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컴퓨터 업계 뒤덮은 ‘클라우드’ 열풍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이 뭐냐고?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설립자 겸 CEO]는 이것을 “망할 놈의 웹톤 스위치”라고 불렀다(‘웹톤’은 휴대전화 통화연결음 링톤에서 따온 말). IBM은 ‘주문형 컴퓨팅(on-demand computing)’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드 컴퓨팅(grid computing)’,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라고 칭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최신의 첨단기술 트렌드가 큰 화제를 불러 모으며 컴퓨터 업계를 휩쓸고 있다. 하지만 오라클의 CEO 래리 엘리슨은 최근 한 업계 회의에서 행한 연설에서 이 모든 클라우드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것이라고 냉소했다.
“내가 바보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하는 말을 전혀 못 알아듣겠다. 도대체 뭔 소린가? 완전히 요령부득이다. 정신 나간 사람의 말 같다”고 그는 말했다. 과연 그럴까? 흥분을 가라앉히고 찬찬히 살펴보자. 엘리슨의 회의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컴퓨팅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기본 구상은 아주 간단하다. 데이터를 개인 PC가 아니라 인터넷의 서버에 저장하는 방식이다. 그 서버가 어디 있는지 이용자는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다. 사실 여러 대의 서버에 흩어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여간 모두 하늘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그래서 ‘구름’이란 뜻의 클라우드라고 부른다).
그러나 넉넉한 대역폭의 고속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어디서든 어떤 장치로든 사진, 문서, 홈 무비를 꺼내볼 수 있다. 휴대전화, 노트북, 미디어 플레이어, 공항의 인터넷 단말기로도 접속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어떤 기기 속이 아니라 인터넷 공간의 서비스 안에 저장하게 된다”고 VM웨어의 최고경영자 폴 매리츠가 말했다.
이 회사의 ‘가상화’ 소프트웨어는 클라우드 기술의 핵심 구성요소다.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스프레드시트로 작성한 비용 보고서 도표를 회사 PC에 보관했는지 집의 맥북에 뒀는지 기억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모든 데이터를 외장 드라이브에 백업하거나 이 장치에서 저 장치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
새 컴퓨터를 구입할 때 기존 PC의 자료들을 복사하느라 애쓸 필요도 없다. 정보 저장소를 만들어 어디서나 열어 보고 이용자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축적할 수 있다. 첨단기술 업계에선 마이크로소프트(MS)를 포함해 거의 모두가 이것이 미래의 기술이라는 데 토를 달지 않는다. MS는 10월 말 개발자를 위한 연례 회의에서 새로운 클라우드 기술을 발표하고 고객사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인터넷 연결이 그렇게 빠르지도, 안정적이지도, 어디서나 항상 가능하지도 않다. 그리고 초기의 일부 유사 클라우드 서비스는 썩 뛰어나지도 않았다. 애플이 내놓은 ‘모바일미’라는 서비스는 이용자의 일정·주소록·즐겨찾기를 아이맥, 맥북 프로, 아이폰과 동기화하도록 만들어졌다.
그러나 안정성이나 사용 편의성이 기대 이하였다. 또 다른 문제는 모두 저마다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듯하지만 그것을 통합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는 또한 이용자의 데이터를 누가 통제하느냐는 문제를 둘러싸고 몇 가지 까다로운 문제를 제기한다. 클라우드가 뿌리를 내리려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클라우드 컴퓨팅 구상을 기업에 적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대신 서비스 업체로부터 컴퓨팅 기능과 저장공간을 임대하는 방식이다. 전기를 쓸 때처럼 사용량에 대해서만 돈을 내면 된다. 온라인 서점으로 잘 알려진 아마존이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도 급성장하고 있다.
44만 명의 개발자가 컴퓨팅 기능과 저장 공간을 임대하고 있으며 분기마다 3만 명 이상씩 회원이 증가하고 있다. 아마존의 고객 중에는 처음부터 아예 자체 데이터 센터를 두지 않았던 회사도 있다. 대신 아마존만 이용하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자체 데이터 센터를 확장하는 대신 아마존을 이용해 새로운 응용 프로그램을 돌리기 시작했다.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 뉴욕타임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그런 회사들이다. 기업들이 자체 데이터센터에서 하던 기존 컴퓨팅 작업들을 언젠가는 클라우드로 옮길 것이라고 아마존은 기대한다. 그들의 홍보전략은 간단하다. 더 싸다는 것이다. 일부 기업은 클라우드로 바꾸면 컴퓨팅 비용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리서치 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프랭크 젠스가 말했다.
젠스는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지출이 올해 160억 달러에서 2012년 420억 달러로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클라우드는 실제로 향후 20년간 IT산업을 지탱할 토대”라고 젠스가 말했다. 첨단기술 대기업들도 같은 생각이다. 그들이 앞다퉈 클라우드 제품을 출시하는 까닭이다.
MS는 웹기반 응용 프로그램들을 구동하기 위한 새로운 프로그램 패키지를 내놓고 이를 ‘윈도 아주어(Windows Azure)’라고 부르며 “클라우드를 위한 운영체제”라고 설명한다(실상 운영체제는 아니다. 개인 이용자들은 윈도 아주어를 보지 못한다. 그 위에서 돌아가는 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뿐이다).
인터넷 검색기업 구글은 웹 기반의 워드 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라클도 CEO 엘리슨의 악평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IBM과 시스코 등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일단 데이터를 넘겨받으면 이들은 고객을 단단히 붙잡아 다른 업체로 떠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찾으려 애쓴다.
결국 우리 이용자들은 편리함을 얻는 대가로 자유를 어느 정도 희생하고, 통제를 받아야 하는 거래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대안이 현재와 같은 혼란이라면 그런 거래가 매력적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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