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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치동 가을보다 5000만원 내려

대치동 가을보다 5000만원 내려


대치동 아파트 단지 앞에는 학원이 밀집해 있어 학부모들에게 인기다.

올겨울엔 학군 좋기로 소문난 서울 강남권에서 아파트 전세를 얻기가 한결 쉬울 것 같다. 입주 중이거나 입주를 앞둔 단지를 중심으로 싼 전세 물건이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 들어 잠실 일대에서만 1만8000여 가구가 입주했다. 여기에 올 연말 잠실의 ‘입주 쇼크’(신규 물량이 대량 공급되면서 전셋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것) 물량에 맞먹는 대단지 아파트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반포동 반포 자이(옛 반포주공3단지)와 삼성동 삼성 힐스테이트(옛 AID차관)가 이달 중 입주한다. ◇교육 1번지 대치동 입성해봐?=강남권은 전통적으로 학군 수요가 풍부한 곳이다. 8학군으로 불리는 명문 고교가 즐비하다. 주변에 백화점·병원·공원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주거 여건이 우수한 것도 장점이다.

강남권 ‘학군 프리미엄’의 원조는 단연 대치동이다. 대치동은 명문 학교와 유명 학원가가 밀집한 강남 학군의 상징으로 통한다. 대치동 학원가는 은마아파트를 중심으로 3곳 정도 분포해 있다. 은마아파트 후문 방면과 지하철 3호선 대치역에서 도곡역 방면, 국제아파트에서 분당선 한티역 방면이다. 메가스터디 등 대규모 입시학원도 있지만 단과로 운영되는 학원도 넘쳐난다.

가히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릴 만하다. 명문 학교로는 대치초등학교·대청중·숙명여중·휘문고·단대부고 등이 꼽힌다. 이 때문에 ‘대전’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대전’은 대치동 전세살이라는 말로, 대치동은 끊임없는 학군 수요로 높은 전세가격을 형성했다. 그러나 올해는 딴판이다.

겨울방학 이사철인데도 전세 수요는 뜸하고 가격도 하락세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12㎡ 전셋값은 2억2000만~2억3000만원으로 올가을 이사철에 비해 4000만~5000만원 빠졌다. 인근 우방공인 관계자는 “전세 이동이 많은 짝수 해 겨울방학 이사철이 시작됐는데도 전세 수요가 뜸하다”며 “기존 세입자들 또한 중개수수료 등 이사비용이라도 아낄 요량으로 재계약 후 눌러 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치동 쌍용 1·2차, 우성 1차 등도 전셋값이 한 달 새 2000만~3000만원 내렸지만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대치동 청실1차 94㎡는 2억2000만~2억6000만원에 전세를 얻을 수 있다.



◇잠실 입성, 지금이 기회=대규모 재건축 아파트 입주와 함께 신흥 학원가로 부상한 잠실 일대도 눈여겨볼 만하다. 트리지움(옛 잠실 주공3단지)과 레이크팰리스(옛 잠실 주공4단지)를 가로질러 대치동으로 이어지는 삼전로 일대. 지난해부터 대형 입시학원이 속속 들어서면서 예전의 노후 주택 밀집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서울에서 주목 받는 학원촌으로 떠오른 곳이다.

이 학원가와 가까운 엘스(5678가구)·리센츠(5563가구)·파크리오(6864가구) 등 잠실 일대 재건축 아파트들은 입주가 한창이다. 모두 5000가구가 넘는 초대형 단지로 이미 2006년 입주한 레이크팰리스(2678가구)와 지난해 8월부터 집들이한 트리지움(3693가구)이 잠실을 ‘신강남’으로 탈바꿈시킨 주인공들이다.

잠실 일대에 학원 진출이 봇물을 이룬 것도 이들 재건축 단지의 영향이다. 1만2000여 가구의 재건축 단지 입주로 잠실 일대에 거대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대형 학원들이 예상한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로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대규모 물량이 한꺼번에 입주하면서 잠실 일대 전셋값도 맥을 못 춘다. 전세를 내놓는 물건은 쌓이는데 전세 수요가 많지 않아서다.

