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는 잊어라, 도심이 정답
신도시는 잊어라, 도심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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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신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특히 2기 신도시의 대표주자인 판교를 그리 탐탁해 하지 않는 듯하다. 2005년 6월 당시 서울시장이던 그는 민선자치 10주년 기념행사에서 이런 말을 했다.
“서울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건설할 경우 도시가 형성되는 데 최소한 20년 넘게 걸리는 데다, 주민들이 모두 서울로 출퇴근하면서 판교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는 신도시 개발보다 강북지역 개발에 좀 더 지원해야 한다”며 아파트 수요 충족을 위한 신도시 개발 논의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아파트 숫자 늘리자고 신도시를 짓는 것에 반대하며, 특히 판교는 ‘문제 있는 신도시’라는 얘기다. 당시부터 이 대통령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는 당시 이미 “강북지역 개발은 신도시 건설비용의 5분의 1도 안 되는 등 비용이 적게 들며, 친환경적으로 개발하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공급물량이 나온다”며 구체적인 밑그림을 선보인 바 있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 만인 지난해 8월 정부는 뜻밖의 발표를 했다. “인천 검단신도시를 확대하고, 경기도 오산 세교지구를 신도시로 개발한다”는 신도시 추가개발 계획을 내놓은 것. 시장 전문가들은 당연히 ‘의외’라고 반응했다.
전문가들조차 이명박 정부가 당초 꺼렸던 신도시 건설 카드를 뽑아 든 데 의아해 했다.정부는 이 조치를 내놓은 이유에 관해 “지방은 미분양 주택이 많지만 수도권에는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3~4년 후를 내다보고 신도시 추가 개발 등 공급을 계속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도 결국 ‘연 50만 가구 공급’ 등 물량 채우기식 숫자 놀음에 빠져들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물론 일리 있는 얘기들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업체들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몇 년 후 수도권 주택 부족이 예고된 점은 정부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단기간에 이를 극복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당연히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다. 신도시의 주택공급 효과는 재개발의 8배에 달한다는 통계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큰 줄기가 바뀐 것으로 보기는 곤란하다. 새 정부가 내놓은 신도시 개발 방안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예정된 도심 재개발에 비하면 규모가 현저히 작다.
좋게 보면 신도시와 도심 재개발을 병행하는 수준이고, 냉정하게 보자면 신도시는 생색내기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연 앞으로 지어지는 신도시가 투자가치가 있느냐다. 지도를 펼쳐 놓고 본다면 더욱 쉽게 알 수 있겠지만, 신도시들은 갈수록 서울에서 멀어지고 있다. 기존 신도시들인 분당, 일산, 부천 등은 서울과 경계를 맞댄 도시들이다.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 |
일본을 알면 길이 보인다
최근 예상외의 청약 열기를 보인 판교 역시 마찬가지다. 자동차나 지하철 등으로 30분~1시간이면 서울 도심에 도착할 수 있어 서울생활권이라 불러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파주, 동탄, 평택 등도 그러한지는 잘라 말하기 어렵다. 이런 마당에 서울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다음 신도시들이 과연 수도권 주택 수요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신도시들은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노부부나 출퇴근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이들에게나 적합한 곳이다. 아침저녁 러시아워를 뚫고 서울로 출퇴근하느라 길에서 보내는 시간만 하루 3~4시간에 이르면 집은 결국 하숙집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수요가 적은 집들이 투자가치가 없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는 사실상 강원도나 충청도 혹은 이북5도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원거리 신도시들도 가격이 올랐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 비정상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 이유를 따져볼 것도 없다. 앞으로는 모든 부동산이 무조건 오르는 시대는 더 이상 없다고 봐야 한다. 내 몸 하나 누일 곳만 있으면 족하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앞으로는 나와 내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집들은 철저히 외면 받는 방향으로 시장 흐름이 바뀐다. 지역별, 형태별로 철저히 수요에 기반한 가격형성이 이뤄지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얘기다. 신도시 대신 주택 시장을 주도할 곳은 두말할 나위 없이 서울의 도심들이다. 이미 정부에서 어디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할지까지 다 공개했으니 이 정도면 답을 보여주고 시험을 치르는 격이다.
사실 서울의 도심 재개발은 이웃나라 일본의 예를 보면 이미 오래전에 예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씁쓸한 얘기이긴 해도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 중 상당수가 일본이 수년 전에 수립해 시행한 정책을 벤치마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본은 2002년 고이즈미 내각 때 ‘도심재생특별법’을 제정, 대규모 도심 재개발에 나섰다.
