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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워 엘리트 - 1

글로벌 파워 엘리트 - 1



1. Barack Obama


버락 오바마 미국 제44대 대통령 당선인
그가 역사에 위대한 대통령으로 남으려면 구렁텅이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해야 한다


위대한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카리스마의 위력을 이렇게 풀이했다. “보통 사람들과 구별되며, 초자연적이고 초인간적이거나 적어도 아주 특출 난 힘이나 자질을 타고난 사람으로 취급 받을 수 있는 개인의 특별한 자질을 말한다.” 버락 오바마의 일부 지지자는 때로는 자신들이 바로 그런 ‘특별한 사람’을 봤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들은 오바마의 출생과 배경, 웅변력이 그에게 그런 대단한 자질을 부여한다고 믿는다. 오바마가 카리스마가 강하며, 그 카리스마가 그에게 특별한 정치적 자산이라는 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2009년 1월 20일 오바마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 곧바로 그의 힘이 변이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 힘은 자신의 개인적 자질보다는 대통령직에서 나올 것이다. 베버의 용어로 말하자면 그의 힘은 카리스마적 권위에서 법적 권위로 바뀌게 될 것이다. 곧 오바마가 미합중국의 정부를 이끄는 권한을 위임 받는다. 그가 뉴스위크의 글로벌 엘리트 리스트에서 1번에 오른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오바마가 아무리 카리스마가 넘친다고 해도 그가 케냐의 대통령이라면 1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어쩌면 실제 케냐의 현 대통령처럼 이 리스트에 아예 오르지도 못했을 것이다). 미국은 결점이 많고 숱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나라다. 다른 어떤 나라도 할 수 없는 식으로 모든 영역, 모든 대륙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독일의 언론인 요제프 요페의 말을 빌리자면 미국은 언제나 “디폴트 수퍼파워(the default superpower: 경쟁 상대가 없어서 자동적으로 초강대국이 된다는 뜻)”다. 여기에다가 오바마의 특별한 자질, 그리고 여타 세계가 부시 행정부의 종언을 보면서 느끼는 안도감을 더하면 더없이 황홀한 칵테일이 된다.

그러나 누구라도 대통령이 되면 카리스마적 상징으로만 머물 수 없다. 대통령은 당면한 문제들을 처리해야 하고, 그런 도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영향력이 커지거나 작아진다. 인간으로서 아무리 훌륭했다 하더라도 조지 워싱턴, 에이브러햄 링컨,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그처럼 대단한 명성을 얻은 것은 그들의 됨됨이가 아니라 그들이 대통령으로서 이뤄낸 업적 때문이다.

오바마는 이라크 전쟁이 유권자 다수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되는 시점에 이 여정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가 처음부터 무엇을 생각했든, 또 그의 선거 공약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의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는 현재 미국과 세계 전체를 휩쓸고 있는 경제위기를 해결하는 능력에 달려 있을 것이다.

오바마는 위대한 대통령으로 기억되려면 반드시 구렁텅이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해내야 한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가장 어려울지 모른다. 미국인들과 세계인들에게 신뢰를 되찾아주는 일이다. 오바마의 당선으로 사기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아직도 깊은 비관주의가 만연한다. 이것이 경제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와 기업은 아직도 물건을 구입하거나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기를 주저한다. 그것이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인데도 말이다. 정치권은 이미 자동차 업계의 긴급구제와 경기부양으로 초점을 돌렸지만 금융 시스템의 신뢰도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신용 시장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고장이 나 있다”고 예일대 기부금 펀드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데이비드 스웬슨이 말했다.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말처럼 그리 쉽진 않은 일이다. 아무튼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은 상당히 일관되게 자신감을 피력한다.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우려한다. 부시는 이라크든, 루이지애나든, 아프가니스탄이든 간에 지상의 현실을 전혀 모르는 듯하다.

대공황으로 망가진 경제를 떠안았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도 부시처럼 낙관론을 폈지만 그래도 그는 미국이 직면한 어려움의 깊이를 인식하고 그것을 표현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그는 라디오 연설 ‘노변정담’ 첫 회에서 국민에게 금융의 기본을 설명하면서 금융 시스템 복구에 도움을 청했다.

그는 “이것은 내 문제인 것만큼 여러분의 문제이기도 합니다”고 말하며 시행하려는 정책에 협조를 구했다. 그 다음 단계는 국민에게 금융 시스템이 안정적이며 예측 가능하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다. 스웬슨(워런 버핏 다음으로 지난 몇 십 년 동안 가장 성공한 투자가라고 말할 수 있다)은 부시 행정부의 핵심적인 실정이 바로 이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는 확실성과 예측 가능성이 필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부시 행정부의 조치는 오히려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만 증가시켰다. 내놓은 해결책은 임시변통적이었고, 각 기관에 대한 반응이 달랐으며, 논리가 모호했다. 이 모든 것이 혼란을 불러 자본이 이탈했다.” 스웬슨의 해법은 간단하고도 체계적이다.

6개월 동안 정부가 투자신탁금 지불을 무한정 보증하는 것이다. 시중에 돈이 돌도록 하려면 정부가 리스크를 어느 정도 제거해줘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현재로선 정부가 민간 부문의 자금 흐름을 촉진하지 않는다. 정부가 그것을 대신하고 있다. 그것으론 해결이 안 된다.”