따라서 초·중·고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잠실 쪽 재건축 아파트와 주변 단지를 눈여겨볼 만하다. 잠실동 대성공인 관계자는 “입주 물량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나면 잠실 일대도 전셋값이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전셋값이 약세인 요즘이 학군 좋고 학원도 많은 잠실로 입성할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


잠실 엘스 109㎡는 한 달 전보다 1000만원 정도 내려 2억4000만원 선이면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리센츠 79㎡ 전셋값은 2억1000만~2억3000만원이다. 주변의 한 공인중개사는 “전세 물건이 많아 흥정만 잘하면 전셋값을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정도 낮춰 잡을 수 있다”고 알려줬다.

그럼에도 전셋값이 모자라면 파크리오를 노릴 만하다. 파크리오 108㎡ 전셋값은 2억1000만~2억3000만원으로 엘스·리센츠에 비해 3000만원 정도 싼 편이다. 입지 여건에서 이들 아파트에 밀린다는 평가 때문이다. 그러나 중개업소는 지하철역(2호선 성내역, 8호선 몽촌토성역·잠실역)이 가깝고, 대규모 녹지시설(올림픽공원)을 끼고 있어 큰 불편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셋값이 싸다고 무턱대고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99㎡대는 지금은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시세보다 1억원 정도 싸게 들어갈 수 있지만, 2년 뒤 새로 임대차 계약을 할 때 전셋값을 크게 올려줘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잠실동 J공인 관계자는 “입주 시기가 비슷한 만큼 임대차 재계약 시기도 같아 전셋값이 갑자기 폭등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승은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아파트 전세 물건이 쏟아지면서 잠실 주공5단지 등 주변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다. 전셋값을 내려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른바 ‘역전세난’까지 벌어지고 있다. 주공5단지 112㎡ 전셋값은 올 초 2억원 선에서 1억6000만~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115㎡, 119㎡ 전셋값도 1년 전보다 3000만~4000만원 내려 1억7000만~2억원 선이다.



◇입주 앞둔 반포·삼성동 일대=학군 좋은 곳에 들어서는 입주 예정 단지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입주를 앞둔 새 아파트를 부지런히 찾다 보면 좀 더 쉽게 전세 물건을 구할 수 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전세 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납부하려는 집주인이 많아 세입자는 유리한 조건에서 전세 물건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올 연말 입주할 반포 자이(3410가구)와 삼성 힐스테이트(2070가구)가 눈에 띈다. 두 곳 모두 대단지인 데다 학군도 좋고 입지 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힐스테이트 단지 인근에는 경기고·청담중고·언북중·영동고·언주중 등 명문학교가 모여 있다.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가격도 약세다.

이 아파트 143㎡ 전셋값은 3억5000만~4억5000만원이다. 109㎡는 2억8000만~3억6000만원에서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반포 자이 84㎡ 전셋값은 2억4000만~3억원이다. 전세 물량이 쏟아지면서 두 달 새 3000만원가량 빠졌다. 이 아파트 105㎡는 3억2000만~4억3000만원에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반포 명가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많이 떨어진 데다 로열층 등 우량 물건도 적지 않아 실수요자들이 관심 있게 살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입지 여건도 좋다. 센트럴시티, 신세계백화점, 강남성모병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 3·7호선 환승역인 고속버스터미널역과 가깝다.

인근 서초동에서는 내년 1월 삼호 2차를 재건축한 래미안 서초 스위트(392가구)가 집들이를 한다. 단지 주변에는 원명초·서초초·서일중·서운중·반포고 등이 있다. 서초동 명성공인 관계자는 “교육 환경이 좋은 곳은 새 학기 시즌이 다가올수록 수요가 몰리는 특성이 있어 전셋집을 미리 구해 두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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