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버몰에 ‘달러 고객’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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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몰려오고 있다. 일본인들이 넘치는 명동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세계가 아닌 인터넷 쇼핑몰 이야기다. 지난해 4분기부터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상대적으로 한국 상품 가격이 싸졌기 때문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엔화가치까지 오른 일본인 중 상당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직접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거리가 멀거나 해외여행을 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비록 온라인에서지만 한국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
일본인 고가 전자제품 구매도 늘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에 관광 와서 넷북 등 전자제품을 사가는 외국인이 늘더니 최근에는 한국 사이트에 직접 제품 구매를 의뢰하는 외국인도 부쩍 늘어났다. 불과 1년 전에 비해 40~80%까지 가치가 높아진 달러, 엔, 위안화 등이 온라인 쇼핑의 주역들이다. 원화표시 가격을 바꾸지 않아도 한국 제품이 그만큼 싸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중국과 일본은 이르면 2∼3일 안에 배송이 가능하고, 해외배송비 등을 감안해도 원화약세 효과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주로 사가는 품목은 디지털카메라 등 소형 전자기기나 화장품, 의류 등이다. 소형전자기기나 화장품 등은 세계적으로 브랜드별 제품의 질이 표준화돼 있고, 무게가 가벼워 배송비가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또 의류는 한국이 가격과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무게가 많이 나가지 않아 배송비가 싸다는 점이 작용했다. 특히 일본인이 디지털카메라, 카메라렌즈 등 고가의 전자제품 구매를 해당 사이트에 의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이버 경제의 특성상 외국인이 국내 사이트에서 한국 제품을 구매한 금액은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금액과 해외배송 건수 등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최소한 2∼5배 시장이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넷쇼핑몰 G마켓이 자사 사이트 해외배송 거래건수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해외배송 전체 거래건수가 전년에 비해 82% 증가한 61만8000건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이 급격히 오른 지난해 4분기 거래건수가 큰 폭으로 늘어 3분기 대비 85%, 전년 동기 대비 154% 성장했다. 금액으로는 전년(2007년) 대비 85%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건수가 높은 국가는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환율 급등 직전인 지난해 9월 이후, 4분기 거래건수가 9만 건으로 3분기 대비 115% 늘어났다.
일본도 지난해 3분기 거래건수가 2만2000건이었으나 4분기에는 4만4000건으로 100% 성장했다. 중국 역시 4분기 거래건수가 2만8000건으로 3분기 거래건수인 1만3000건보다 116% 증가했다. 반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달러와 엔화 환율의 영향이 크지 않은 국가로의 해외배송 건수는 동기간에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배송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아직까지 교포, 유학생이 대부분이지만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구매 비중도 30% 정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G마켓의 경우 2006년 12월부터 영어 사이트도 운영하기 시작했다.
쇼핑몰은 ‘고환율 직격탄’
특히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배송료나 배송기간도 국내 쇼핑몰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도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G마켓은 일본 배송이 2~3일밖에 걸리지 않고, 요금도 ㎏당 1만1400원으로 환율변화에 따른 가격차이에 비해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디지털카메라 1대를 구입할 경우 전체 무게가 1㎏을 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도 ㎏당 배송비가 2만900원 정도다. 여기에 해외배송 전용 포장센터를 별도로 운영해 주문자별로 제품을 한곳으로 모아 일괄 배송함으로써 배송비 이중 부담 및 배송시간 지연도 해결했다.
G마켓뿐 아니라 영어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는 다른 쇼핑몰도 해외 교포나 유학생 등의 주문이 증가하고 있다. 김준영 G마켓 글로벌 운영팀 팀장은 “고환율로 타격이 컸던 미국, 일본, 중국 거주자들이 주로 가벼운 의류, 화장품 등 생활필수품을 구매하고 있어 당분간 해외배송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해외 쇼핑몰이나 오프라인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해 한국으로 배송하던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들이 ‘고환율 직격탄’을 맞았다. 이제 막 문을 연 일부 쇼핑몰은 마케팅을 축소하거나 ‘현상유지’ 전략을 펴고 있고 수년 동안 영업 중이던 쇼핑몰들은 국내 상품 판매비중을 확대하거나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새로운 수익원 개척에 나섰다.
2001년 해외 구매대행 쇼핑몰의 첫 문을 연 위즈위드는 2007년 20억원 정도의 흑자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고환율 여파로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업계 2위인 엔조이뉴욕을 비롯한 오렌지플러스, 아이하우스 등 해외 구매대행 전문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위기 전까지 이들 업체는 배송시일 단축과 다양한 품목 확보를 위한 해외유통망 구축 등에 투자를 강화해 왔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종합쇼핑몰들도 하나 둘 해외 구매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며 경쟁이 가속화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원화가치 하락으로 가격이 평균 20% 이상 올랐다. 일본 상품을 판매 중인 롯데닷컴의 도쿄홀릭 역시 엔화가 급등한 9월 이후 지금까지 가격상승폭이 8월 대비 20%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도쿄홀릭 관계자는 “환율이 기존 대비 10% 이상 상승할 경우에만 어쩔 수 없이 상품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환율 상승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유통되지 않는 유니크한 상품과 리빙 생활용품으로 상품군을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는 환율변화의 충격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요동치는 환율 덕에 인터넷 쇼핑몰마저 달러 고객들이 넘쳐나게 됐다. 반면 해외제품을 구매해주는 구매대행 사이트는 손님이 뚝 끊겼다. 글로벌 경제가 되면서 환율변화는 더 이상 정부나 기업의 일만이 아니라 내 지갑의 두께를 결정하는 일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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