오바마가 금융계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시스템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그의 행정부는 민간 부문, 즉 은행의 국유화, 기업 부채 보증, 자동차 업계 대출 등에서 큰 부담을 지고 있는 정부를 물려받을 것이다. 시장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이런 부담에서 신중하게 벗어나는 것은 이라크에서 빠져나오는 일만큼 어렵고 복잡다단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가 규제와 법률을 뜯어고쳐 미국 경제를 개혁할 수 있다면 세계 사람들은 미국의 시스템에 신뢰를 갖게 될 것이다. 오바마는 긴급히 처리해야 할 일이 태산일 것이다. 그러나 어떤 문제도 이 한 가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라크도, 러시아도, 파키스탄도, 중국도, 아프가니스탄도 아니다. 신뢰와 확실성, 개혁을 미국에 되찾아주는 일이다. 말보다는 훨씬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만약 오바마가 이 일에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그가 진짜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게 아닌지 궁금해할지 모른다.



2. Hu Jintao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의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새삼 떠오르는 부류의 사람은 아닐지 모른다. 신중하고 특색 없는 기업가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후 주석은 자만심과 자기주장이 더 강한 다른 나라 지도자들에게 가려 언론의 주목을 별로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엄청난 실수가 될 듯하다.

그는 2008년의 무역흑자가 2800억 달러나 되는 경제대국의 최고경영자(CEO)다. 여타 나라들이 경기침체의 늪으로 더 깊숙이 빠져드는 상황에서, ‘겸손한’ 후 주석이 세계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사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30년간의 과감한 개혁정책 덕분에 중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고,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8%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사용해 미국 정부의 최대 채권자가 됐다. 미 재무부 채권과 패니메이·프레디맥 주식 구입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했다. 만약 중국이 그 자산을 처분한다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경제 회생 노력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후 주석은 파키스탄처럼 미국 국익에 중요한 여타 나라들의 돈줄도 쥐고 있다. 파키스탄은 아프간 전쟁에서 미국의 최전방 동맹국이다. 2008년 10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은 긴급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해 취임 후 첫 국빈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했다. 그는 베이징에 도착하자마자 “중국은 세계의 미래”라고 찬양했다.

하지만 기대했던 수십억 달러의 차관은 얻지 못한 채 돌아갔다. 후 주석의 영향력은 ‘세계 경제의 큰손’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의 정부는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해체하려는 국제적 노력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또 에너지 개발 합작투자를 통해 수단·이라크·앙골라 같은 나라들에서 중국의 위상을 키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완화하려는 국제적 노력에서 후 주석의 협조는 필수다. 중국은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나라에 속한다. 또 중국은 미국 같은 선진국들이 더 오랫동안 탄산가스를 배출해 왔으므로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더 많은 희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30년간의 고도성장으로 중국의 환경오염이 심각하다는 사실도 안다.

외교부의 최고위급 외교관인 우지엔민은 중국 지도자들이 “더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며 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새로운 발전모델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다”고 말한다. 후 주석은 절대권력자가 아니다. 그는 막강한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9인)의 합의를 거쳐 통치한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상무위는 그의 탁월한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그 점에선 전 세계가 마찬가지인 듯하다.




3. Nicolas Sarkozy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엘리제궁이 다시 한번 유럽의 중심이 됐다


사르코지가 TV의 배터리 광고에 나오는 에너자이저 토끼보다 더 정력적인 사람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실 그는 유럽과 국제 문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선다. 미국이 엘리제궁에 사르코지처럼 마음이 통하는 친구를 둔 건 상당히 오랜만이다. 사르코지는 미국의 차기 행정부에도 든든한 친구가 될 듯하다.

유럽연합(EU) 의장으로 6개월간 일하는 동안 사르코지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세계적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각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도 기여했다. 2009년 그는 42년 만에 처음으로 프랑스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통합 사령부에 복귀시킬 예정이다. 전시든 평시든 그는 함께 의논할 만한 지도자다.



4. 5. 6. Ben Bernanke, Jean-Claude Trichet, Masaaki Shirakawa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시라카와 마사키 일본중앙은행 총재
2009년 세계 경제의 운명은 이 3명의 손에 달려 있다


이들은 대다수 사람이 따분해하는 학문을 전공한 기술관료다. 선거를 통하지 않고 정부 최고위직에 기용된 임명직 공무원들이다. 일반인은 그들의 업무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들의 권한은 막강하다. 2009년 세계 경제가 재앙을 피할 수 있을지는 그들의 결정에 달려있는지 모른다.

이들보다 비중은 덜하지만 중국·인도·브라질·멕시코 같은 나라의 중앙은행 총재들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선진국들이 인플레에 시달리던 1980년대 초(어쩌면 1930년대) 이래 중앙은행 총재들의 역할이 지금처럼 중요했던 적은 없었다. 세계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면서 거의 멈춘 상태다. 도이체방크의 경제전문가들은 2009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겨우 0.2%로 예상한다.

1950년 이래 최악의 해가 될 것이란 얘기다. 2007년엔 성장률이 거의 5%였다. 경제가 더 강력히 성장하지 않으면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면서 경제민족주의를 촉발할지 모른다. 표면적으로 보면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경제 회복 의지는 굳건한 듯하다. 2008년 11~12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성장을 촉진하고 금융 시스템을 지탱하기 위해 거의 동시에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ECB는 기준금리를 2.5%로 내렸다. 잉글랜드은행은 2%로 내려 1694년 설립 이래 최저금리 수준과 같아졌다. 중국·인도·캐나다 등 다른 많은 나라도 금리를 내렸다. FRB의 경우 단기 기준금리가 5.25%에서 거의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다. FRB는 장기 금리도 낮출 생각이다. 그러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요국 중앙은행들 사이에선 합의를 본 사안이 거의 없었다.

