지난 주말 미국과 한국에서 나온 소식들도 양국 증시의 상승폭을 설명하기엔 충분치 않았다. 최근 몇 주간 미국과 한국 증시는 언덕 위로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반등할 듯하다가 다시 이전의 저점 근처로 미끄러졌다. 추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단기 급등락이 반복되는 이런 시장흐름을 ‘톱날(choppy) 장세’라고 한다.


S&P 500 지수와 VIX 지수 흐름 (단위: 포인트)
주가 그래프의 모양이 톱날처럼 날카롭기 때문이다. 저가 매수, 고가 매도를 노리는 ‘단타족’이 숱하게 희생되는 장이기도 하다. 일시적인 지수의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공포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게 이럴 때 필요한 자세다. 공포가 사라지려면 희망이 그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그때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실물경기가 빠르게 침체하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다시 요동칠 조짐이 나타난다. 미국의 대표 은행인 시티그룹이 파생상품 손실 누적과 대출 부실화로 4분기 연속 손실을 내면서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시티는 새 주인을 찾기엔 덩치가 너무 크고, 공적 자금을 더 투입하자니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이 상태로 내버려둘 수도 없다. 어떤 선택을 하든 시간이 걸리고 후유증이 나타난다. GM 등 자동차 ‘빅3’에 대한 구제도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25일 나올 케이스실러 부동산지수와 3분기 GDP(국내총샌산) 연간 수정치도 좋게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의 상황도 녹록지 않다.

주초 ‘대주단(채권단)’에 가입할 건설회사들의 면면이 드러나고 1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 조성이 가시화될 예정이지만 어느 하나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기업과 은행, 정부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줄다리기를 하기 때문이다. 자금 지원과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뤄진다 해도 수출과 소비의 동반 침체라는 걱정스러운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

10월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는 11월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통계청은 21일 가계의 실질소득이 1년 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실질소비는 오히려 2.4% 감소했다는 수치를 내놓았다. 기업 부문에 대한 자금 수혈이 이제 시작 단계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의 소비심리가 앞으로 더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국내외에서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잘해야 3%대 후반, 최악의 경우 마이너스 3%로 내다보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선무당이 잡은 칼날처럼 주가가 위아래로 춤출 가능성이 크다. 희망과 절망이라는 양면을 가진 동전 던지기 게임에 가깝다. 동전 던지기 게임의 이론적인 승률은 50%이지만, 실제로 해보면 그보다 낮다는 게 문제다.

[필자는 ‘중앙SUNDAY’에서 국제경제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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