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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오바마에게도 ‘인도적 개입’은 유효

[World View] 오바마에게도 ‘인도적 개입’은 유효

콩고·소말리아·수단에서는 내전이 한창이다. 민간인 수천 명이 살해됐고 수십만 명이 집을 잃었다. 케냐 총리는 최근 짐바브웨에 외국 군대가 들어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다른 지역에서도 유엔과 아프리카연합 평화유지군 병력은 태부족이다.

병력을 보내겠다는 유럽의 약속은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다. 과거 같으면 미국이 기꺼이 개입하겠지만(미국은 1990년대에 여러 곳에서 인도적 차원의 개입을 했다) 그런 열정적인 사명감은 이라크 때문에 식은 듯하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아이티·보스니아·코소보 개입을 주도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조차 그런 임무 수행이 “현 상황에선 불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오바마의 외교정책팀이 그럴 의향이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오바마가 유엔대사로 내정한 수전 라이스는 르완다 대학살 당시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일했다. 라이스는 앞으로 비슷한 위기에 봉착할 경우 “적극적인 행동을 선택하겠다”고 다짐했다. 부통령 당선인 조 바이든은 선거유세 때 다르푸르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그 1년 전에는 필요할 때라는 전제 아래 “미 지상군 파병”을 옹호했다. 국무장관 내정자 힐러리 클린턴은 클린턴 정부에서 보스니아와 코소보의 개입을 적극 지지했다. 물론 선거 때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건 못 된다. 많은 분석가가 향후 인도적 위기 지역에 파병을 하기 위해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지친 군대를 빼내거나, 근무지 배치 사이에 갖는 귀국휴가와 재훈련 기간을 대폭 단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들의 미군을 두려워하는 시선도 이겨내야 한다. 그들은 미군을 “정권교체의 선봉”으로 간주한다고 보호책임(R2P)을 위한 글로벌센터의 정책국장 제임스 트로브가 말했다. 급속히 불어나는 미국의 재정 적자도 더 커질 것이다. 신용위기를 막느라 약속된 구제금융과 대출금액이 7000억 달러가 넘는다.

트로브가 지적하듯이 이라크도 “처음에는 토니 블레어에 의해, 전쟁이 터진 뒤에는 부시에 의해 인도적 개입으로 선전됐다.” 그래서 그 이름이 풍기는 인상도 그다지 좋지 않다. 그렇긴 해도 이런 장애물들이 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비록 무리하게 산개되기는 했어도 미국은 여전히 위험지역에 지상군을 보낼 수 있는 예비 인력과 장비(82 공정사단의 준비된 여단과 해병대 기동타격대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 공중 지원, 병참, 정보, 수송 등 다른 형태의 지원도 가능하다. 만일 오바마가 약속한 대로(육군을 6만5000명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라크에서 병력을 빼내 예비 전력을 강화하면 인도적 차원의 임무를 개시할 여지가 커진다. 한편 국제사회가 미군의 활동에 반대하는 것은 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문이다.

내년 1월이면 저절로 해소될 문제다. 대량학살을 막으려는 개입은 더구나 환영 받을 일이다. 그런 개입은 코소보·르완다·다르푸르 이래 국제사회의 구미에 더 맞는다. 유엔은 최근 그런 임무를 국제사회가 승인하는 ‘보호책임’ 원칙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오바마의 또 다른 실세 보좌관인 아이보 달더와 외교정책 전문가 로버트 케이건이 지적했다시피 미국은 1989~2001년 외국 분쟁 지역에 너무나 빈번하게 대규모 병력을 보냈다(18개월마다 한 번씩).

말하자면 개입이 미국 외교정책의 표준 수단이 됐으며 양당의 지지를 고루 얻었다. 케이건은 해외 분쟁들이 거꾸로 미국에 해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정책결정자들과 대중 모두에게 일깨워준 9·11을 계기로 그런 새로운 전통이 더 강화됐다고 주장한다. 오늘날 미국의 대중은 결국 목적이 정당하면 “대외적인 군사행동을 기꺼이 지원한다”고 케이건이 말했다.

그래도 위기가 닥칠 경우 미국의 개입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한 가지다. 올브라이트의 말대로 “정치적 의지”다. 케이건이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마지막에 가서 이런 어려운 질문들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대통령뿐이다. 결국 그가 무엇을 원하느냐에 달렸다.” 인도적 개입에 관한 오바마의 정확한 입장은 여전히 미스터리에 가깝다.

선거유세 때 무력 개입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하긴 했지만(2차 대선토론에서 “대학살이 벌어져 우리의 입지가 손상될 때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위기에 봉착했을 때 그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 답은 일부 전문가의 주장대로 오바마가 사회개량주의 사명을 지지하는 이상주의자인가, 아니면 그것을 회피하려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인가에 달렸다.

냉전시대 이후의 미국 역사를 보면 인도적 개입은 정당이나 이념의 차이를 초월한다. 케이건이 주장하듯이 “파탄국가(failed state: 자국민을 폭력과 파괴에서 보호할 수 없거나 보호할 의지가 없는 나라)와 잠재된 인도적 재해, 그리고 지역 안보나 미국 안보의 위험성이 서로 겹칠 경우” 미국 대통령이 내려야 할 어려운 결단은 개입 여부가 아니라 방관할지 여부다.

“이론적으로 우리가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는 쉽다”고 케이건이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모든 일이 뜻하지 않은 파급효과가 있기 때문에 회피하기가 어렵다.” 사실은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역사를 기준해서 보자면 회피하는 것은 비미국적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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