2008년 7월 ECB는 유가 급등이 전반적인 인플레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4.25%로 올렸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은 “9월 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전까지만 해도 유럽은 경제 위기를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위기 때는 서로 협조하라고 역사는 가르친다. 1930년대에는 국제 협력이 없어 대공황이 일어났다.

1931년 오스트리아 최대 은행이던 크레디탄슈탈트의 파산을 생각해 보라. 만약 독일과 프랑스가 구제금융을 제공했다면 이 은행의 파산은 막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협조하지 않았다. 은행 파산 도미노는 “헝가리·폴란드·독일·영국 그리고 전 세계로 번졌다”고 하버드대 정치경제학자이자 역사가인 제프리 프리덴은 말한다.

오늘날 국제 공조의 한 가지 조짐으론 FRB와 14개국 중앙은행들 간에 대규모 통화 스와프 협정이 체결된 것을 들 수 있다.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상대국 중앙은행에 달러를 공급하고, 중앙은행은 그 돈을 자국 시중은행들에 빌려줄 수 있다. 그동안 유럽·아시아·중남미의 많은 기업·투자자·은행이 막대한 금액의 달러를 빌려 썼다.

그런데 미국의 신용 시장이 경색되면서 새롭게 달러를 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FRB의 통화 스와프(5000억 달러 규모)는 민간 신용 시장의 숨통을 터주면서 부도 사태를 최소화할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각국 중앙은행들 간의 협조가 더 광범한 합의에서 나온 듯하다는 점이다.

2008년 11월 G20(미국·EU·일본·중국·인도를 비롯한 주요 국가들) 정상회의에서 참가국들은 보호주의를 거부하고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괜찮은 듯하다. 민족주의 대신 세계주의가 강조된다. 하지만 프리덴이 지적하듯, 요즘 ‘국제 협조’의 상당 부분은 보도자료용이다.

각 나라들이 광범한 원칙에선 합의하지만 실제론 개별적으로 행동한다. 모든 나라가 공식적으론 보호주의를 폐기하지만, 예컨대 막대한 무역흑자국인 중국은 위안화 평가절상 정책을 완화하거나 심지어 반전시킬지 모른다. 중국은 위안화의 가격을 더 떨어뜨려 수출을 더 늘릴 계산인 듯하다.

이런 흐름은 경제 성장세를 회복하려는 중앙은행들의 노력에 더 큰 압력으로 작용한다. 국가들 간에 협조보다는 오히려 두려움이 공유되고 있다. 대공황에 대한 학문적 결론에 따르면, 공황심리 때문에 금융 시스템이 붕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민간 금융기관이 대출을 꺼리면 정부 당국이 나서서 시중에 돈을 풀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그럴듯한 조치를 취하기엔 왠지 불안하다. 이번의 불황이 대공황 때와는 다른 경로를 따라갈지 모른다는 불안이다.


ROBERT J. SAMUELSON 뉴스위크 칼럼니스트



7. Gordon Brown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2007년 6월 취임 직후 그의 인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전례 없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2008년 세계적 경제 위기가 발생하자 전직 재무장관인 브라운(오른쪽)은 갑자기 ‘물 만난 고기’가 됐다. 그는 부실은행들에 즉각 공적 자금을 투입했다. 미국 프린스턴대의 폴 크루그먼 교수는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칼럼에서 브라운에게 아낌 없는 찬사를 보냈다.

그는 브라운이 “세계적인 구제금융 노력의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다른 선진국들도 따라 하게 만들었다고 썼다. 그러나 이런 영예도 빛이 바랠 듯하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보고서에서 영국이 여느 선진국들보다 더 심하게 경제 폭풍의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8. Angela Merkel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세계 4위 경제대국의 지도자인 메르켈은 이번 경제 위기와 관련해 여느 선진국 지도자들보다 많은 대응 자원을 갖고 있다. 세계적 호황기에 독일의 ‘늦어도 황소 걸음’식의 경제 성장은 답답해 보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요즘 독일 경제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물게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균형예산에다 주택과 신용 시장에 거품이 없다. 2007년 독일의 저축률은 GDP 대비 11%로 미국(거의 제로)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런 안정된 경제는 “저리 자금”을 반대하고 경기하강을 막기 위한 “무분별한 공적 자금 투입 경쟁”을 비판하는 메르켈의 경고에 힘을 실어준다. 다만 메르켈이 이런 독일 경제의 강점을 이용해 유럽에서 자신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한편 메르켈은 국내 경쟁만으로도 바쁠 것이다. 2009년 9월에 총선이 있기 때문이다.




9. Vladimir Putin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반대파와 언론 제압한 뒤 막후 실세 군림


블라디미르 푸틴은 공식적으론 2008년 5월 최고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권력 실세로 남아 있다. 러시아 헌법에 따르면 그는 2012년 다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있고, 그렇게 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공식적 권좌 복귀는 요식절차에 불과할 것이다. 푸틴이 크렘린 권좌에 앉힌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3) 대통령은 실질적인 영향력이 거의 없다.

