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 인수, 이제 시작일 뿐이죠”
“유전 인수, 이제 시작일 뿐이죠”
1951년 출생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대우인터내셔날 사장 한국석유공사 사장 |
2월 6일 페루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석유공사가 페루의 대표적인 석유개발회사 페트로텍(Petro-Tech) 지분 50% 인수에 성공한 것이다. 페트로텍은 페루 해상 광구의 75%에 달하는 10개의 탐사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기대 매장량이 6억8900만 배럴, 하루 생산량은 2만 배럴인 알짜 회사다.
이번 인수로 페트로텍이 매일 생산하는 석유의 절반인 1만 배럴은 한국 차지가 됐다. 나머지 지분 절반은 콜롬비아 국영석유회사 에코페트롤(Ecopetrol)이 갖게 된다. 그동안 밤낮없이 비행기에서 잠을 청하며 양국을 왕복했던 강영원(58)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결과에 만족한 표정이다.
협상 시작 당시 금액의 절반으로 지분을 인수했고,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라는 결실을 맺었기 때문이다. 강영원 사장은 한국석유공사의 해외 석유회사 M&A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국제유가가 하락한 데다 해외 경쟁업체가 유전 보유기업 인수를 위한 투자 규모를 줄이고 있어 석유공사에 상황이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하루 생산량 5만 배럴 규모의 해외 석유회사 추가 인수를 준비하고 있다”며 “수개월 내에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배럴당 145달러까지 올랐던 국제유가는 지금은 40달러대로 주저앉았다. 유가 하락과 더불어 석유회사의 유전 광구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페트로텍 인수에 사용한 금액은 모두 9억 달러입니다. 한국석유공사와 에코페트롤이 각각 4억500만 달러씩 부담했습니다. 유가가 하락하며 유전 가치도 함께 낮아진 덕에 협상 당시 18억 달러를 호가했던 페트로텍을 절반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한 해외 정유사들이 유전 인수 관련 투자를 줄이는 것도 석유공사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캐나다의 페트로 캐나다와 미국의 5위 석유회사 헤스의 올해 투자비는 전년 대비 36%, 캐나다의 엔캐나와 넷센도 전년 대비 투자 금액이 각각 16%, 15% 줄었다.
강 사장이 위기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오는 데는 과거 한국석유공사가 경험했던 아픈 기억때문이다. 석유공사는 10년 전 외환위기 당시 석유를 시추하던 유전 26개를 글로벌 정유회사에 매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유전 가치가 크게 상승하자 결과적으로 수십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입은 셈이 됐다.
한국석유공사는 해외 석유회사 인수를 통해 전문기술 인력 확보 문제도 해결하려 한다. 석유공사의 탐사 성공률은 15%. 30~40%의 성공률을 보이는 메이저 정유회사에 비해 크게 낮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경험 있는 기술 인력이 부족한 것이 낮은 탐사 성공률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석유공사는 현재 450명인 개발 분야 인력을 2012년까지 2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강 사장은 한국석유공사가 유전 확보를 위해 활발히 움직이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코 무리한 계약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계약을 체결할 생각은 없습니다. 기업 인수는 냉정한 경제 논리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강 사장은 실제로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즈네프트(Rosneft)와 갈라서면서 투자 비용을 물어내도록 한 일이 있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는 로즈네프트와 6대 4의 비율로 투자한 합자법인 설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계약은 지난해 8월 초 탐사 라이선스 시한이 지나며 무산됐다. 한국석유공사는 기간 초과의 과실은 로즈네프트에 있다며 탐사 보전 비용을 러시아 측에 청구했다.
로즈네프트는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한국석유공사에 새로운 합자법인 설립을 요청했다. 강 사장은 “글로벌 위기를 한국의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여건이 갖춰졌다”며 “서두르지 않고 상황을 잘 활용해 국익에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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