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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의 재발견

힙합의 재발견


채식주의나 화가를 노래하는 래퍼 큐팁(위). 그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르네상스’.

진정한 예술은 그 위상을 철저히 지킨다. 따라서 새로운 스타일이나 장르, 떠오르는 스타는 오랫동안 음지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실력을 입증해야 불멸의 문화 대열에 들 수 있다.

영화도 예외가 아니다. 할리우드는 초기에 일회성 저급문화라는 인식에 시달렸다. 그러다가 프랑스 비평가들이 스릴러 영화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을 소설가나 화가와 동등한 예술가라고 평가하면서부터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그러니 팝음악의 최신 장르인 힙합(랩)은 오죽하랴? 랩이 태어난 지 30년이 흘렀고 인기순위 차트를 도배하는 데도 여전히 멸시를 당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학계에서 힙합 연구가 서서히 자리매김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하버드대의 W E B 듀보이(흑인 최초의 하버드 박사학위자) 연구소는 2008년 초 온라인 ‘힙합 아카이브’를 공식 채택했다. 그렇다면 학자들이 힙합을 순수예술이라고 말할 때 가장 내세울 만한 사례는 뭘까? 바로 래퍼 ‘큐팁’이다.

큐팁은 일반 래퍼와 달리 마약을 파는 중개인보다는 채식주의나 화가를 더 많이 노래한다. 그는 1988년 결성된 3인조 힙합 그룹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의 리더로 ‘컨셔스 랩(conscious rap: 사회 의식을 가진 랩음악)’ 운동의 선구자다. 지난해 11월, 9년 만에 두 번째 솔로 앨범 ‘The Renaissance’를 내놓았다.

이 앨범은 큐팁이 늘 그렇듯 약간 좌익 성향의 세련된 가사와 리듬이 주를 이루며 대다수 인기 래퍼의 불량배 같은 태도를 삼간다. 주요 라디오 방송이나 비디오 홍보도 하지 않았지만 발매 1주 만에 빌보드 200 차트에 11위로 데뷔했다. 몇 달 겨우 반짝하다가 이내 한물가 버리는 랩계에서 큐팁의 지구력이 얼마나 대단하지 말해 준다.

“내 음악은 주문하면 곧바로 나오는 햄버거와는 다르다”고 큐팁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내 음악은 오크라 수프나 칠면조 구이 정식과 같다. 오랫동안 절여 놓고 뜸을 들여야 한다.”

그처럼 공을 들여서 그런지 이 앨범은 깊은 맛이 배어난다. 오프닝 트랙의 첫 곡 ‘Johnny Is Dead’는 전자기타의 스타카토 재즈 코드 체인지가 랩 가사와 어울려 춤을 추는 듯하다. 아홉 번째 곡 ‘Dance on Glass’는 1분짜리 아카펠라로 시작한다. 특히 이 곡은 일반적인 랩 음악의 천박함에 결투를 신청하는 듯하다.

“뭘 보고 있는 거지? 잠깐, 내가 도움을 줄 수 있어. 만만찮지만 한 번 보면 결코 잊어버릴 수 없는 추상화야. 벽에 걸린 앤디 워홀부터 장-미셸 바스키아까지 모든 현대화가의 그림들을 봐…” 그처럼 여러 인물과 다양한 분야를 다뤘다는 사실은 불후의 음악을 남기기 위한 큐팁의 뜨거운 열망이 분출된 결과다.

그렇다면 100만 장 이상이 팔린 데뷔 솔로 음반 ‘Amplified’를 선보인 뒤 9년 동안이나 앨범을 내지 않은 이유가 그런 기교를 공부하기 위한 것이었을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큐팁은 2002년 록재즈 퓨전 밴드와 함께 ‘Kamaal the Abstract’라는 앨범을 만들었다. 그러나 결국 빛을 못 봤다.

소속 음반사 아리스타 레코즈의 내부 변화 때문이었다. 흑인음악계의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던 클라이브 데이비스가 CEO에서 물러나고 큐팁과 뜻이 맞지 않는 체제가 들어섰다. 새 CEO는 큐팁에게 “난 싱글은 듣지 않는다”며 앨범의 발매를 취소해 버렸다. 큐팁은 그 앨범에 ‘힙합의 새 노선’이라는 부제를 달려고 했다.

재즈계의 전설 마일스 데이비스의 획기적인 퓨전 음반 ‘Bitches Brew’에 필적할 작품이란 뜻이었다. 그런 야심작이 좌초하면서 불행이 잇따랐다. 큐팁은 드림웍스 SKG를 공동설립 한 영화제작자 데이비드 게펜과 손을 잡았지만 새 음반이 완성되기도 전에 드림웍스 음반사가 문을 닫았다.

큐팁은 결국 유니버설-모타운에서 ‘The Renaissance’를 냈다. 2000년 이후 큐팁이 계약한 네 번째 음반사다. “나는 반짝 인기에는 관심이 없다. 긴 안목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트라이브의 멤버였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는 유니버설이 ‘The Renaissance’에 관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놀랐다고 말했다.

자신의 트라이브 시절 이후 랩음악계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만 해도 “음반사 사람”들은 랩음악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지만 그 뒤로는 아예 완전히 겁을 먹었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의 수익 모델이 무너졌다. 그들도 그런 사실을 잘 알지만 어떻게 손써 볼 방법이 없어서 어쩔 줄 몰랐다.”