모든 중요한 결정은 총리인 푸틴과 그의 옛 크렘린 측근들이 내린다. 최근 국무회의 때 메드베데프가 한 각료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푸틴이 끼어들어 “그것은 이미 결정된 문제인데 논의할 필요가 있느냐”며 그 각료의 답변을 가로막았다고 회의에 참석했던 크렘린 소식통은 전한다. 러시아 정계에선 푸틴의 권좌 복귀 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TV 프로그램에서 푸틴은 권좌 복귀 의향을 묻는 질문에 자신의 계획을 밝히지 않은 채 메드베데프가 대통령 임기를 완전히 채울 것이라고만 답했다. 한편 메드베데프는 푸틴 복귀의 토대를 착실히 다지고 있다. 이를 위해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를 6년으로 늘렸다. 따라서 만약 푸틴이 2012년에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2024년까지 집권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 위기가 심화되면 크렘린이 정성 들여 만든 재집권 계획에 차질이 생길지 모른다.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던 호시절에 푸틴은 80%에 가까운 인기도를 누렸다. 그러나 최근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 경제의 구멍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008년 여름 이후 러시아 증시는 70%나 폭락했고, 루블화 가치는 거의 40% 떨어졌다.

게다가 크렘린이 언론을 통제하고 실질적인 야당이 없는 상황이지만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인기는 하락하고 있다. 두 사람이 인기를 만회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른다.



10. Abdullah bin Abdulaziz Al-Saud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


석유는 권력이다. 석유에 대해 사우디 국왕보다 더 많은 통제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없다. 유가에 대한 영향력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25%를 보유한다. 다른 산유국들이 공급을 줄여 유가 상승을 시도할 경우, 공급을 늘려 유가 하락을 유도할 수 있는 나라는 사우디뿐이다. 현재 압둘라 국왕의 정책은 2008년 중반 투기꾼들이 뒤흔든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요즘 석유 수요가 급감하고 있는 만큼 그는 서둘러 대처해야 할 듯하다.




11. Ayatollah Ali Khamenei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서방세계 정책결정자들은 하메네이의 직함을 기억해 둬야 한다. 그는 ‘최고 지도자’다. 이슬람 공화국인 이란에서 대통령은 잠시 맡았다가 내놓는 직책이다. 이스라엘 때리기에 골몰하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2009년 재선에 성공한다면 운이 좋을 뿐이다. 하메네이는 알라의 뜻을 전하는 최고 권위자다.

이란이 중동지역에서 새롭게 얻은 영향력을 어떻게 행사할지 결정하는 사람은 하메네이다. 과연 그는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계속 추진할까?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미관계를 개선할 권한을 지닌 사람도 하메네이뿐이다. 중동 안정에 그보다 더 중요한 열쇠를 지닌 사람은 없다.




12. Kim Jong Il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가
뇌졸중 후유증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위험하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 독재자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부터 상태가 안 좋다. 하지만 이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는 여전히 몇 개의 핵무기, 많은 장거리 미사일, 그리고 100만 대군을 거느린다. 이 모든 게 세계적 경제대국들과 인접한 지역에 배치돼 있다. 전문가들은 병약해진 김정일이 외부세계를 위협함으로써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들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몇 달간 한국과의 화해 노력을 중단했다. 또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겨냥한 6자회담을 답보상태로 몰아갔다. 강하든 약하든 김정일은 여전히 위험한 인물이다.

지구촌에서 가장 나쁜 독재자들

일부 국가 지도자들은 국제적인 영향력은 거의 없지만 국내에선 시민들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 다행히 그런 독재자들의 수는 줄어든다. 최악의 독재자 5명을 소개한다.

적도 기니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1979년 쿠데타를 일으켜 삼촌을 축출한 뒤 대통령에 취임했다. 반대파들은 그가 정적들을 살해한 뒤 그들의 고환을 먹었다고 주장한다. 지지자들은 그가 반대파에게 겁을 주기 위해 그런 이디 아민 식의 소문을 퍼뜨렸을 뿐이라고 반박한다.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카리모프
카리모프가 권좌에 오른 1990년에 이 나라는 아직 소련에 속한 사회주의 공화국이었다. 소련 해체 후 실시된 부정 선거를 통해 그는 대통령직을 유지했다. 지금도 수백 명의 반대파 인사를 살해하고 투옥하는 등 소련식 학정으로 통치한다.

짐바브웨
로버트 무가베
독립운동 지도자 출신으로 1980년 집권. 그 후 아프리카의 곡창지대였던 짐바브웨를 굶주림의 땅으로 전락시켰다. 반대파 인사들은 강간·구타·살해의 위험 속에 살아간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그 나라에서의 삶이 “견딜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개탄했다.

미얀마
탄쉐 장군
2008년 5월 사이클론(태풍)으로 막대한 피해를 보았지만 탄쉐의 잔혹한 군사정권은 국제적 도움을 거부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에 따르면 2008년 10월 이래 수십 명이 최고 65년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그들은 2007년 승려들이 이끈 평화 시위에 가담했었다.

수단
오마르 알바시르
2008년 7월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의 수석 검사는 알바시르에 대한 체포 영장 발부를 신청했다. 알바시르가 수단의 다르푸르 지역에서 30만 명을 집단 학살했다는 혐의다. 체포 영장 소식이 전해진 뒤 알바시르 정권의 잔혹행위는 더 늘어났다.



