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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애호가만을 위한 공간

시계 애호가만을 위한 공간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형 시계전문 매장 ‘상하이 맨션’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곳을 중심으로 중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 맨션 1층에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대표하는 시계들이 전시된 쇼룸이 있다.

10월 17일 저녁 중국 상하이(上海)의 번화가 화이하이로(淮海路)에 있는 한 건물 앞으로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7시30분이 되자 경쾌한 재즈 음악과 함께 문이 열렸다.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건물로 들어갔다. 스위스의 명품 시계 브랜드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형 시계전문 매장 ‘상하이 맨션’의 개점 축하 파티가 시작된 것.

후안 카를로스 토레스(Juan-Carlos Torres) 바쉐론 콘스탄틴 대표는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입구에서 손님들을 반겼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 홍콩,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각국의 시계 바이어와 기자, 바쉐론 콘스탄틴의 중국 내 VIP 고객 등이 참석했다. 토레스 대표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상하이 맨션은 253년에 걸쳐 브랜드의 전통이 담긴 장소다.

시계 애호가와 수집가를 위한 최고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하게 문을 연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 매장은 화이하이로가 과거 프랑스의 조계지였던 시절 세워진 건물에 있다. 상하이 맨션의 동쪽 건물은 1921년에, 서쪽 건물은 27년에 지어졌다. 두 건물은 외양이 같아 ‘쌍둥이 빌라’란 별명도 붙었다.

프랑스의 조계 한가운데에 있어서 당시 사교의 중심지였던 건물은 80여 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튼튼히 서있었다. 2007년 쌍둥이 빌라의 가치를 알아본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곳을 새로운 매장으로 결정하고 리모델링을 시작했다. 일 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리모델링 작업을 지휘한 건축가들은 이탈리아 출신인 필리포 가비아니와 안드레아 데스티 파니스다.

상하이 맨션의 리모델링 작업을 맡은 이들이 다음으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네바 맨션이다. 시계와 건물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도록 할지 영감을 얻기 위해서였다. 가비아니와 파니스는 상하이 맨션이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이미지를 풍기게끔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가장 대대적인 작업이 벌어진 곳은 마루였다. 80년이 지난 마루이다 보니 곳곳에서 문제가 발견됐다. 결국 중국산 떡갈나무를 사용해 마루를 새로 깔았다. 하지만 20년대에 사용했던 중국의 전통공법으로 작업해 건물의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살렸다. 층계는 80년의 세월에도 튼튼했다. 파니스는 계단에 사용했던 도료를 복원해 다시 칠해주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했다.

실내의 모든 가구는 중국 최고의 목수들에게서 맞췄다. 맨션 곳곳에 있는 샹들리에나 램프는 가비아니가 직접 디자인했다. 전구는 베니스 무라노 유리 공장의 장인이 입으로 직접 불어 만들었다. 4층 건물인 상하이 맨션의 층마다 고유의 역할이 있다. 1층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대표적인 시계 컬렉션과 한정판 시계가 전시된 쇼룸이다.

말테, 패트리모니, 오버시즈, 히스토릭, 메티에다르, 케드릴 등 쟁쟁한 컬렉션의 최신 모델과 상하이 맨션에서만 판매하는 한정판 시계가 눈길을 끈다. 2층에는 고객 서비스 센터와 시계 수집가를 위한 컬렉터 살롱이 있다. 컬렉터 살롱은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한 개 이상 지닌 사람들을 위한 장소다.

이곳의 서비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시계 보관 서비스다. 살롱 안쪽 보관실에는 거대한 금고가 있다. 금고를 열면 다시 18개의 작은 금고가 나오는데 금고마다 20개의 시계를 넣을 수 있는 케이스가 들어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 관계자는 “시계를 수리하거나 멀리 여행을 떠날 때 이용하는 금고”라고 말했다.

같은 층에 있는 고객 서비스 센터엔 스위스 출신 시계 장인 알렉상드르 커구언(Alexandre Kerguen)이 일하고 있다. 행사 당일 그는 하얀 가운을 입고 방문객을 맞이했다. 커구언은 “시계 수리는 물론 구입 문의부터 불만 접수까지 다 해결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커구언은 ‘아틀리에 캐비노티에’라는 특별 주문 서비스도 담당한다.


이는 시계의 모양, 색상, 크기, 기능까지 고객이 선택한 대로 제작해 주는 서비스다. 시계를 받기까지 약 일 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자신만의 시계를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토레스 대표는 “그 어떤 명품 시계 브랜드도 시작하지 못한 독창적인 서비스”라고 강조했다. 상하이 맨션의 3층에는 홍콩의 특급 회원제 클럽인 KEE클럽이 있다.

KEE클럽은 독립적인 식당과 라운지, 바를 운영하며, 바쉐론 콘스탄틴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4층은 VIP만을 위한 공간이다. 식당 겸 거실로도 사용할 수 있다. 옥상과 연결돼 있어 주위의 경관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장소다. 바쉐론 콘스탄틴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어떤 시계 브랜드도 상하이 맨션 규모의 전문 매장을 열지 못했다”며 “이곳을 중심으로 중국은 물론 아시아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왕가의 시계 바쉐론 콘스탄틴
바쉐론 콘스탄틴은 정교한 시계를 극히 소량만 생산하며 각국 왕실의 애장품으로 자리 잡았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위스의 시계 장인 장 마르크 바쉐론이 1755년 창업한 브랜드다. 바쉐론이 자신의 이름을 내건 공방을 차릴 당시 제네바는 스위스 최고의 시계 장인들이 활동하던 시계 중심지였다. 날마다 새로운 시계가 출시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던 제네바에서 바쉐론은 자신의 재능을 거침없이 펼쳐 나갔다.

그리고 불과 수년 만에 정교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시계를 내놓는 장인으로 제네바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쉐론은 시계에 필요한 부품의 기능을 연구하며 많은 기록을 남겼다. 그가 남긴 자료는 뒷날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 같은 주요 시계 부품 개발에 큰 도움을 줬다.

1819년 바쉐론의 후손과 제자들이 꾸려 나가던 바쉐론의 공방에 야심 넘치는 사업가 프랑수아 콘스탄틴이 나타났다. 그는 바쉐론을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효과적으로 키워 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콘스탄틴의 생각에 동의한 바쉐론의 후계자들은 그를 정식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이후 공방에서 제작되는 시계에는 지금의 브랜드 이름 바쉐론 콘스탄틴이 새겨졌다.

정교한 시계를 극히 소량만 생산한 덕에 바쉐론 콘스탄틴은 시간이 지나며 세계 각국 왕실과 귀족들의 애장품으로 자리 잡았다. 나폴레옹 3세는 국가의 주요 행사나 외국의 귀빈을 맞이하는 자리에 항상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를 착용하고 나타났다. 바쉐론 콘스탄틴을 소유하는 것은 왕족과 귀족의 지위를 나타내는 징표처럼 여겨졌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중국 황실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1862년 동치제가 5세의 나이로 황제에 오르자, 청 황실은 새로운 황제를 위해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파란색 포켓 시계를 바쉐론 콘스탄틴에 주문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품질에 만족한 청 황실은 이후 나라에 경사가 있을 때마다 제네바에 특사를 보내 시계를 주문했다.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식에 스위스 정부는 바쉐론 콘스탄틴을 공식 선물로 사용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최고의 시계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2만 개만 생산한다. 전문 매장도 전 세계에 단 20개만 운영하고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96년부터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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