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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에서 일하며 배운다

나라 밖에서 일하며 배운다


"We hope that you enjoy your stay in Australia(호주에서 머무르는 동안 멋진 시간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지난해 9월 23일 호주 이민성 웹사이트에서 이 문구를 읽는 순간 대학생 손다영(20)씨의 가슴이 벅차 올랐다. 호주 이민성에서 그녀의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승인했다는 통지였다.

부산의 한 대학교에 입학해 이제 새내기 티를 벗은 그녀에겐 대학 합격만큼이나 기쁜 소식이었다. 지난 한 해 동안 3만2000명의 젊은이가 손씨와 같은 설렘을 안고 호주로 향했다. 호주 말고도 뉴질랜드, 캐나다, 일본을 포함하면 4만 명에 이르는 젊은이가 이른바 ‘일하는 휴가(Working Holiday)’를 떠났다.

워킹 홀리데이는 정확히 말해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일컫는다. 젊은 청년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상대국의 문화와 함께 일반 생활상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각광 받고 있다. 관광비자, 학생비자와의 차이점은 여행지에서 취업을 할 수 있다는 것.

우리나라는 1995년 호주와 처음으로 워킹 홀리데이 협정을 맺었다. 96년엔 캐나다, 99년엔 일본·뉴질랜드와 각각 협정을 맺었다(각 나라의 비자 발급 조건과 내용은 53쪽 차트 참고). 참가자 인원이 무제한으로 열려 있는 호주를 빼놓곤 나머지 국가들은 정원(쿼터)을 정해 놓았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캐나다는 정원보다 2~3배, 일본은 4~5배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워킹 홀리데이 전문 어학원인 WH어학원의 김태우 원장이 말했다. “뉴질랜드 대사관은 매년 4월에 모집을 시작해 3~6개월 간 신청을 받는데 2008년엔 4월 한 달 만에 신청자 수가 정원(1500명)을 훨씬 초과했다고 들었다.”

요즘은 유학원치고 워킹 홀리데이 사업을 하지 않는 곳이 드물고 자체 웹사이트에 회원들의 비자 합격 수기를 자랑스럽게 내걸기도 한다. 국내 유명 인터넷 포털(다음·네이버)에도 현재 1600여 개의 워킹 홀리데이 관련 카페가 운영된다. 이 가운데 ‘다음’의 ‘일본워킹홀리데이-일유모’ 같은 유명 카페는 회원 수가 20만 명을 넘는다.

워킹 홀리데이의 매력이 뭐기에 젊은이들이 그렇게 몰리는 걸까?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는 워킹 홀리데이를 “돈 없는 집 자식들을 위한 저렴한 어학연수”라고 말했다. 직설적인 표현이긴 해도 정곡을 찌른 말이다. 300만~600만원의 초기 자금만 있으면 현지에서 직접 생활비를 벌어 배우면서 여행을 즐길 수도 있다.

보통 어학연수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은 편이다. ‘다음’의 ‘워킹 홀리데이 길잡이’ 카페 운영자인 박성용씨는 워킹 홀리데이의 가장 큰 동인이 “어학(영어)”이라고 말했다. 특히 요즘 같은 불황기에 국내 취업이 여의치 않는 상황에서 취업 준비생이나 일반 대학생들에겐 사회를 미리 체험해볼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당장 취업이 힘든 대학생들은 차라리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1년간 돈도 벌면서 어학 실력을 쌓고 견문을 넓히는 것이 일거양득이라 생각한다”고 김태우 원장이 설명한다. 일부 워킹 홀리데이 참가자 가운데는 아예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나의 20대 시절은 워킹 홀리데이와 함께했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

워킹 홀리데이가 단순히 저렴한 어학연수 이상의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호주와 캐나다 두 나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체험한 박성용씨는 워킹 홀리데이를 “어른이 되기 전 인생이 내게 선물한 마지막 휴가”라고 표현했다. 만 30세가 지나면 자격이 없어지고 나라별로 단 한 번밖에 신청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젊음의 특권’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워홀러’(워킹 홀리데이 참가자를 부르는 별칭)가 늘고 있는 이유와도 상통한다. “최근엔 직장인들 가운데 워킹 홀리데이에 관심을 갖고 문의해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박씨가 말했다.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로움을 느끼다가 새로운 도전과 자극을 위해 워킹 홀리데이를 선택하는 듯하다.”