13. 14. Hillary & Bill Clinton


힐러리 & 빌 클린턴
정계에서 가장 막강한 이 커플의 재능을 놓고 보면
지금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최적기일 것 같다


1990년대의 한 상징이었던 빌과 힐러리 클린턴 부부가 다시 미국인들의 삶 속으로 돌아온다. 이들의 복귀는 그들 자신, 미국인, 그리고 세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이들은 훌륭한 영화 스타들처럼 주연 같은 조연에서 제2의 황금기를 맞을지 모른다. 모든 조명을 독차지했던 주연 시절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

물론 버락 오바마 대통령 휘하의 국무장관이라는 굴레 속에서 힐러리가 얼마나 속 편히 일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빌이 오바마와 서먹한 관계를 얼마나 개선해 그가 갈망하는 주요 외교 과업을 맡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언론의 관심을 모았던 이들 부부의 결혼생활이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번 복귀 무대는 분명 두 사람 모두에게 큰 기회를 제공한다. 오바마는 취임 첫 해엔 국내의 경제난에 정신이 팔려 외유를 자주 할 형편이 못 될 것이다. 여러모로 볼 때 세계에서 미국의 위신을 되찾는 중차대한 업무는 대신 클린턴 부부에게 돌아갈 듯하다. 이들 부부는 이미 해외에 너무 잘 알려져 외국 공항에 발을 내딛자마자 곧바로 자신들이 훤히 꿰뚫고 있는 온갖 쌍무·다자간 현안들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

힐러리 클린턴은 대단히 지식이 풍부하고 성실한 국무장관이 될 것이다. 퍼스트 레이디와 상원의원 자격으로 80개국 이상을 방문했을 뿐 아니라 모든 핵심인사를 만나고 복잡한 글로벌 도전과제들을 파악했다. 빈틈 없고 공격적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유리한 입장에서 한결 수월하게 협상을 시작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톰 프리드먼 등의 주장과는 달리 외국 외교관들은 오바마와 힐러리 사이에서 틈새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다. 원래부터 견해차가 크지 않았고 오바마의 ‘라이벌 팀(team of rivals)’이 링컨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팀워크를 발휘하게 된다면 그 간격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그리고 힐러리는 영역 다툼을 하더라도 ‘극적인 연출이 없는(No-Drama)’오바마의 코드에 맞추려면 지나치게 배타적인 태도는 삼가야 할 것이다.

힐러리의 가장 큰 잠재적인 약점은 원래 사람을 보는 눈이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선거운동 중 오만한 패배자들이 그녀 주변에 우글거렸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사람을 정확히 읽어내는 안목의 결여는 협상 경험이 거의 없는 힐러리에게 심각한 핸디캡이 될 수 있다. 그녀가 맡게 될 미국의 이미지 회복 업무에는 별로 필요 없을지 모르지만 그녀는 지금껏 원대한 전략적 사고의 낌새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

오바마가 빌 클린턴을 적절히 활용하기로 한다면 그는 훌륭한 해결사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의 옛 정적 조지 H W 부시와 다시 한번 손을 잡고 2000년까지 자신이 추진했던 중동 정책을 다시 맡을 수도 있다. 이번엔 평화의 주요 걸림돌(야세르 아라파트 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세상을 떠났다는 점이 다르지만 말이다.

그는 아직도 예루살렘 거리를 구석구석 알고 평화협상의 급소가 어디인지를 안다. 파키스탄 민간인 정부를 돕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큰 결점은 자신이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곧잘 잊는다는 것이다. 특정 행위가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그는 오바마로부터 압력을 받은 뒤에야 자신의 도서관과 자선재단 클린턴 글로벌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증자 명단을 공개했다(사우디인들이 낸 1000만 달러 포함). 그러나 몇 해 전 자신이 손쉽게 돈을 긁어 모으던 시절은 끝났다고(자선 활동에만 전념해도 될 만큼 돈이 많다고) 공언하고서도 12월 초 말레이시아를 찾아가 한 차례 강연에 20만 달러를 챙겼다.

그러고도 힐러리의 선거운동에 1300만 달러를 냈기 때문에 이미 넉넉한 재산을 계속 불려야 한다는 설득력 없는 주장을 펼친다. 빌 클린턴의 더 큰 문제는 감정을 쉬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때는 빌이 금방 잊어버리고 힐러리가 오래 가슴에 담아두는 쪽이었지만 지금은 역할이 뒤바뀌었다.

힐러리는 어느 모로 보나 오바마 호에 완전히 몸을 싣고 앞날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클린턴은 선거가 끝난 지 한참 됐는데도 오바마에 대해 내심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래도 그가 오바마를 당혹하게 하리라고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설령 그런다 하더라도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당장 전화를 걸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을러댈 것이다.

게다가 힐러리가 해임하기엔 너무 거물이라고 말하는 전문가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녀 자신도 잘 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 자리에서 밀려난다면 그녀의 정치생명이 끝나리라는 게 거의 확실하다. 더 큰 가능성은 성공이다. 클린턴 부부는 외교 정책에서 ‘개선(do over)’ 또는 아일랜드 평화협정 같은 성공의 경우 ‘재현(do again)’의 드문 기회를 갖는다.

이번엔 다른 일에 한눈팔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힐러리와 빌(이번에는 순서가 뒤바뀌었다)이 자신들의 전설적인 에너지를 외교적인 돌파구 마련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오늘날 글로벌 질서의 구조가 1990년대 당시보다 클린턴주의(사회적 점진주의)에 더 유리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미국이 세계 정상에 홀로 우뚝 섰던 15년 전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세계 지배)의 호기를 놓쳤다. 대통령 1기 때 보스니아 사태에 대해 보여준 그의 조심스러운 대응 자세는 초강대국이 아니라 3류 국가에나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제 일극 체제의 시대는 가고 여러 신흥 강국이 그 자리를 메웠다.