2003년 ‘롯폰기힐스’를 시작으로 테산도힐스(2006년), 미드타운(2007년) 등을 건설하며 일본의 주요 도심들을 일신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도 사업규모 1조원이 넘는 개발프로젝트가 10곳 넘게 진행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 정부가 일본을 베꼈는지 여부가 아니다. 일본의 사례를 들여다보면 어디다 돈을 투자해야 하는지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이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서 했던 얘기를 다시 짚어보자. 이 대통령은 “젊은 신혼부부가 신도시에 가서는 출퇴근을 못한다. 이미 갖춰진 도시의 재개발, 재건축된 집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필요하다면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한이 있더라도 도심에서 가까운 곳에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 대통령의 이 말에는 도심 재개발 프로젝트의 3대 키워드가 모두 들어있다. ‘재개발·재건축’ ‘그린벨트 해제’ ‘대량 공급’이 그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들어 이에 따른 개발 계획들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우선 지난 연말 발표된 한강변 재개발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를 타고 가다 보면 흉물처럼 버티고 선 아파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강북 쪽 한강변에 많이 몰려 있는 낡은 아파트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재건축될 날만 기다려온 집들이다. 이 집들은 초고층 재건축이 허용되면서 마침내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내 금싸라기 땅 본격 개발 신호탄
한강변 초고층 재건축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촌동 렉스아파트를 필두로 서빙고, 한남, 보광동 등 용산구에 속한 한강변 주택지들은 앞으로의 상승폭이 지금까지의 상승보다 압도적으로 높을 것이 뻔하다. 이미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첫 삽도 뜨지 않은 상태임을 감안하면 앞으로 분양-착공-입주로 이어지는 세 번 이상의 가격 상승패턴이 고스란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서울시가 발표한 ‘신(新)도시계획 운영체계’도 놓칠 수 없는 ‘중대사건’이다. 그동안 버려지다시피 했던 서울시내 대형 금싸라기 땅이 본격적으로 개발된다는 공개선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대규모 부지 용도변경 유연화와 도시계획 운영체계 개선 방안’의 후속조치에 해당하는 이 발표는 1만㎡ 이상의 부지를 상업지역 등으로 용도 변경해 개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뚝섬 삼표레미콘 공장, 서초동 롯데칠성물류센터, 시흥동 대한전선 공장 등 서울시내 요지의 대규모 땅들이 마천루로 변신하게 된다. 예컨대 뚝섬 삼표레미콘 공장부지를 가진 현대차그룹은 이곳에 110층의 초고층 비즈니스센터를 지을 계획이며, 한국전력은 삼성동 부지에 코엑스의 두 배 규모인 대규모 복합시설을 지을 방침이다.
기피지역이던 곳들에 눈길을 돌려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다. 종로구, 중구 등 낙후된 구도심들도 오피스텔과 복합쇼핑몰 등이 들어서 제대로 된 도심으로 변신할 예정이다. 빌딩 숲인 이런 지역들은 수백억원대 부자들이나 투자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억원 미만의 돈으로 오피스텔 하나 정도만 사둬도 국민연금 부럽지 않은 노후대책을 얻을 수 있다.
상업지역일수록 오피스 공간은 부족하게 마련이고, 집이 비는 경우도 잘 없다. 서울은 그동안 세계 10대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촌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서울도 변하기 시작했다. 동남아를 연상하게 하던 구도심이 마천루로 변하기 시작했다. 부동산 투자도 변해야 하는 이유다.
집값이 렌트 비용보다 낮다! 바닥 인식 조짐 미국에 때아닌 주택구입 바람(?) 미국 집값은 여전히 곤두박질 중이고, 회복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의아스러운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로스앤젤레스(LA), 라스베이거스 등 가격 폭락지역이자 전통적인 고급 주거지역에서 주택판매가 급증하기 시작했다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택 가격이 계속 곤두박질치면서 아무도 주택 매입에 선뜻 나서는 경우가 없었는데 어느 순간 바이어들이 경쟁적으로 주택 매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라스베이거스는 주택 가격이 1년 전에 비해 28% 하락했지만, 판매는 15%가 늘었다. 심지어 일부 주택은 사겠다는 사람이 여럿이어서 매입경쟁이 벌어져 폭락한 집값이 일부 다시 오르는 기현상마저 벌어지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극도로 낮은 가격이 드디어 판매에 불을 지피고 있다”며 “이들 지역에서는 많은 차압 주택에 대해 입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주택 가격이 더 이상 낮아지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처분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급박한 상황에 몰린 주택들의 경우 집값이 렌트 비용보다 더 낮아져 있다고 한다. 미국에 집이 필요하거나 투자를 생각했다면 한 번쯤 현지 사정에 관심을 가져볼 만한 시점인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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