8년 동안 다녔던 직장을 그만뒀다는 박씨 카페의 한 회원은 이렇게 썼다.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이 오늘 같은 삶에 질질 끌려 다니는 것은 이제 끝났다.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글로벌청년리더 10만 명 양성계획’의 중요한 축으로 워킹 홀리데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미국과 새로 협정을 맺었고 기존 협정국도 비자 정원 수를 더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초 이 대통령은 라디오 연설에서 2012년까지 워킹 홀리데이를 13개국 6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 일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 증진을 위해 워킹 홀리데이 대상자를 연 1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현재 협정을 체결한 국가 외에도 독일, 아일랜드,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영국, 이스라엘 등과 이를 논의 중이다. “이 중 몇몇 나라는 이르면 올해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외교통상부 재외영사서비스과 태준열 과장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워킹 홀리데이를 청년실업의 해결책으로 연관 짓는 데엔 상당히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태 과장은 “워킹 홀리데이의 기본 목적은 민간 교류를 늘려 상호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취업은 여행 경비를 버는 부수적인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물론 청년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물론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떠나야 하는 것인 만큼 고민도 없지 않다.

워킹 홀리데이 관련 카페엔 ‘직장 생활 5년 차인데 가도 될까요?’ ‘가면 진짜 영어가 늘까요?’ ‘부모님이 반대하시는데 가볼 가치가 있나요?’ 등의 질문을 흔히 볼 수 있다. 예비 워홀러라면 한 번쯤 품을 만한 의문이다. 혼자서 낯선 이국 땅에서 보내는 1년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물론 정답은 없다. 혹자는 워킹 홀리데이를 어학, 관광, 경력, 재정적 보상 등 1석4조의 기회라고 예찬하지만, 일부에서는 “청소, 설거지 등 궂은 일만 도맡아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분명한 것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자체가 어떠한 결과를 약속해주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단지 나라 밖 세상을 체험할 수 있는 ‘티켓’일 뿐이다.

현지 공항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는 모든 게 자신의 역량에 달렸다. 일반적으로 워홀러들은 어학연수와 아르바이트, 여행을 주요 목표로 잡지만 개개인의 계획에 따라 얼마든지 이를 바꿀 수 있다. 누군가는 워킹 홀리데이를 호주 백패커(6~8인이 한방에 묵는 저렴한 여행자 숙소)에서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친구들과 밤새 벌였던 맥주 파티로 기억하는가 하면, 다른 누군가는 유럽 젊은이들과 수다를 떨면서 체리를 수확하던 뉴질랜드의 과수원 생활로 기억한다.

자유만큼이나 책임도 크다. 은행 계좌 개설부터 숙소와 일자리 구하기, 어학원 등록하기 등 하나에서 열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물 설고 낯선 땅에 정착해 일자리까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덜컥 겁부터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많은 워홀러가 전문 대행업체나 유학원에 도움을 청한다.

비자 발급부터 항공편, 어학원 등록, 집 구하기, 일자리 알선, 은행 계좌 개설, 공항 픽업 서비스까지 안 되는 게 없다. 비자 발급에 필요한 자기 소개서를 대필해 주는 곳도 있다. 물론 가입비(10만원대)를 비롯해 서비스별로 대행 수수료를 내야 한다. 대신 체계적이고 편안하게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워킹 홀리데이 전문 유학원을 통해 일본을 다녀온 김리아(23)씨는 “비자 서류 작성 노하우나 머무를 집 계약 조건을 바꾸는 등 개인이 요구하기 힘든 부분을 해결해줬다”고 말했다. 또 현지에 있는 유학원 사무실은 워홀러들의 사랑방 역할을 한다. 손다영씨는 “인터넷 서비스나 한인잡지, 휴대전화·은행 관련 정보 등을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해준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장삿속에 눈먼 일부 알선업체다. 2006년부터 2008년 10월까지 한국소비자원엔 약 1500건의 워킹 홀리데이 대행업체 관련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대개가 허위정보와 환불 거부에 대한 내용이다. ‘호주 특급호텔 취업과 숙소 알선 대가로 500만원을 냈다. 하는 일이 방청소라는 걸 알고 환불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

‘어학원·숙식·일자리를 보장한다는 광고에 221만원을 내고 출국했지만 서비스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귀국해 보니 회사가 문을 닫았다.’ 100% 환불을 보장한다는 업체들도 약관을 꼼꼼히 살펴보면 ‘서비스 안내 e-메일을 읽어보기만 해도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간주해 환불이 불가하다’는 식의 함정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믿을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라는 얘기다. 이것은 워킹 홀리데이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기본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워킹 홀리데이란 게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한 것인데 처음부터 대행업체에 모든 걸 맡긴다면 뭐가 남겠느냐”고 박성용씨가 반문했다. 박씨가 관련 카페를 열게 된 계기도 지난 99년 호주에 처음 워킹 홀리데이를 떠날 당시 겪었던 대행업체의 횡포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상업 카페나 유학원들의 동업 제안을 마다하고 지금껏 비영리 카페 운영을 고집한다. 박씨는 회원 간의 자발적인 정보 공유를 통해 스스로 일구는 워킹 홀리데이를 지향한다. “가끔씩 직접 알아보려는 노력 없이 다짜고짜 도움부터 청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아주 간단한 영문 서류마저 번역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서호주관광청의 김연경 이사는 “일부 부모는 자식들을 대신해 워킹 홀리데이 관련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자식들을 걱정하는 부모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스스로 정보를 모으고 서류를 작성할 의지마저 없다면 현지에서 고달픈 생활을 이겨낼 턱이 없다.”