클린턴 부부의 강점은 원래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내고 에너지, 테러리즘 근절, 개발 등 서로 무관한 듯한 이슈들을 통합하는 데 있었다. 조지 W 부시, 딕 체니, 도널드 럼즈펠드는 뉘앙스를 무시했다. 오바마 시대가 시작됐지만 클린턴 부부는 여전히 건재하다. 정치적 동요와 세계적 가능성의 순간에 이들은 신임 대통령 다음으로 세계 정세를 주무를 기회를 많이 갖는다. 미국의 차기 정부가 처리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모두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할 때다.


JONATHAN ALTER 기자



15. Timothy Geithner


티머시 가이스너 미국 재무장관 내정자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바로 세울 해결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로 일하다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재무장관으로 발탁된 티머시 가이스너가 직접 작성한 듯한 1월의 ‘할 일’ 목록을 측근 소식통을 통해 입수했다.

1.워싱턴 DC에 새 집을 마련한다.
2.신성하지 못한 거리, 월스트리트를 청소한다.
3.증권거래위원회도 마찬가지.
4.글로벌 금융체제에 대한 신뢰 회복.
5.주택시장?


지난 30여 년 동안 재무장관들은 대체로 G7(선진 7개국) 회의와 신흥시장 붕괴 같은 국제적인 위기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지난 수 개월 사이 재무장관의 업무 범위가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로 확대됐다. 가이스너는 불을 끄는 소방수 역할뿐 아니라 세계 금융체제의 잿더미에서 시스템을 재건하는 책임까지 맡게 된다.

가이스너는 유명인사도 전형적인 재무장관감도 아니다. 재무부, 국제통화기금(IMF), 뉴욕 연방준비은행을 거친 전문 기술관료다. 게다가 퇴직자들의 일자리(최근 재무장관 8명의 취임 당시 평균연령은 59세였다)를 맡기엔 47세 나이가 너무 어려 보인다. 그는 또 어느 전임자보다 훨씬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갖게 된다.

지난 1년 사이 미국은 금융부문을 거의 국유화했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막으려 미친 듯이 뛰어다닌 덕분에 정부는 이제 AIG, 패니메이, 프레디맥, 그리고 여러 은행의 상당 지분뿐 아니라 대출 담보물건이었던 부실 자산들을 다수 보유한다.

“헨리 폴슨과 벤 버냉키가 지출하고 약속하고 융자하고 지급을 보장하거나 떠안은 채무 액수가 현재 140억 달러에 달한다”고 뉴욕의 자산 운용가이자 근간 예정인 ‘구제금융 국가(Bailout Nation)’의 저자인 배리 리톨츠가 말했다. “워싱턴의 기준에 비춰봐도 천문학적인 액수다.”

그런 자금을 충당하려면 가이스너는 일면 자산운용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현재 재무부가 보유하고 있는 시티 같은 대형 은행의 비의결권주 자산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한다. AIG 등 미국의 환자병동이 된 기업들의 적절한 자본 구조와 최종적인 매각 여부도 사모펀드계의 큰손처럼 결정해야 한다.

또 부실자산구제계획(TARP) 자금 중 3500억 달러가 남아 있으므로 어떤 산업을 살려야 할지 최고 투자은행가처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그게 전부가 아니다. 상당부분 뉴딜 정책 시대에 탄생한 미국의(그리고 세계의) 금융 규제 인프라가 지난 1년 사이 와해됐다. 버나드 메이도프 사건(월스트리트 펀드 매니저의 다단계 금융사기)이 보여주듯 증권거래위원회는 속으로 곪아 있었다.

금융시장 붕괴는 오랜 금융규제 방식을 파괴하거나 의문을 제기했다. 그리고 예컨대 헤지펀드도 규제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새로운 의문을 던졌다. 미국과 세계에는 21세기에 대비한 새로운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 페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모리스 골드스타인 선임연구원은 은행 자본기준 확충으로부터 주택금융 개혁에 이르기까지 10개 항목으로 이뤄진 필수 변화 목록을 작성했다.

이 가운데 얼마나 가이스너의 1차적인 책임이 될까? “절반가량”이라고 그가 말했다. “재무부가 앞장서서 본격적으로 추진하지 않으면 대규모의 규제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재무부의 많은 부서를 운영하는 통상적인 업무 외의 부가적인 일이다. 재무부에는 주류·담배세무역관리국, 내국세입국 등이 있으며 또 조폐국은 FRB가 돈을 찍어내는 속도로 볼 때 앞으로 직원을 많이 채용해야 할 듯하다.

그러나 가이스너가 직면할 가장 큰 변화는 특정 업무보다 마음가짐에 있을지 모른다. “가이스너는 금융시장의 진화작업뿐 아니라 효과적인 화재 예방법에 관한 장기적인 대책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세계는 굽었다(The World Is Curved)’의 저자 데이비드 스믹이 말했다. 다시 말해 거품 이후의 청소보다 거품을 예방하는 데 더 주력해야 한다는 얘기다. 1990년대 가이스너는 세계구제위원회의 애송이 멤버였다. 2000년대엔 세계자폭방지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게 될 것이다.


