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면 건강이 채워진다
마음을 비우면 건강이 채워진다
#1. 명품 브랜드 수입업체 A대표는 지난해 중순 환율이 뛰며 회사의 수익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곧 과민성 대장염이 찾아왔고 목과 어깨 통증까지 겹치며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효과는 잠깐이었다. 그가 지인으로부터 권유받은 것은 명상 수련. 한 달 동안 명상을 하자 몸이 가벼워지고 불면증과 피로감이 없어졌다.
지금은 어깨를 짓누르는 통증도 사라졌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제주도로 명상 수련을 다녀온 A대표는 “명상만큼 좋은 치료는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 스포츠레저 사업을 하고 있는 B사장은 오래된 천식에 비만까지 심해 외부 활동이 쉽지 않은 상태가 됐다. 혈당 수치가 400이 넘을 때도 있었다. 그는 “정신력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다”고 말했다. B사장은 주위의 충고로 명상을 시작했다. 수련장에 가기 힘들어 개인 지도 강사를 불렀다.
처음엔 누워서 할 수 있는 동작과 호흡을 배우자 천식이 호전을 보였다. 그 후 다양한 수련을 통해 살도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개인 지도가 있는 날은 저녁 시간을 통째로 비워두고 있다. 최근 CEO 사이에서 명상이 유행이다. 서울 시내 유명 명상 센터에 CEO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서울 청담동의 명상 수련센터인 에스에이컬처(S.A.Culture)의 이희경 원장은 “요즘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CEO의 문의가 늘었다”며 “직접 찾아 오기보다는 비서를 통해 방문 개인 지도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CEO들에게 명상이나 기체조를 통한 ‘멘털 피트니스’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CEO의 잘못된 판단으로 기업을 나락으로 몰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CEO는 고민을 터 놓고 얘기할 만한 상대도 없는 편이다. 나우코칭의 김범진 대표는 “명상으로 마음이 고요해지면 지금까지 포착하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단전호흡이나 명상을 통한 기 수련은 과거 CEO들이 즐겨 이용하는 건강 관리 비법 중 하나였다.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고 최종현 선경 회장은 단월드를 설립한 이승헌 총재에게 개인 수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종현 회장은 1987년부터 임직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심기신 수련’ 과정을 둘 정도로 애정이 깊었다. 최 회장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해 그룹 CEO들 상당수가 기 수련으로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
김창근 SK케미칼 부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기체조 수련’을 잊지 않는다. 구자홍 LS그룹 회장과 허영호 LG이노텍 사장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의 명상 예찬론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명상을 통해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다. CEO컨설팅그룹의 강석진 회장은 “CEO들의 절반 이상은 스트레스로 고민에 빠져 있을 것”이라며 “명상을 통해 마음을 비운다면 큰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명상에 대해선 해외 CEO들의 관심이 더욱 뜨겁다.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대부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은 규칙적인 명상을 통해 집중력과 열정을 발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세일즈포스닷컴의 마크 베니오프 CEO를 비롯해 P&G의 A.G.래플리 회장도 평소 명상을 즐기는 CEO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한국을 찾은 인도의 최고 명상가 다타트레야 시바 바바는 “부와 권력을 창출하는 원천인 지식은 서로 다른 영역 간 경계를 허물 때 나온다”며 “명상은 논리적 지식 구조를 바꿔 넓게 생각하는 사고를 키워준다”며 CEO들에게 명상을 권했다. 최근 CEO에게 명상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은 스트레스 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으로 인한 경영 실적의 압박과 리더십에 대한 부담 등이 화로 이어져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예도 적지 않다. 김 대표는 “요즘 기업체에서 임원들을 지도할 때 대부분 화를 조절하는 방법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명상(暝想)은 ‘눈을 감고 고요히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희경 원장은 “명상은 마음을 순수한 내면의식으로 자연스럽게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보게 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명상은 이처럼 정적인 활동이지만 정신적 치유뿐 아니라 육체적 질병도 치료한다. 미국 조지아 의과대의 베론 바네스 박사는 명상으로 심장 질환의 위험인자를 다스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명상이 혈압을 낮춘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바네스 박사팀은 32명의 건강한 성인을 명상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으로 나누어 심혈관을 검사했다. 그 결과 명상을 한 집단의 수축기 혈압은 평균 2.5mmHg가 감소했고 명상을 하지 않는 집단은 0.5mmHg 감소했다. 김범진 대표는 “명상을 통해 혈압을 낮췄다는 반응이 가장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명상의 효능이 과학적으로 입증되면서 외국의 병원에선 치료법으로 명상을 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의 배리 카셀리스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명상은 환자에게 부담을 많이 주지 않고 부작용도 없으며 엄청난 치료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이 암센터에선 환자들에게 명상을 실시해 고통을 줄인 것은 물론 혈압과 심장 박동수도 감소시키는 효과를 누렸다. 국내에선 삼성병원이 CEO 검진 과정으로 멘털 피트니스 도입을 검토 중이다. 삼성병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검토할 자료들이 너무 방대해 보류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명상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는 데도 도움이 된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연구진은 ‘정신치료의학’ 연구 보고서에서 명상이 긍정적 감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을 증진시킨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서울백병원 스트레스센터의 우종민 교수는 “멘털 피트니스는 긍정적인 사고를 심어줘 마음의 근력을 튼튼하게 만든다”고 조언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마음의 근력이 튼튼한 사람은 항상 자신감에 차 있다. 반면 부정적 사고는 근력이 부족한 것처럼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는 게 우 교수의 설명이다. 한국리더십센터의 조성용 사장은 “리더가 변하기 위해선 제일 먼저 자기 자신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며 “명상을 통해 자신이 어떤 리더십을 가져야 하고, 장·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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