스스로 하루하루를 개척한 워홀러들에게 남게 될 자산은 영어시험 점수나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소중한 ‘인생 경험’이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3개국을 다녀온 남완욱(32)씨는 호주 국립공원에서 CVA(자원봉사) 단원으로 낮에는 나무를 심고 밤에는 텐트를 치고 자던 기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남씨는 3개국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영어강사로 일하면서 워킹 홀리데이 실전 영어에 대한 책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일본에서 돌아온 이한나(26)씨에게 워킹 홀리데이의 백미는 투어 가이드로 일하며 번 돈으로 다녀온 홋카이도 여행이었다. “오호츠크해에서 내려온 유빙이나 드넓은 라벤더 밭 등 세계문화유산의 절경을 바라보며 커다란 감동을 받았다.” 호주 멜버른을 다녀온 권용인(27)씨는 “중고차를 타고 호주의 강렬한 햇살 아래 해변도로를 20시간씩 달리다 보면 자연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자아탐구형 워홀러도 있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체험한 조현필(30)씨는 “1년 동안 뭐든 혼자서 결정하고 책임을 지다 보니 나란 존재를 더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 산하의 워킹 홀리데이 관련 기관이나 단체는 없다. 2007년까지 문화관광부 산하의 지원센터가 있었지만 관할 부처가 외교통상부로 이전되면서 운영이 중지된 상태다.

따라서 워킹 홀리데이에 대한 정보 제공이나 상담, 오리엔테이션 등은 모두 상업적인 유학원을 통해서만 이뤄지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뒤늦게 워킹 홀리데이를 포함한 글로벌인턴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열고 현지 지원 활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또 워킹 홀리데이 협정이 쌍방향인 만큼 국내로 들어오는 상대국 워홀러들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 활동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가 측면지원을 약속했고, 워킹 홀리데이 협정국은 점점 늘고 있다. 무엇이 두려운가? 미지의 세계로 떠날 계획을 세워보라.



“호주의 진짜 매력은 중소도시에 있다”
Q&A 사라 오코너 서호주 호텔협회 전략프로젝트담당 부장


워킹 홀리데이를 떠나기로 결정하고 합격 통지를 받아도 어느 도시로 갈지, 어떻게 일자리를 구할지 막막하다. 그렇다 보니 우리에게 친숙한 대도시로 첫 목적지를 정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도시라도 생활여건이 좋으며 일자리가 널려 있고 그 나라의 진정한 문화를 체험할 만한 곳은 많다.

현재 4500여 명의 한국인 워홀러가 다양한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서호주(주도는 퍼스)는 특히 관광과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풍부한 곳으로 꼽힌다. 서호주 호텔협회(Australian Hotels Association in WA)의 사라 오코너 전략프로젝트담당 부장은 영어 구사 능력에 따른 임금 격차와 한국 워홀러 지원자들에게서 흔히 엿보이는 실수 등에 대해 서정현 기자와 e-메일 인터뷰를 통해 알려주었다.



서호주 호텔협회는 무엇을 하는 곳인가?
서호주의 호텔, 리조트, 레스토랑, 펍, 바와 같은 서비스 업체 600개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된 단체다. 최근 한국인 워홀러들을 위해 홈페이지(www.ahawa.asn.au)를 재정비했다. 한국에서 워홀 비자를 발급받은 후 이 홈페이지에 본인의 이름과 서호주 도착일자 그리고 영문 이력서를 올리면 호텔 연합에 가입된 회원사의 일자리를 연결하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력서를 볼 때 가장 우선시하는 고용 항목은 무엇인가?
고용주는 기술과 직업 교육 그리고 경력을 우선적으로 살피며 영어 능력에 따라 지원자에게 맞는 자리를 배정한다. 그러므로 그런 내용들을 이력서에 빠짐없이 기록해야 한다. 호텔을 찾는 고객들에게 음식과 음료를 서빙하는 등 서비스 관련 직종에 종사한 경험이 있다면 더 좋다.



한국 워홀러들이 이력서를 쓸 때 미비한 점이 있다면?
대체적으로 한국인 지원자의 학력 등 수준이 매우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지원자는 이력서를 웹사이트에 업로드 하는데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매우 안타깝다.



호텔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방 청소, 음식과 음료 서빙 그리고 주방에서 일할 수 있다.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면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서 접객 업무를 볼 수 있다.



