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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9번째 ‘우주 독립’ 쏜다

세계 9번째 ‘우주 독립’ 쏜다

한국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후 총 11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11개의 위성은 우리 것이지만,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는 ‘렌터카’를 빌려야 했다. 올 4~6월 중 우주발사체 ‘KSLV-1’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아홉 번째 우주독립국이 된다.

외나로도에서 발사 예정인 우주발사체(컴퓨터그래픽).

우리나라가 세계 13번째로 완공을 앞두고 있는 우주 기지인 ‘나로우주센터’가 있는 섬 외나로도(外羅老島)는 원래 나라에 바치는 말을 키우는 섬이었다. 행정구역상 전남 고흥군에 속한 이 섬의 옛이름은 ‘나라도’다. ‘나라의 섬’은 일제 강점기 때 한자식 지명으로 바뀌었다.

조만간 이 섬에서는 전 국민의 시선을 모을 이벤트가 열린다. 우리나라 최초로 우주 발사로켓을 쏘아 올리는 역사적인 이벤트다.
현재 지구 궤도 위에 떠 있는 인공위성은 3327개. 활동 중인 위성은 약 980개로 추정된다. 한국은 1992년 ‘우리별 1호’를 쏘아 올린 후 총 11기의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지난해 수명이 다한 아리랑 1호를 포함해 위성 다섯 개는 수명이 다했다. 남은 것은 여섯 기다. 11개의 위성은 우리 것이지만,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는 ‘렌터카’를 빌려야 했다. ‘우리별 1호’는 남아메리카 쿠루 우주기지에서 프랑스가 만든 아리안4 V52호 발사로켓에 실렸고, 2006년 쏘아 올린 아리랑 2호는 러시아 로콧(Rockot)에 실렸다.

올 4~6월 중 우주발사체 ‘KSLV-1’이 성공적으로 발사되면, 우리나라는 세계 아홉 번째 우주독립국이 된다(만약 지난 2월 2일 이란이 자력으로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오미드’ 위성이 사실로 확인되고,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광명성 2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11번째 국가가 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성공률은 28%다. 우리나라가 인공위성과 위성 발사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1990년이다. 1950년대부터 1차 우주탐사 경쟁을 시작한 미국과 구 소련에 비하면, 반세기 가까이 늦다. 선진국은 기술경쟁과 경제적 이득을 목적으로 경쟁적으로 우주로 향했다.

위성을 탑재해 우주로 보낼 수 있는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8개국(구 소련, 미국,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순)이다. 앨빈 토플러는 “우주사업에 대한 1달러의 투자가 7~12달러의 미래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가 GDP는 9달러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상업적으로만 보자면, 일곱 배, 열두 배 장사다. 미국은 올해 총 16회의 우주선 및 위성 발사계획을 세워놓았다. 중국도 러시아와 함께 화성탐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우주정거장(ISS)의 실험실인 ‘키보’를 완성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H-2A 15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각국 예산도 엄청나다. 미국은 2006년 기준 우주 개발에 386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일본은 22억 달러, 프랑스와 러시아는 각각 21억 달러, 10억 달러를 썼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관련 예산은 2억 달러였다.


조립 중인 우주발사체 KSLV-1.



2002년 러시아와 기술협약이 첫걸음

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우주발사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발사 서비스를 포함한 발사체 산업 시장 규모는 약 32억 달러다. 우주산업의 부가가치는 이번 ‘KSLV-1’만 봐도 알 수 있다. 산업연구원 조사 자료에 따르면 KSLV-1 개발은 총 5024억원의 연구개발비 투자로 약 2조9999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을 것이라 한다.

올 하반기에 발사 예정이며 세계 일곱 번째 기상위성 보유국으로 한국의 입지를 올려줄 통신해상 기상위성(CMOS)은 3558억원의 연구개발비로 4조4551억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우주개발을 위해 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릴 발사체와 발사시설을 갖추는 것은 필수다.

우리나라는 첫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해 2002년부터 러시아와 기술협약을 통해 발사체 개발과 발사장 건설을 시작했다. 현재 안정적인 발사 성공을 위해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박정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사업단장은 “우주선진국에 비해 길게는 50년 이상 뒤처진 기술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며 “2단형 로켓으로 구성된 한국 최초의 우주발사체 KSLV-1은 1단 액체엔진은 러시아와 함께, 2단 고체 킥모터 부분은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었고, 발사대에 사용된 기계와 부품 모두 국산화되었다”고 밝혔다.

올 상반기 준공 예정인 나로우주센터는 2000년 12월부터 약 3125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해 건립 중에 있는 인공위성 발사장으로, 현재 발사대 종합운용시험 등으로 분주하다. 나로우주센터는 ‘KSLV-1’과 같은 우주발사체는 물론 우주발사체 국산화 개발에 필요한 각종 지상 시험시설을 구축하고 운용하는 역할을 한다.

