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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리더십’ 실천의 장

‘나눔 리더십’ 실천의 장


'아메리칸 드림’ ‘아시아의 빌게이츠’ ‘벤처신화’. 미디어에서 스티브 김(한국명 김윤종·60) SYK글로벌 대표에게 즐겨 붙이는 수식어다. 그의 수식어에서 알 수 있듯, 그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그의 스피치가 힘이 있는 까닭이다. 게다가 김 대표는 노력파이기도 하다. 사업에서 성공했듯 그는 스피치에도 공을 들인다. 2007년 가족과 영구 귀국한 그는 현재 투자자문회사인 SYK글로벌 대표이사이자 꿈희망미래재단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경험을 나누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있다.

김 대표의 간단한 성공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미국에서 벤처신화를 이룬 김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6년 혼자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가 세운 첫 번째 벤처회사인 ‘파이버먹스(Fivermux)’는 자신의 집 근처 차고에 차렸다. 직원 한 명 없이 혼자서 1인 10역을 해냈다. 그가 만든 광(光) 통신장비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납품할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았다.

결국 그는 1991년 초기 자본의 25배가 넘는 5400만 달러에 회사를 매각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성공이라 여길 사람도 있겠지만 그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뿐이었다.

2년 뒤 김 대표는 다시 한 번 벤처신화를 쓴다. 첫 번째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네트워크 장비업체 자일랜(Xylan)을 세웠다. 처음부터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공격적인 경영을 펼친 그는 5년 뒤 전 세계 60여 곳에 판매지사망을 구축했다. 1999년 자일랜을 유럽 최대 통신회사인 프랑스 알카텔에 매각할 때 받은 액수는 무려 20억 달러.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숫자였다. 한국인이 세운 벤처기업 매각 규모로도 사상 최고다. 이 기록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자일랜을 매각한 뒤 미련 없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했다. 김 대표는 그의 세 번째 도전을 위한 중요한 도구로서 ‘스피치’를 꼽는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타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인생의 리더’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CEO로 살아가면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어요. 전 세계 60군데의 세일즈 오피스를 관리해 분기마다 목표한 매출을 달성하느라 피가 말랐습니다. 그렇게 15년을 하고 나니 더 이상 돈 버는 일에만 매여 살고 싶지는 않더군요. 지금도 후회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현장에서 배웠던 경험들을 필요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현장에는 책에서 배울 수 없는 경험이라는 게 있고, 이를 스피치나 강연을 통해 나눔으로써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 대표는 현장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사회공헌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일찌감치 사회공헌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1년 한국에 복지재단을 만들고 장학생을 뽑아 후원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문회사인 SYK글로벌 대표이사이자 꿈희망미래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금은 매년 20억원을 재단에 투자해 국내를 비롯해 옌볜, 북한, 캄보디아에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스티브 김 대표의 스피치 비법
- 코디에 신경 쓰면 비주얼로도 감동을 줄 수 있다
- 적극적인 피드백을 통해 단점을 보완하라
- 무대 전체를 스피치 공간으로 활용하라



뜨거운 환호 속에서도 이야기 맥 놓치면 안 돼

CEO 출신 이사장답게 NGO(비정부기구)에도 매니지먼트 개념을 도입해 화제를 낳았던 그는 남다른 리더십으로 재단의 고속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는 재단활동을 하면서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고 한다. “조금만 동기부여와 칭찬을 해줘도 달라지는 직원들을 보면서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낀다”는 것이다.

현재 서강대 MBA대학원 교수로 강단에 서는 그가 대학생, 기업인 멘토링에 시간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에서 취업공부는 많이 시키지만 리더십, 인성교육 같은 건 안 하죠. 간단한 데서 차별화할 수 있는 유용한 노하우를 이야기해 주면 대학생들 눈이 반짝반짝 합니다. 미국에서 경험한 실전 경영사례에 대한 기업인들의 호응도 뜨겁고요. 그들을 보면서 제가 앞으로 10년간 할 일을 찾았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성공한 경험을 토대로 한국식 경영의 문제점 등을 말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많지 않기 때문에 김 대표는 이런 경험들을 꼭 나눠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세계시장에서 선두를 달리는 분야가 좀 더 많아지기 위해서는 성공의 경험들이 반드시 전수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런 이유로 스피치도 프로의식을 갖고 한다. 대상자가 누구인지를 분석해 내용과 에피소드, 유머를 결정하고 그날의 패션까지 꼼꼼히 점검한다. 보통 CEO들 앞에서는 깔끔한 정장을, 학생들 앞에서는 멋진 나비넥타이를 맨다. 스피치가 끝나면 피드백도 잊지 않는다. 학생들에게는 아예 설문지를 돌린다.

“강연이 끝난 뒤에 건성으로 물어보면 다들 ‘좋았다’는 대답밖에 안 하죠. 진심으로 당신의 평가를 듣고 싶다는 것을 보여줘야 구체적인 얘기를 해줍니다. 내 강연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직접 듣고 자극을 받아야 최고가 될 수 있어요.”

김 대표는 다른 CEO와 비교할 때 스피치에 처음부터 거부감이 없는 편이었다. 워낙 젊은 시절 미국인 투자자들과 직원들 앞에서 많이 해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거울을 보며 한 문장씩 외웠다고 한다. 원고를 보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감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청중 앞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무대를 종횡무진 오가며 자연스런 몸짓을 구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뿐만 아니라 그는 잘난 척이나 잔소리, 자서전 스타일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로는 대중에게 영감을 불어넣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줄이고 에피소드와 유머를 많이 넣는 편이다. 얼마 전 한국인간개발경영 창립 34주년 기념강연에서는 청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다만 워낙 자수성가하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많다 보니 이야기가 번질 때가 있다. 청중이 아무리 뜨거운 환호를 보낼지라도 이야기의 맥을 놓쳐서는 안 된다. 생소한 영어를 쓰거나, 스피치 중 무의식적으로 주머니에 손 넣는 습관 등도 가급적 피해야 한다. 한국적인 문화에 맞춰 좀 더 겸손해 보이는 제스처를 선보인다면 스피치에 대한 청중의 몰입도가 한결 높아질 것이다.

스티브 김 대표에게 이제 스피치는 치열한 경영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는 수단은 아니다. 오히려 평생 그가 쌓아온 모든 것을 나누는 아름다운 도구다. 어려운 경제위기를 뚫고 나갈 길을 찾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경제인과 젊은이가 그의 스피치를 듣고 싶어 한다.

TIP
김미경 원장의 원 포인트 레슨
- 청중의 반응에 휩쓸리지 말고 이야기의 맥을 지켜라
-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영어는 쓰지 말자
- 팔짱 끼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는 제스처는 오만해 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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