호텔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의 강점과 약점이 있다면?
몇몇 워홀러는 영어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직장에서 규칙을 잘 지키며 강한 직업 의식으로 책임감 있게 일하며 동료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어느 정도의 급료를 받게 되나?
숙련된 기술과 직업 훈련, 경력 그리고 영어 구사 능력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같은 직종의 호주 사람들이 받는 급료와 같으며 대략 시간당 15~25 호주 달러(최근 환율로 1만4000원~2만3000원) 사이다.



사람들은 유명 도시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퍼스(서호주의 주도)보다 시드니를 좋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덜 알려진 도시가 더 매력적인 점이 있다면?
호주는 다양한 문화가 존재하는 아름다운 나라며 매우 안전하다. 호주인들은 건전한 직업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유머 감각이 풍부하다. 한국인들이 진정한 호주를 보고 만나고 싶다면 작은 도시에서 일하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호주로 가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호주에서는 다양성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다. 한국 워홀러들은 접객 업무를 하면서 호텔리어로서의 자질과 호텔 산업을 배우고 우리는 한국인들로부터 서호주를 여행할 때 무엇을 원하는지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워홀체험기 I
내 20대를 함께한 워킹 홀리데이

남완욱(영어강사·32)

내가 1999년 처음 호주로 떠났을 땐 워킹 홀리데이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았다. 당시에는 인터넷 이용도 쉽지 않아 혼자 좌충우돌하며 비자를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호주에 도착한 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국립공원에서 CVA(자원봉사) 프로그램에 들어갔는데 나중에 그곳에서 추천서를 써줘 취직에 도움이 됐다.

마침 다음해(2000년)에 시드니올림픽이 열려 통역요원으로 자원봉사를 했다. 세계적인 행사에 동참했다는 자부심이 컸다. 주위 친구들은 대부분 취직을 하고 결혼할 나이에 내가 다시 캐나다와 뉴질랜드로 떠나겠다고 하자 가족들이 많이 말렸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이런 경험을 못할 것 같았다.

또 사회나 조직에 매여 있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처음 현지 공항에 도착했을 땐 낯선 곳에 대한 불안감에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일자리를 구할 걱정에 잠을 못 이루는 밤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내가 직접 생계를 책임져야 할 상황에 처하면 말문이 저절로 트이고 자신도 미처 몰랐던 적극성이 발휘된다.

내가 99년부터 2004년까지 세 번의 워홀로 얻은 것은 무엇보다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다. 처음에 취직한 일식당에서는 모든 질문에 “really(정말)?”라고 답해 별명이 ‘리얼리’였다. 하지만 점차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도구이지 누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덕분에 지금은 영어 강사로 일한다. 내가 가르치는 영어는 워홀러들이 실생활에 바로 응용할 수 있는 ‘서바이벌 잉글리시’다. 새하얀 도화지로 남아 있던 내 인생에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준 워킹 홀리데이 경험이 참으로 소중하게 여겨진다.

워홀체험기 II
자아를 찾아 떠난 1년간의 긴 여행

김우현(대학생·27)

막내로 자라면서 내 안에는 늘 남들과 다른 열정이 꿈틀거렸던 듯하다. ‘무언가 스스로 도전하고 이루고 싶은 마음’이다. 단순한 영어 어학연수보다 나란 사람은 누구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었다. 무엇에도 구속 받지 않고 마음껏 자유로운 생활을 하고 싶었다.

1년이라는 시간 중에 5개월은 땀 흘려 일하고 나머지 기간은 나홀로 여행을 떠나자. 그렇게 밑그림을 그려놓고 지난 2004년 시드니에서의 워킹 홀리데이 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미리 수상인명구조 자격증을 취득한 게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다. 수영을 사랑하는 나라 호주에서 근무 여건이 좋은 일자리를 얻었고 많은 친구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전에는 거대한 물류창고에서 80개국 150여 명의 사람과 일하고, 오후에는 수영강사로, 새벽엔 스포츠센터 청소일을 병행했다. 누울 시간도 부족해 앉아서 졸곤 했다. 시골의 유기농가에서 한 농장체험(WWOOF)도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서양문화를 체험하고 영어도 배우고 싶은 내게 적절한 프로그램이었고 운 좋게도 마음씨 좋은 중년 부부의 집에서 40일간을 보낼 수 있었다.

깊숙한 산골짜기에서 산비탈을 일궈 바나나를 재배했고 시장에 내다 팔 채소와 과일을 다듬었다. 주말엔 남편인 톰과 서핑을 하거나 그의 친구들과의 파티에도 동행했다. 나중에는 시드니에서 브리즈번까지 기차 여행을 하면서 어디든 내가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려 하루 이틀을 묵곤 했다.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소도시의 숙소를 물어 물어 찾아가면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객들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했다. 호주에서의 1년, 사람들과 교감하는 법을 배운 점이 새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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