민경주 나로우주센터 센터장은 “나로우주센터는 KSLV-1의 첫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우주개발의 산실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에는 인공위성 발사대를 비롯한 발사통제동, 추적레이더동, 위성 및 발사체 조립시험시설 등 발사운용을 위한 장비들이 갖춰져 있다. 향후 나로우주센터는 인공위성 발사기술을 축적해 세계 각국의 인공위성을 우리 우주센터에서 발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객관적으로 평가하기는 힘들지만,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관련 기술은 꽤 늦은 출발에도 발 빠르게 선진국에 다가가고 있다. 현재 국내 우주발사체 분야의 전반적인 연구개발 능력은 우주기술 선진국을 100으로 봤을 때 70~80에 이른다는 게 항공우주연구원의 분석이다. 구조체 기술, 전자탑재시스템 기술 등은 약 85 정도로 근접했다고 한다.



성패 떠나 기술·경험 축적이 의미

이번 ‘KSLV-1’ 발사는 성공과 실패를 떠나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성패보다는 이 과정을 통해 축적된 우주 개발 기술과 경험, 노하우가 훨씬 값지다. 항우연 관계자는 “이번 KSLV-1 개발 사업을 통해 우리는 체계설비 기술, 체계종합 기술, 발사운용 기술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며 “특히 발사체 개발과 발사 과정의 한 사이클을 러시아와 공동 수행함으로써 선 개발국의 운영체계와 경험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순간, 혹 실패의 두려움 때문에 외나로도의 밤을 하얗게 새우는 나로우주센터 연구원이 있다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지난 7년간(KSLV-1 개발은 2002년 8월 착수했다) 외로운 섬에서 하늘을 바라보며 품었을 우주 연구원들의 꿈과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우주 개발 역사로부터 우리가 얻는 교훈은?


도전과 실패 속에 과학기술은 쌓인다


1957년 10월 14일,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면서 우주경쟁이 시작됐다. 소위 ‘스푸트니크 쇼크’라 불리는 이 사건은 구 소련에는 좋은 선전감이었지만 미국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사건 이후 미국은 과학기술 분야에 대개혁을 추진하게 된다. 1960년대 말까지 인간의 달 착륙을 성공시키겠다는 케네디 대통령의 원대한 목표 아래 교과과정을 과학적 탐구 중심으로 개편하고 기초과학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했다.

또한, 우주개발을 위한 집중적인 연구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기도 했다. 결국,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게 되고 우주경쟁은 미국의 승리로 돌아갔다.

우주개발은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다양하고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동시에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도 큰 분야다. 1960년대 미국이 우주 개발을 통해 수많은 과학기술 성과를 이루었고 다른 산업으로의 파급효과를 통해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은 이제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또한, 구 소련은 로켓의 강력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높은 온도와 압력을 견디는 재료가 필요했는데, 이로 인해 상당한 수준의 재료과학 기술이 개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우주 개발 사업에는 많은 비용이 따른다. 아폴로 계획만 보아도 1350억 달러(2005년 가치 기준)가 들었으며 발사 로켓인 새턴 개발비만도 460억 달러(2005년 가치 기준)가 들었다고 추산된다.

그만큼 성장과 고용효과도 엄청나다. 아폴로 계획 추진 중 NASA의 최대 고용자 수는 한때 40만 명에 달했으며, 2만 개의 회사와 대학이 이 계획에 다양한 형태로 참여했다. 또한, 미국의 거의 모든 주가 크고 작게 이 계획에 참여해 고용 효과를 보았고, 각 분야의 과학기술 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미쳤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우주 개발을 위해 점진적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해오고 있다. 1970년대부터 개발해온 유도제어 기술, 발사시험 기술, 고체추진제 기술들은 물론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인공위성 개발 사업을 통해 소형 과학위성, 중형 저궤도 탐사위성, 통신·해양·기상관측용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해 오면서 우리도 많은 기술을 축적했고 전문 인력도 양성할 수 있었다.

올해는 위성을 발사하는 데 필요한 로켓기술 확보를 위해 개발해온 소형 위성발사체인 KSLV-1의 발사가 계획되어 있다. 우리가 우주 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부족한 기술은 바로 1단 로켓인 액체로켓 개발 기술이다. 비록 경험이 전혀 없는 후발주자로서 러시아의 액체 로켓 기술을 도입하기는 했지만, 우리는 이번 사업을 통해 전체 발사체 시스템의 설계에서부터 개발관리, 발사 기술, 발사장 건설, 발사대 기술 습득 등 우리가 앞으로 독자적인 우주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전 과정의 기술들을 모두 경험해 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 성공에서 보듯이 우리도 굳건한 목표 아래 정부의 지속적인 의지와 투자, 국민의 성원, 그리고 관련 과학 기술자의 열성적인 노력이 있다면, 세계 수준으로 어렵지 않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우주과학 기술자들 또한 가능한 한 효율적인 비용 운용으로 우주 개발의 목표를 성취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1960년대처럼 미지의 기술을 모두 자국의 힘으로 개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몇몇의 핵심기술을 집중 개발하고 잘 꿰어 맞춘다면 우리의 난관을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본다. 이렇듯 우리 국민도 한두 번의 실패는 성공으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김승조
한국항공우주학회 회장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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