DANIEL GROSS 기자



16. Gen. David Petraeus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미 중부군 사령관
아랍 세계에 대한 새 대응책 내놓을 4성 장군


10월의 어느 맑은 날 아침,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대장이 미국 중부군 사령관으로 취임 선서를 했다. “그는 같은 세대 중 가장 출중한 군인이자 학자이며 정치가”라고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소개했다. 취임식 뒤 다수의 3성·4성 장군이 장교 클럽으로 몰려들어 페트라우스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4성 장군 중 한 명이 페트라우스의 역사적인 역할에 대해 더 절박하고 불길한 평가를 내놓았다. “그가 아프가니스탄을 구할 수 없다면 아무도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없다.” 페트라우스는 가능하다면 아프가니스탄을 더 큰 문제들이 엉킨 실타래의 일부로 살펴보려 할 것이다. 현재 미국은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 대처하는 일관된 전략이 없다.

그런 전략을 수립하는 책임이 미국 정부 내 누구보다 페트라우스에게 많이 주어질 것이다. 탬파에서 그의 첫 번째 조치는 관할지역 전반에 걸친 미국 전략의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일이었다(미국 중부군의 관할지역은 이집트에서 중앙아시아와 파키스탄까지 20개국에 이르지만 핵심은 아랍 세계다). 그것은 방대한 과업이다.

미국의 가장 명석한 장교들과 국무부 전문가 200여 명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도 대거 참여한다. 목표는 오는 2월 새 대통령 앞에 완성된 평가서를 내놓는 것이다. 이 평가서의 결론은 군사적인 차원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다. 이슬람 테러리즘은 군부의 표현을 빌리자면 ‘힘의 역학’만으론 물리칠 수 없다.

하지만 군대는 국무부보다 훨씬 더 많은 자원을 관할한다. 이란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군인들이 국무부나 국제개발청의 업무(정치적 중재로부터 재건 사업의 기획에 이르기까지)를 대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소프트 파워’수단들은 여러 해 동안의 방치와 남용으로 그 효과가 무뎌졌다. 페트라우스가 정말로 아프가니스탄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과업엔 많은 도움이 필요할 것이다.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그가 주목 받는다.




17. Sonia Gandhi


소냐 간디 인도 국민의회당 당수


인도 정계는 파당주의로 분열돼 있지만 그래도 국민의회당이 이 나라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다. 그리고 라지브 간디 전 총리의 이탈리아 태생 미망인인 소냐 간디가 이 정당의 확고부동한 지배자다. 그녀는 세계 최대 민주체제의 여왕인 셈이다.




18. Luiz Inacio Lula da Silva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파멸의 문턱에 섰던 브라질은 지금 2070억 달러의 자금을 비축했으며 개도국 중 인플레이션이 가장 낮다. 룰라의 탁월한 재정 정책 덕분에 브라질은 세계에서 가장 탄탄한 신흥 국가로 손꼽힌다.



19. Warren Buffett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불황 국면에서도‘오마하의 현인’은 꿋꿋했다



올가을 미국 금융계의 거물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동안 워런 버핏(78)은 흔들리지 않고 민간부문의 질서를 유지했던 극소수 세력 중 하나다. 그는 미국의 두 상징적 기업에 80억 달러를 수혈했다.

투자은행 골드먼삭스와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그는 GE를 “세계에 미국 기업계를 대표하는 상징”이라고 묘사했다. 버핏이 단순히 금융 시스템을 살리려 자금을 투입한 건 아니다.

이번 투자로 그는 무려 10%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경기침체에서 빠져나오면 버핏과 그의 ‘가치투자(장기적인 안목으로 탄탄한 기업을 싸게 사는 투자기법)’가 더욱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20. Gen. Ashfaq Parvez Kayani


아쉬파크
파르베즈 카야니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


카야니 장군은 이론상으로는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다. 그러나 카야니와 그의 군대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라고 할 만한 파키스탄의 지배 세력이다. 파키스탄의 핵무기, 아프간 국경지대에서 알카에다를 비롯한 동맹부족들과의 싸움, 이웃나라 인도와의 대치 국면 관리를 책임진다.

지금까지는 그의 군대가 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성전 전사들과의 싸움에 주력하는 듯하다. 지난 11월 뭄바이 테러 공격이 발생한 뒤 카야니는 파키스탄의 주권 침해를 방관하지 않겠다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한편 테러의 배후 용의자들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카야니는 철저한 민주주의자라고 주장하지만 파키스탄의 안정 유지를 위해 때로는 군사개입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쿠데타를 민주주의 고속도로에 연결된 다리가 무너질 때 세우는 임시 우회로에 비유한다. 다리가 복구되면 우회로의 필요성도 없어진다고 그는 말한다.




21. Nuri al-Maliki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


그는 2006년 봄 권좌에 올랐다. 절충안으로 선택되는 후보들이 종종 그렇듯 힘이 없었던 덕택이다. 말리키의 다와당엔 망명과 전쟁으로 단련된 전사들이 없다. 이들은 도시 이슬람주의자로 이뤄진 지식인 정당이다. 게다가 말리키는 당 지도자도 아니었다. 그러나 나머지 경쟁자들은 다른 파벌들(또는 미국 대사관)이 너무 위협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모두 밀려났다.

하지만 요즘 일부 관측통은 말리키를 새로운 독재자라고 부른다. 그는 자기 마음에 드는 장교들을 군대에 심고 특수부대(최정예 부대)를 자신의 휘하에 뒀다. 전국 각지에 자신에게 충성하는 부족 협의회를 만들어 놨다. 2009년으로 예정된 두 차례의 선거에서 다와당의 선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 그를 축출하려는 위협을 저지하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미국의 위상이 아직도 부분적으로 이라크 전쟁 결과에 달려 있으며 그 전쟁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말리키라는 점이다.