큐팁은 나름대로 처방을 내놓았다. “음반 제작 담당 부서는 음악을 진짜 아는 사람들이 맡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남는 음반을 만들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음반이 예전처럼 카탈로그 통신판매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는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있는 데 돈을 쓰고 싶어 한다.”

큐팁은 인기 래퍼 카녜 웨스트의 차트 순위 1위 앨범 ‘808s and Heartbreak’를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웨스트를 힙합 장르를 확대하는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가수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카녜 웨스트의 음반은 제작 관련자들의 더 많은 간섭을 받았다면 훨씬 나아졌을지 모른다.

‘808s and Heartbreak’는 부분적으로는 대담하고 기발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무척 설익은 느낌이다.) 큐팁은 올해엔 자신의 이론을 제대로 입증할 기회를 가질지 모른다. 그는 최근 미발매 앨범 ‘Kamaal the Abstract’ 원본 테이프의 소유권을 되찾았다. 이제 직접 그 앨범을 발표할 계획이다.

7년 이상 해적판으로만 나돌던 앨범을 힙합 팬들이 정식으로 구입한다면 큐팁은 과거와 현재의 혁신가로서 소임을 다할 듯하다. 아울러 힙합의 사업 모델을 새로운 세기에 적합하게 바꾸는 일도 해낼지 모른다.



A Hip-hop Survival Tip


Real art guards its stature carefully. New styles and schools and stars can spend years in the woodshed, working to prove their claims on cultural immortality. In its early decades, Hollywood movies were dogged by an aura of low-culture disposability ?it would take French critics to suggest Hitchcock as an auteur on par with novelists and painters. So it makes sense that hip-hop, pop music's most recent invention, still endures slights 30 years after its birth, even when it dominates the charts. But as dissertations on the genre begin to fill the halls of academe -Harvard's W.E.B. Du Bois Institute officially adopted an online 'Hip-Hop Archive' carlier this year -rap scholars will have the case of Q-Tip to cite when staking their claim to High Art.

More likely to rhyme about vegetarianism or painters than pimps dealing drugs, Q-Tip became a forebear of today's 'conscious rap' mmovement as the de facto frontman in A Tribe Called Quest. Now with his latest solo release, "The Renaissance,' Q-Tip is closing on 20 years of relevance. As always, the new CD features the rapper delighting in sophisticated, slightly left-of-field rhythms and eschewing the outlaw posturing of generic MCs. The week after its release, "The Renaissance?debuted on the Billboard 200 chart at No. 11, without any major radio or video promotion - a testament to Q-Tip's staying power in a game where a span of months can render a rapper yesterday's news. "My thing is not like McDonald's, where you go in and get fast results," Q-Tip told NEWSWEEK. "My thing is like a gumbo or a turkey dinner ?you got to let it cook and marinate."

On his new record, the results are pretty tasty. The first sound on the opening track, "Johnny Is Dead,?is an electric guitar oozing a staccato jazz chord change that proceeds to dance around the initial rhymes on the record. Elsewhere, "Dance on Glass" opens with a virtuoso one-minute a cappella verse calling out the shallowness of most rap lyrics. "what you lookin' at? Wait, I can help you with that: the formidable, unforgettable, painting abstract. On the wall amongst'em all, from Warhol to Jean-Michel [Basquiat]. ?The rich palette of references underscores Q-Tip's desire to create music that lasts, though that attention to craft is not the only reason for the nine-year hiatus since his gold-selling debut solo record, "Amplified."

One album the rapper made, with a rock-jazz fusion band, was shelved early this decade, after Clive Davis left the top spot at Arista Records and a less sympathetic regime was installed. "I don'T hear a single," is what Q-Tip remembers the new studio head telling him before dumping the album, "Kamaal the Abstract," which Q-Tip had intended to subtitle "new directions in hip-hop," a reference to Miles Davis's landmark fusion record "Bitches Brew." Other corporate disasters followed, including a stillborn partnership with Geffen and the implosion of the DreamWorks music label before a fully finished Q-Tip album could see the light of day.

Universal-Motown is the rapper's fourth major label so far this decade. "I'm not a radio dude; I'm about the long-term. It was like that with Tribe, and it's like that now," Q-Tip says, expressing some surprise that the honchos at Universal have been willing to work with him on "The Renaissance." What's changed since Tribe's day, the rapper believes, is that "record-company people" have gone from simply being shady to out-and-out scared. "Their model for getting numbers is broken," he says. "They realize it, but they don't have any solutions. They all seem shook." Q-Tip has his own prescription: "A&R departments need people who really know music. That way, they can make records that last a long time, because eventually it's going to be about the whole catalog selling again. Especially in these hard times, people want to make sure that their dollar is going to something that's worth something."

He says he hasn't had a chance to listen to Kanye West's chart-topping new album "808s and Heartbreak," but Q-Tip cites him as someone taking chances to expand the art form. (Though Kanye's record actually could have benefited from more interference: his fourth record in five years, while daring and brilliant in spots, is sadly undercooked on the whole.) Q-Tip may have a chance to prove his own theory in 2009. He just regained control of the master tapes of the unreleased "Kamaal" album, and he plans to put it out himself. If hip-hop fans pay for a record that's been a near legend as a bootleg for more than seven years, then Q-Tip will not only have served as a past and present innovator, but also changed pop's future business model in the new century, 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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