22. 23. Bill Gates
Melinda Gates

빌 & 멜린다 게이츠
자선사업가


큰돈이 움직이면 스포트라이트도 따라간다. 특히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게이츠 재단 규모의 자금이라면 더욱 그렇다. 겨우 설립 11년째인 이 단체는 글로벌 보건사업 전체를 좌우하는 가장 막강한 세력이 됐다. 게이츠 부부는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말라리아·결핵·에이즈·아동질환 퇴치를 위해 노력해 왔다.

요즘엔 교육개혁 분야에서도 활발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00년 이후 게이츠 부부는 40억 달러를 투자해 고등학교를 개혁하고, 도시지역에 교육효과가 뛰어난 학교를 세우고, 유치원 교육을 보급하고, 대학 장학금을 확대했다. 12월엔 앞으로 4년간 최대 5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저소득 학생들의 대학 중퇴율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26세까지 대학 학위를 취득하는 저소득 학생들의 수를 배로 늘리는 것이다.



24. Nancy Pelosi


낸시 펠로시 미 민주당 하원의장
새 대통령 오바마의 어젠다를 의회에서 주무르게 될 조타수


외유내강형의 이 하원의장은 조지 W 부시를 저지하는 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제는 여당 지도자로 변신해야 한다. 말로야 쉬운 일이다. 대통령과 의회가 모두 민주당이니 문제가 없다. 다만 민주당이 그 과반수를 유지하려면 버락 오바마의 장밋빛 약속을 실천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펠로시의 동료들은 제멋대로이고 늘 말다툼이 많은 집단이다. 그들이 자존심보다 오바마의 정책목표를 우선시하도록 하려면 그녀로선 대단한 정치수완(구슬리고 으르고 간청하면서)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25. Khalifa bin Zayed Al nahyan


할리파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 대통령


2004년부터 석유가 풍부한 토후국 아부다비를 다스려온 알 나하얀에겐 세계가 지금 간절히 필요로 하는 무엇이 있다. 엄청난 현금이다. 그는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통해 그 돈을 관리한다. 이 기관은 세계 최대의 국부펀드로 자산 규모가 약 8500억 달러다. 1970년대에 설립돼 세계적으로도 가장 오래된 국부펀드 가운데 하나인 이 ADIA는 외부에 알려지기를 꺼려한다.

경영 컨설턴트인 모니터그룹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ADIA는 지난 8년간 단 16건의 공개 거래를 했을 뿐이다. 그 거래에 투입된 돈 160억 달러 가운데 95억 달러가 금융서비스 분야였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 펀드 관리인들의 투자 판단력에 의문을 품었다. 그래도 모니터그룹의 드로스텐 피셔가 지적하듯이 “이런 유형의 펀드는 다른 펀드들과 사뭇 다른 투자 지평(time horizon)을 갖고 있다.

게다가 비OECD 시장에 한 대규모 투자가 단순히 언론에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잘 알려진 몇 건의 거래를 제외하면 이 펀드가 어디에 얼마만큼 투자하는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런 투명성 부족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ADIA는 이미 톨 브러더스 같은 미국 기업들의 상당한 지분을 소유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는 새로운 매입 기회를 부채질한다. 그런 거래의 일부가 두바이 같은 곳에서 일어나겠지만 이 펀드는 서구의 블루칩 자산도 물색할 것이다. 그것이 물론 재무당국과 국내 정치여론의 인내력을 시험하겠지만 결국엔 현금이 이기게 마련이다.




26. Mike Duke


마이크 듀크
월마트 CEO 지명자


겁에 질린 소비자들이 신용카드를 지갑 깊숙이 감추지만 적어도 한 회사는 재미를 보고 있다. 월마트다. 11월 매출이 7.6% 늘었다. 이 회사 주식은 보기 드물게 2008년을 오름세로 마감할 전망이다. 2월 1일이면 장기간 재직한 CEO 리 스콧이 물러난다. 그의 후임자로 내정된 마이크 듀크는 백화점 간부를 지낸 물류 전문가로 월마트에 몸담은 지 13년째며 최근엔 해외사업을 담당했었다.

듀크는 중대 고비에 세계 최대 소매점의 지휘봉을 물려받는다. 월마트는 저임금, 열악한 복지혜택, 반노조 정책을 토대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비난과 싸우며 2000년대 초반을 보냈다. 회사는 적극적인 홍보 캠페인, 마케팅의 개선(월마트의 광고는 이제 저렴한 가격이 가정의 예산 절약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강조한다), 혁신으로 여기에 대응했다.

처방약을 4달러에 파는 프로그램을 개시하고 환경·에너지 프로그램도 만들어 국제자연보호협회 같은 단체의 칭찬을 들었다. “월마트는 미국이 떠안은 문제들의 해결사가 되는 방식으로 비난을 극복했다”고 길포드 증권의 분석가 버너드 소스닉이 말했다. “듀크는 그 여세를 이어가야 한다.”

영업부문의 탄력은 주로 해외에서 받은 것이다. 미국 내 점포가 4249개여서 국내에선 이제 정복할 곳이 거의 없다. 미래의 성장은 중국 같은 시장을 어떻게 뚫느냐에 달렸다. 중국의 월마트 매장은 현재 215개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듀크의 국제 경험을 토대로 신임 CEO가 ‘매일매일 최저가’를 세계적으로 통하는 구호로 바꿀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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